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단비를 사모하며

9년 전 이맘때 즈음, 세상의 안락을 쫓고 방황하던 내게 인생의 전환점이자 참된 길을 가게 된 계기가 있었다. 당시 지칠 대로 지쳐 갈 길을 잃어버린 내게 주님은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따르라!” 그 말에 이끌려 세상적인 염려와 걱정으로 가득 차 있던 어리석은 자가, 예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며 그 사랑을 쟁취하리라 결단하며 모든 것을 놓고 주님 앞에 굴복했다. 거부할 수 없는 뜨거운 하나님의 사랑과 인도하시는 손길을 통해 방황의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워치만 니의 영에 속한 사람이라는 책의 한 구절 말씀이 또 삶을 바꾸는 계기를 주었다. “무릇 내게 오는 자가 자기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자매와 및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아니하면 능히 나의 제자가 되지 못하고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지 않는 자도 능히 나의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14:26-27).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을 핍박하던 사울이 다메섹 도상을 지나가던 중 빛으로 다가오신 예수님을 만났던 그 강렬한 만남처럼, 내게도 그렇게 말씀이 임하였다. 이 말씀은 내 심장을 관통하듯 영혼 깊숙이 박혔고, 즉시 무릎을 꿇고 주님께 기도를 올려드렸다.

주님, 말씀대로 순종하겠습니다.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길을 가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게는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는데 어떡합니까? 그 사람의 인생과 가야 할 바를 주님께서 인도해주세요.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저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길을 가겠습니다.” 하염없이 흐르는 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요, 한치의 오차도 없으신 완전하신 하나님을 신뢰하고 경외하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그 순간 임한 평안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부족하지만 주님의 은총으로 지금도 이 길을 가고 있다. 지나온 시간 동안 때론 흔들림도 있었지만, 변함없으신 하나님의 사랑과 약속의 말씀이 쓰러질 때마다 일으켜 세워주는 버팀목이 되었다.

여름 햇볕이 따가운 이 때, 고마운 단비가 내려 청량한 시원함을 만끽하며 하나님의 창조물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내 영혼도 목이 마를 때 주님이 단비가 되어 주셨다. 인생은 연약하여 주님의 사랑이 충만할 때는 평안함 가운데 살아가지만, 내 영혼이 곤고할 때는 목마름을 견딜 수 없어 무엇인가를 찾게 된다.

세상에는 즐길 것이 너무 많아 때론 예수님을 완전히 잊어버리기도 한다. 주님을 내 삶의 중심에 모셔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강한 유혹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어떤 이들은 스포츠나 미디어, 취미생활 등을 즐기며, 혹은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위로를 받고 힘을 얻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몇 시간을 투자해 먼 곳까지 찾고 찾아가서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을 먹는 순간 행복감에 젖고, 그것으로 위안을 얻는다. 어떤 이들은 공허함을 채워 줄 뭔가를 찾기 위해 부부학교, 상담학교, 치료학교 등 무수히 많은 학교를 찾아다닌다. 그러나 그것에서 얻는 즐거움과 쾌락은 한 순간 일 뿐, 결코 영원할 수 없다. 영혼의 목마름을 채울 수가 없다.

결국은 말씀밖에 없는 것 같다. 많은 믿음의 선배들은 늘 복음 앞으로 가라고 말하곤 했다. 복음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영혼을 살리는 비법은 바로 말씀이다. 그 위에서 기도하고 그 말씀대로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셔서 어둠을 비추는 빛이 되신 것처럼, 곤고하고 병든 영혼을 소생시키며 방황하는 사람들을 의의 길로 인도하는 것은 역시 말씀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풀처럼 마르고 꽃처럼 시드나 하나님의 말씀만이 영원하다(40:8). 영혼을 소성케 하는 힘은 말씀 안에 있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철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이 시들지 않도록 주야로 말씀 안에 거할 때, 힘을 얻을 수 있다. 내 안에 말씀이 순간순간 살아 움직일 때, 모든 상황 속에서 주님을 찬양하며 하나님의 역사를 목도할 수 있다. 마른 땅에 단비 같은 주의 말씀을 언제나 사모하자. 그 사모함이 있는 사람은 길이요 빛 되신 생명의 주님과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