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법
올 한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놓고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개인적으로 주셨던 감동은 ‘다시 오실 주님 맞을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 감동이 실현되기나 하듯 올해 신호탄 같은 일이 터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팬데믹(감염병 세계 유행)이 선언되고 바이러스 하나에 세상이 뒤집어 질 줄이야. 교회가 예배드릴 자유를 상실할 때가 이렇게 빨리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더 무서운 환난이 닥친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때마침 「그리스도를 위한 고난」이라는 영화를 온라인으로 무료상영하여 보게 되었다. 리처드 웜브란트라는 루마니아의 목사가 14년 동안 공산주의 감옥에서 겪은 경험을 그리고 있었다. 웜브란트 목사는 젊은 시절 방탕한 생활로 폐결핵을 앓다가 독일 기독교인 목수의 돌봄과 기도로 그리스도를 영접했다. 그는 루터교 목사로 안수를 받고 공산주의가 루마니아를 장악한 후에도 핍박받는 이들을 위한 사역을 계속해나갔다. 공산주의자들이 루마니아 종교지도자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열었을 때 웜브란트 목사는 목숨을 걸고 진리를 말한 탓에 14년의 수감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는 감옥에서 잠을 잘 수 없었고, 곤봉으로 가차 없이 구타당했다. 때로는 약물 주입으로 정신착란을 겪었고, 뼈가 드러날 정도로 발에 채찍을 맞았다. 그럼에도 끝까지 지하교회 교인들의 연락망을 자백하지 않았다. 폐렴으로 사경을 헤맬때도 굴복하지 않고 하나님의 은혜로 기적같이 살아남아 남은 생애를 핍박받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일했다.
영화 중 아직도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이 있다. 감옥에서 웜브란트의 유일한 기쁨은 기도였기에 기도하면 고문 받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김없이 기도하고 있었다. 그가 기도하는 것을 목격한 간수는 쳐들어오더니 소리쳤다. “또야? 또 기도하고 있어? 한심한 놈! 네 부인은 교도소에 가 있고 네 아들은 고아원에 있어. 네 인생은 끝장났어. 그런데도 허깨비 같은 하나님한테 여전히 기도해? 아직도 기도할게 남아 있나보지?” 소리치며 그를 비웃었다. 그때 웜브란트는 한마디로 대답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이 한마디에 간수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할 말을 잃은 채로 나간다.
프로이트라는 유명한 심리학자는 “인간이 극한 상황에 치달으면 타인이나 환경을 파괴시키고자 서로 싸우고 공격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의 주장은 그리스도인들로 인해 틀린 것으로 증명됐다.
공산주의 세계에서 자신의 믿음 때문에 갇힌 그리스도인들은 극한의 환경 속에서 살았다. 아침에 일어날 때 머리카락이 바닥에 얼어붙어 있기 때문에 벌떡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배급양은 터무니없이 적었기에 늘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이나 벼룩이 들끓어 많은 사람이 결핵으로 죽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간수들의 폭언과 고문은 성도의 믿음을 버리도록 재촉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어떤 이들은 다른 수감자의 빵을 빼앗아 먹는 돼지가 되었지만, 어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빵과 약을 포기하는 빛 된 행실을 나타냈다. 그들이 얼어 죽을 것 같은 추위에서도 자신의 스웨터를 벗어서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영웅적인 사랑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한 법 때문이었다.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쳐 주신 사랑의 법은 우리가 지켜야 할 의무이기도 하지만 필연적인 법칙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과 긍휼을 가질 때 염려와 근심이 떠나가는 법칙이며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고 인내함으로 십자가를 질 때 천국의 평안이 임하는 법칙이다.
마지막 때 환난이 우리 눈앞에 펼쳐 진다면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마스크와 생필품을 준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작은 것들에서 사랑의 법을 실천하는 것이다. 먹고 싶은 음식 하나를 절제해 보고, 사고 싶은 옷을 사지 않으며,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먹고 누더기를 걸치고 지내는 고난 받는 성도들을 돕는 것이다. 잠자는 시간을 쪼개서 밤에도 심문당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수년간 지하 독방에 갇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스마트 폰과 인터넷을 줄이는 훈련도 좋다. 하루만 불평하거나 투덜대지 않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매일 사랑의 법을 연습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만약 그리스도를 위해 감옥에 갇히고 매를 맞는 고난의 날이 와도 리처드 웜브란트 목사님처럼 고백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빈정거림과 비방을 받아도 온유한 사랑을 보일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대장간의 좋은 모루는 망치에 아무리 맞아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