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을 하고 학원들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요즘 학생들의 일상생활은 주로 가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추석 명절도 온라인 비대면으로 가족들과 만난다고 하니 웃지 못 할 상황이다. 회중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가정에서 온라인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는 환난 속에서 주님의 섭리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복음을 맘껏 전할 수 없는 로마의 핍박 속에서 하나님은 초대교회의 가정 교회들을 통해 전도를 하게 하셨다. 가정을 예배의 처소로 삼으시고 가정을 통해 전도가 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바라보며 초대교회의 가정교회들을 떠올려본다.  
 
사도바울을 통해 세워졌던 교회 공동체는 로마 제국이 인정하지 않는 불법적인 집회와 모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다. 로마는 각 민족들의 종교가 로마 제국주의 사상이나 황제 숭배를 반대하지 않는다면 인정해 주었다. 로마가 인정하지 않는 종교는 미신 종교로 여겨졌다. 로마가 인정하지 않은 유대지역에서 생겨난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한 예수님을 믿는 종교는 로마의 관점에서는 미신 종교였다.


로마 황제가 세상의 주라고 선전하는 상황에 예수 그리스도가 죽었다 다시 살아났다는 이야기나 그분이 세상의 주요 신이라고 선포하고 고백하는 것은 로마법을 깨뜨리는 행위였다. 네로 황제는 기독교를 사악한 종교로 규정했다. 기독교인들은 붙잡혀 짐승 가죽을 쓴 채 개들에게 물어 뜯겨 죽었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으며, 기름이 몸에 발라진 채로 밤새 횃불로 사용되어 태워지기도 하였다.

네로 황제 후에 등장한 플라비안 왕조도 불법적이며 자발적인 모임이던 간에 그것들이 정치적 목적이 되어 불법적인 난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집회와 모임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만약 이 법령을 위반하는 사람들은 도시 의회에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했다. 교회 공동체는 로마 제국이 인정하지 않은 불법적인 집회였지만 그들은 모이기에 힘쓰라는 주님의 말씀에 순종했고 로마법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가정교회는 소위 가정집에서 소그룹으로 모였던 그리스도인 모임이었다. 신약성경에 언급된 가정 교회들은 집을 만남의 장소로 사용했다. 복음은 이 가정을 통해 확산되었고 성찬식도 이루어졌다. 로마의 가정집은 로마 양식의 집으로 큰 홀을 가진 집이었고 아래층에 위치한 아파트 형식의 다세대 주택을 오이코스라고 불렀다. 로마에서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의 집에 있는 교회(로마교회, 롬16:3), 눔바의 집에 있는 교회(라오디게아 교회, 골4:15), 빌레몬의 집에 있는 교회(몬1:2), 가이오의 가정에서 모인 교회(고린도 교회)는 지역교회(에클레시아)로 본다.

사도바울이 세운 교회는 가족 중심이 된 가정교회(오이코스)와 그 가족 혹은 가정 교회가 주축으로 도시 내에 여러 가족 혹은 가정교회가 모여 지역교회를 구성하였다. 가정교회는 소그룹 모임으로 사용되었다. 데살로니가의 야손의 집이 이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다. 빌립보의 루디아 집은 모임장소와 동시에 바울이 유숙했던 장소였다. 빌립보 간수의 집은 개종 이후 복음전도의 센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예루살렘의 마가의 어머니가 소유한 집의 다락방은 최초의 교회가 모였던 장소였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 교인들에게 “모든 교회를 위해 염려하고 있다.”고 했는데 모든 교회란 지역교회와 모든 가정교회들을 의미하는 것이다.(고후11:28) 사도바울은 고린도 교회를 개척한 사람으로 고린도 가정교회와 지역 교회에서 가르치는 사역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각처 각 교회에서 가르친 것을 생각나게 하리라.”(고전4:17)

고린도에는 6-10개의 가정에서 모이는 가정교회가 존재했다. 그리스보의 집(행18:8), 스데바나의 집(고전1:16), 글로에의 집(고전1:11), 겐그레아의 뵈뵈의 집(롬16:1-2), 에라스도의 집(롬16:23),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의 집(고전16:19), 가이오의 집(롬16;23)등 이다.
‘나와 온 교회 식주인 가이오도’(롬16:23) 가이오가 온 교회의 호스트였다는 표현에서 고린도에 더 작은 가정교회들을 중심으로 소그룹 중심의 상시 모임을 갖고 지역교회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기도회, 성만찬, 강론 등의 예배가 이루어졌다. 가정교회는 초대교회의 선교 전략의 어려움을 푸는 중요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로마가 기독교를 공인하지 않던 시대적 상황에서 초대 교회는 가정 중심의 소그룹 운동이었다.

관계전도를 목적으로 알게 된 이웃들을 교회로 인도하기 어려운 시기다. 나라에서 대면예배와 모임을 못 하게 하니 교회에 초대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 집 바로 앞에 사는 혜성이네를 전도하려고 2년 가까이 기도하며 사랑실천을 하던 중 하나님께서 혜성이네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갑갑해 하는 딸과 집 앞 주차장에서 배드민턴을 치는데,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는 혜성이 엄마를 만났다. 그녀는 평소에도 베드민턴을 즐겨 친다며 주말에 근린공원에서 가족끼리 함께 배드민턴을 치자고 하였다. 지금까지는 관계가 쉽게 가까워지지 않았고 수동적이셨는데 적극적으로 자세가 바뀌셨다. 그러면서 무료로 아이들 공부 가르쳐 주는 것을 꺼려하셨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집에서 영어도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마음 문을 열어 주신 것이다.

주말에 공원에서 베드민턴을 치고 돌아오는 길에 기회를 보며 복음을 전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남편 박집사님이 혜성이 아빠에게 복음을 제시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입을 못 떼고 있으니 하나님은 순수하고 거칠 것이 없는 박집사님의 입술을 사용하시는 것이었다. 이제 매주 토요일 우리 가정에서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준비해 두었던 복음을 아이들에게 전하려 한다. 이 작은 모임을 시작으로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복음의 통로로 더 크게 사용해 주시길 기도한다. 

초대교회의 가정교회들을 통해 전도되어진 이웃들을 지역교회로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감당했듯이 코로나 시대의 믿음의 가정들이 안 믿는 이웃 가정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귀한 통로가 되길 소망한다. 오랜 시간에 지치기도 하고 ‘정말 될까’ 라는 의구심과는 상관없이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고 일하고 계시다는 것을 경험했다. 주님의 손과 발이 되어 순종만 하면 된다. 앞으로도 하나님이 하실 일들이 기대가 되고, 그분의 뜻에 따라 더 헌신하는 가정이 되도록 기도한다.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