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인 축적의 시간
데이비드 블레인은 미국인 마술사이자 세계에서 가장 숨을 오래 참을 수 있는 사람이다. 의학적으로 사람이 무호흡 상태인 채로 6분이 지나면 저산소증으로 뇌손상이 올 수 있다. 그런데 데이비드는 17분까지 숨을 참아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그는 숨을 참기 위해 요가, 심장내과 의사 등을 찾아가며 조언을 구했다. 한 친구는 튜브를 몸에 넣고 숨을 참아보라고 조언해주었다. 시도는 완전히 실패였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몇 년 동안 훈련한 끝에 성공했다. 그는 어느 강연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저, 1초씩 더 참아나갔습니다. 어떤 방법이 더 좋을지 연습하고, 훈련하며, 실험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고를 위해서는 고통을 헤치고 나가야 했습니다. 그것이 저에게 마술입니다.”

한국 산업의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축적의 시간」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산업이 한계점에 다다른 상황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시행착오를 통한 축적의 시간을 쌓으라’고 제안한다.

우리사회는 그동안 충분한 실패를 허용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에 급급했다. 선진기업이 그려준 밑그림을 흉내 내기 바빴지 자신만의 연습과 실험에는 게을렀던 것이다. 그런데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문제해결 방법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과제를 끝까지 풀어내야 한다. 초절정 고수란 온 몸에 시행착오의 경험이 잔뜩 축적되어 있는, 흉터 가득한 능력자이기 때문이다.

책을 보며 영적인 것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적 성숙을 이루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한다. 기도하면서 불같은 성령의 은사를 구하기도 하고, 단 한 번의 설교를 통해 인생이 뒤바뀌는 은혜를 사모하기도 한다. 실제로 일시적인 뜨거운 체험은 우리 인생을 뒤바꾸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은혜가 항상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광야는 사막이다. 숨 막히는 메마른 환경 속에서 견뎌야 할 시간이 더 많다. 무거운 죄의 등짐을 지고 걷다보면 가나안 땅은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나 자신의 연약함 때문에, 때로는 상대의 부족함 때문에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다보면 사람에 대한 환멸감도 생긴다. ‘사람은 변하지 않아. 나 같은 건 도대체 성화(聖化)될 가망이 없어. 주제넘은 생각하지 말고 생긴 대로 살자.’ 하며 애굽으로 돌아가거나 광야에 눌러앉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이 올라온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모세에게는 40년 광야의 ‘축적의 시간’이 있었다. 모세가 온유함의 고수가 되기까지 결코 짧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 나라의 왕자가 낯선 땅의 양치기가 되어 마음은 외로움과 서러움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어쩌다 사람 한명 잘못 죽여 나그네가 된 자신의 신세를 생각할 때면 분노에 못 이겨 양들을 이유 없이 때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세는 하나님의 훈련장에서 포기하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악성에 지배받지 않는 사람이 되려고 무던히 자신을 훈련했다. 그 노력의 시간들을 쌓고 쌓아 마침내 땅 위에서 그보다 겸손한 사람이 없을 정도의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던 것이다.

예수님은 어떠한 연습과 훈련도 필요하지 않으신 완전한 하나님의 아들이시다. 하지만 당신의 자녀들이 광야 연단을 통해 얼마나 수많은 시험과 고통을 겪어야 할지 아시는 그분의 긍휼은 가만히 있지 못하셨다, 모든 일에 우리와 한결같이 시험을 받으시며 인간의 연약함을 체휼하셨다. 공생애 전, 30년 동안이나 나사렛의 목수로, 한 집안의 아들로서 섬기시며 단번에 무엇을 이루어보려는 조급함에 인내를 호소하셨다.

며칠 전, 과거 일기장속에서 한 가지 악습을 고치지 못해 괴로워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문제로 잘 넘어짐을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일기장 속에는 악습을 고치기 위해 한 노력들도 적혀있었다. 무엇보다 지금은 그때보다도 악습에 대항할 수 있는 더 많은 방법을 알고 있다. 수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회개하고 도전했던 시행착오의 과정들이 내 안에 보이지 않게 쌓여있었다.

영적인 고수가 되는 길은 단순하다.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 연습과 훈련과 실험을 반복해 나가는 것이다. 나의 순종의 한계를 1번 더 늘려나가는 것, 그것이 영적 성숙의 비결이다. 돌아보면 너무 창피해 지우고 싶은 과거라 할지라도 결국엔 우리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하는 비결이 될 것이다. 그러니 넘어짐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고수에게는 어떠한 흉터도 자랑스러운 훈장이 된다.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되는 그날까지 도전하고 또 도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