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코 뜰 새 없이 8월이 지나가고 있다. 교회에서 사역을 하다보니 빼곡한 일정을 지나고 있다.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이벤트들이 어떻게 나에게 다가올지 설레고 기대가 되었다. 궁금해지기도 했다.

5년이 넘게 청소년 교사를 해왔고 3년 정도 찬양 팀을 겸해서 섬겨왔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특히 청소년 분야는 교사들의 헌신과 눈물이 절실히 필요하고 또한 요구된다. 한 영혼 한 영혼을 향한 사랑과 열정이 없이는 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몸이 피곤하고 마음이 힘들지라도 교사 사역은 한 번도 쉰 적이 없는데, 여러 일들이 겹치면서 찬양 팀만 봉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결단하였다. ‘이번엔 기필코 새로워지리라.

청소년 수련회 전날, 잠이 오지 않았다. 내일부터 4일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보내기 위해 필사적인 몸부림을 해보지만 여전히 멍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130분경, 순간 내 마음을 두드리는 소리가 있다. 나와 이 밤을 함께하자는 주님의 조용한 음성이다.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실천할 좋은 기회다. 모두 다 고요히 잠든 새벽, 기도실로 향했다. 적막함이 흐른다. 조용히 앉아 십자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며칠 전부터 바쁜 일정 속에 여기저기 뛰어다녔지만 마음 한구석을 차지한 지독한 자매들, 공허 씨와 외로움 씨와의 동행은 전혀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예수님, 저 왔어요. 이 공허함이 뭐지요? 되돌아보니 한동안 많이 외로웠어요. 내일부터 청소년 수련회 찬양으로 봉사해야 하는데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잘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한동안 꽁꽁 숨겨두었던 마음속에 빗장을 풀고 펼쳐 놓는데 나지막한 음성이 들린다.

“왔니? 잘 왔다. 나도 외로웠단다.” 그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죄송해요, 주님. 제가 너무 늦었죠? 빨리 주님께로 달려왔어야 하는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이제야 왔어요.” 주님의 말씀에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우리 예수님은 2000년 전 이 땅에 계실 때도 외로우셨는데, 지금도 외로우시다니 무슨 말로 대신할 수 없어 눈물로만 대답할 뿐이었다. 그간 나의 게으름으로 주님께 다가설 수 없었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막달라 마리아처럼 주님 발 아래 앉아 한동안 울었다. 고요함 속에 나타난 따스한 기적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안과 기쁨이었다. 주님의 음성을 들은 것보다 더 큰 감격이었다. 공허함과 외로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내 맘속을 가득 채웠다.

메마른 뼈에 살을 붙이시고 생기를 불어 넣어 크신 영광을 나타내시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신 것처럼, 메마른 내 마음에 깊은 사랑의 온기를 불어 넣어주신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려드렸다. 뜬 눈으로 아침을 맞게 되었지만, 날아갈 듯 몸과 맘은 가벼웠다.

10년 전, 주님 없이 살 수 없다 고백하며 주님을 따르겠다는 그때가 그리워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점점 그 기억이 가물가물해 갈수록 그리움은 커져만 갔다. 내게도 그런 풋풋하고 아름답고 순수한 때가 있었나 생각해보면 주님께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다. 아무런 계산 없이,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열정으로 올곧게 하나님께로만 향하기에는 지금 내 모습은 너무나 계산적이고 순수하지 않은, 겉모습만 수도자인 짝퉁 신자가 되어 있었다. 흘러간 시간만큼 바쁘고 할 일도 많아졌지만, 실은 깊은 병을 앓고 있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다.

이제 다시 한 번 주님께 얼굴을 들고 그분만 앙망하리라. 지나온 시간동안 주님께로만 항상 달려가지 못했지만, 이제부터는 주님만 향해 달려가리라. 아름답던 그 시절, 다시 한 번 주님과의 로맨스를 꿈꾸며 크고 따뜻하신 그 손을 잡고 힘껏 뛰어가리라.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의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치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치 아니하리로다”(40:31).

봉사와 헌신의 시간들을 통해 얻은 새 힘으로, 달콤하게 사랑의 대화를 나누며 주님을 외롭지 않게 해드릴 것을 주님께 약속드린다.

허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