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독서| 바스티유 감옥도 꺾을 수 없었던 불멸의 신앙인 잔느 귀용 |
잔느 귀용을 처음 만난 것은 신학생 시절 서점에서 「바스티유 감옥도 꺾을 수 없었던 불멸의 신앙인 잔느 귀용」을 발견했을 때다. 당시에는 ‘자아의 죽음’과 ‘성화’, ‘하나님과의 연합’, ‘예수그리스도의 신부’, ‘완전한 사랑’ 등이 낯설고 어려워 별 감동이 없었다. 그 후 책꽂이에 꽂힌 책을 다시 펴들고 읽은 후 열렬한 팬이 되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는 말씀의 내면화와 그것이 주는 기쁨을 온전히 맛보며, 그리스도와의 연합 속에서 환희와 사랑의 찬가로 영혼을 가득 채웠던 그녀의 깊은 영성에 강하게 이끌렸다.
잔느는 1648년 4월 18일, 부요한 귀족 가문에서 출생한다. 당시 프랑스는 루이 14세가 지배하는 절대왕정의 최 절정기였다. 부모님은 두 분 다 재혼한 분들이었고 양쪽 모두 첫 번째 결혼을 통해서 자녀들을 두었다.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아버지에게는 사랑을 받았으나 자녀 교육보다 사교계와 자선 사업에 바빴던 어머니에게 딸은 관심 밖의 존재였다. 그런 가정 속에서 깊은 상처를 안고 자랐지만,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그녀는 많은 남자들의 구애를 받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부모님은 무려 22살이나 연상인 돈 많은 귀족 자크 귀용에게 시집을 보낸다. 나이 16살 때이다. 병약한 남편의 병수발과 시어머니의 지나친 간섭 속에서 시집살이를 겪는다. 게다가 하녀들마저도 공공연하게 학대한다. 그런 역경이 더욱 하나님께로 이끄는 계기가 된다.


28세가 되던 해, 남편과 사별한 후 일평생 재혼하지 않고 주님만을 따르기로 서원한다. 이후 제네바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다수의 영성 도서들을 발간하고, 맹목적으로 종교체계만 추종하는 사람들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만으로 의롭게 되는 것’과 ‘하나님께 직접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 등. 독특한 신앙관과 저작들은 주목의 대상이 되었으나 동시에 위험한 인물로 지탄받게 했다. 끝내는 종교 당국과 루이 14세에 의해 이교도라는 정죄를 받고, 1688년 금지되어 있는 회합을 열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감금된다. 그 해 10월 석방되었으나 평생 병약했던지라 건강이 매우 악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육 간에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고, 권위 있는 여러 신학자들과 계속 교류를 하였다. 그러나 뿌리 깊은 오해는 계속 깊어져만 가 다시금 이단이라고 정죄당하고 악명 높은 바스티유 감옥에 투옥되었다. 7년여의 수감 생활을 하며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에 더욱 깊이 참여하며 주님과의 깊은 연합을 체험한다.

“오 하나님, 저희는 함께 하나님을 찬양했습니다. 감옥의 돌들은 제 눈에 루비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그것들을 세상에서 빛나는 것들보다 더 귀히 여겼습니다. 저는 그토록 무거운 십자가 한 가운데서 주님이 사랑하는 자들에게 주시는 기쁨으로 벅찼습니다. …나의 하나님, 하나님께서 저를 사람들과 천사들에게 새롭게 보여줄 구경거리로 삼기를 기뻐하신다면 하나님의 뜻대로 그렇게 하시기를 간구합니다.”

석방된 후에도 긴 유배생활을 해야 했다. 사무치는 억울함에 대해 함구하고 갖가지 고난들을 기꺼이 받아들인 이후로도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유럽 전역의 그리스도인들과 서신으로 왕래를 하며 조언과 격려를 하였다. “오! 나의 하나님! 제가 온전히 당신의 것이 되게 하소서!”라는 기도제목처럼, 일생 번제로 태워져 1717년 6월 9일, 70세의 나이로 주님 품에 잠들었다.

혹독한 광야연단과정을 거쳐 마음과 행실이 정결해져 마침내 심령에 하나님의 생명이 내주합일이 된 잔느는 그 신비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최후의 순간에 잔느처럼 담대한 고백을 드릴 수 있길 소망해 본다.

“오, 하나님! 당신을 찾아 충실하게 따름으로써, 정결한 사랑의 능력 안에서 제 자신을 희생제단에 바침으로써, 당신의 유익과 영광을 위해서 수고함으로써, 얻는 최고의 위로가 이제 제게 남아있으니 이것은 당신의 선하심 덕분입니다. 제가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과 생명은 늘 싸웠습니다. 하지만 생명이 죽음을 이겼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오, 이곳 지상에서의 제 마지막 존재의 결론은 생명이 영원히 죽음을 이기리라는 것 그것이 저의 유일한 소망입니다. 의심할 바 없이 오직 당신만이 제 안에서 충만하게 살고 계십니다. 오, 나의 하나님, 오직 당신만이 지금 저의 유일한 생명이시고 저의 유일한 사랑이시며 저의 구원자이십니다!”


박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