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항구에 묶어두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어느 날 아름다운 고성에 불이 나자, 성 중앙의 연못에 살고 있던 많은 개구리들이 긴급회의를 열었다. 의견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한 쪽은 빨리 성을 빠져 나가자, 또 다른 쪽은 가장 안전한 곳이 물속이니 가만히 엎드려 있자는 것이었다. 한 그룹은 물 밖으로 도망쳤으나 다른 그룹은 물속에 숨었다. 마을 사람들이 불을 끄기 위해 연못의 물을 퍼서 불속에 쏟아 부었다. 그때 물속에 있던 개구리들도 불속에 던져져 타 죽었다.

우리도 물속에 있는 개구리처럼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안주하려다가 큰 위기를 맞기도 하고 큰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A. 셰드는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는 안전하다. 그러나 배는 항구에 묶어 두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쇄신해가야 한다. 물이 고이지 않도록 계속 정화시켜 가야 한다. 문 밖에 서 있는 사자-위험, 고통, 두려움, 슬픔, 고난, 실패 등-가 두려워서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 내 안에 있는 장애물을 과감히 걷어내고 일어서야 한다.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국가적으로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건과 북한의 강도 높은 핵 실험 위협 속에서 국민들은 분노와 불안, 절망과 허탈한 한 해를 보냈다. 각자 삶의 자리에서도 성취의 기쁨이나 실패의 슬픔이 공존했으리라. 그러나 과거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지난해를 타산지석 삼아 새해는 국가와 한국교회는 물론이거니와 나 자신부터 절망과 실패에 두려워 떨게 아니라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 감나무 아래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입 벌리고 가만히 누워 있을 때가 아니다. 변화산 사건의 황홀경에 도취되어 머물고 있을 때가 아니다. 때가 악하다. 세월을 아껴야 한다. 주님이 문 앞에 이르렀다. 더 이상 지체할 틈이 없다.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기 위해 나 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과감히 돌아서야 한다. 우리의 초점을 늘 하나님께 두며, 일분일초도 허투루 보내서는 안 된다. 마음과 행실을 성령의 맑은 물로 닦아 우리의 영혼을 정결케 하는 데 무엇보다 힘써야 한다.

사복음서를 유심히 살펴보면 주님은 환자들의 질병보다 언제나 영혼을 치료하는 데 더 중점을 두셨다. 한 예로 예수님은 중풍병자에게 침상을 들고 일어나 가라.’는 말씀이 아닌 단지 소자야, 안심하라.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9:2)고 하실 뿐이었다.

우리의 첫째 관심사는 육신의 것이 아니라 영적인 것이어야 한다. 순간순간 죄를 고백하고 예수님의 보혈로 온전히 정결케 되면, 가난도 질병도, 실패와 고통도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고난의 불길도 과감히 헤쳐 나갈 수 있다.

충성도 열매 가운데 하나요.”라며 수십 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도하셨던 최춘선 할아버지의 삶은 안일한 우리에게 깊은 도전을 준다. 그는 일본 와세다 대학에 유학하고, 5개 국어에 능통한 수재였으며, 김구 선생과 함께 독립운동을 하였다. 1970년대 초에 자가용 다섯 대를 소유하고 김포 일대의 수십 만 평 땅을 소유한 지주였으나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십자가를 경험하면서 모든 재산을 월남한 이들, 집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 다 나눠주었다.

한 번은 한남동 고가도로를 달리는 버스에서 전도를 하는데 버스기사가 밀쳐서 축대로 떨어졌다. 사람들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었다 생각하고 병원으로 옮겼다. 다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 발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깨어나서 처음 하신 말씀이 예수천당이었다. 그후 목발을 짚고 자신을 떠민 버스기사를 찾아가셨다. “왜 가시려고 합니까?” 물었더니 그 사람을 찾아가서 용서한다고 말해줘야 해. 운전기사가 얼마나 괴로워하겠어. 주님이 나 같은 죄인까지 용서해 주셨는데 무조건 용서를 해줘야지.” 그렇게 용서를 하고 바로 다시 전철을 타고 전도를 다니셨다.

불편한 몸으로 전도하시는 그에게 힘들지 않으시냐고 질문을 드리자 아닙니다.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부끄러운 영혼이 한량없는 주님의 자비로 늘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늘의 소명이 있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지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온 세상 날 버려도 주 예수 안 버려, 예수는 나의 힘이요. 내 몸에 태인 십자가 늘 지고 가리다. 아멘.” 순간순간 자기를 부인하며 눈이 와도 폭우가 와도 수많은 비방이 쏟아져도 거리로, 지하철로 다니며 전도를 하였다.

제가 스물두 살에 부름을 받고 이렇게 주님을 따르는 가운데 있지만, 너무나 불충성하고 불순종에 진짜 죄인 중의 괴수였습니다. 주님의 자비가 한량없어서 붙들어 주시니까 날마다 감사와 기쁨으로 충만합니다.”

자신의 육신의 고통과 불편함보다 늘 영혼에 중점을 두고 사셨던 그는 진정한 자유, 죄에서 해방되는 놀라운 은총을 덧입으셨다.

기도의 응답으로 하나님의 축복으로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없고 무서운 사람이 없고, 보기 싫은 사람이 없고 얼마나 감사한지요. 부러운 것, 부러운 사람이 없는 사람은 법률 없이 일등부자예요. 미운 사람 없는 사람은 법률 없이 일등 권세예요. 세상 왕들의 억만 배 권세예요.”

그의 장남 최바울 목사는 회고한다. “아버지는 내일 일을 절대로 걱정하지 않는 분이셨어요. 당장 내일 먹을 쌀이 없어도 전부 나눠주시고, 새 옷을 사다드리면 밖에 나갔다 들어오실 때 다 떨어진 헌옷으로 바꿔 입고 들어오시고, 심지어는 바울아, 너는 따뜻한 옷이 또 있지?’라고 하시며 제 잠바들도 모두 나눠주셨습니다. 한 번은 다음날 아침에 먹을 쌀을 전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어 어머니께서 발을 동동 구르고 계시는데, 지방에서 한 성도가 첫 수확한 쌀이라며 새벽차로 올라와 문을 두드린 적도 있었어요.”

기력이 떨어져 수저도 못들 정도였지만, 지하철에서 전도를 하시다가 그대로 생을 마감하셨던 최춘선 할아버지의 삶을 되새기며, 이제 여러 가지 이유로 항구에 꽁꽁 묶여 있는 우리의 배들을 풀어 주님의 나라를 위해 과감히 폭풍 가운데로 뛰어들기를 원한다. 그러면 폭풍 한가운데서 주님의 영광과 기적을 맛보리니.

박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