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저녁, 칼바람이 불어오는 화장실에서 오들오들 떨며 앉아 있는데 문에 붙어있는 말씀이 확 비쳐와 가슴에 박혔다. “분초마다 순간순간마다 회개생활을 거듭하는 성도가 제일 훌륭한 성도입니다.” 오늘따라 말씀이 가슴을 후벼 팠다.

“하나님 아버지, 만물의 찌기만도 못한 이 죄인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오늘 세상과 적당히 타협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오늘 낮에는 개봉동 강선생님에게 전화가 와서 받지도 않고 뚝 끊어버렸다. 나중에 보니 ‘네가 목사냐?’라며 온갖 욕설과 협박 문자를 보냈는데, 다 지워버리고 차단을 해버렸다. 20년 넘게 요구를 계속 들어주며 사랑하려 했지만,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속옷을 달라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 주라’고 말씀하셨는데, 끝까지 사랑하지 못한 가짜 목사다. 아니 목사도 아니다.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라’고 2019년 교회의 실천덕목으로 플랜카드를 걸어놓았는데, 정작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지 못한 죄인괴수다.

오늘 하루도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살지 못하고 이기적인 삶을 살아왔다. 지금까지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아왔기에 이제라도 이웃의 행복을 위해 어떤 희생과 손해와 고난도 달게 받겠다고 결심하고 또 결심해 봐도 또 다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추하고 더러운 나 자신을 발견케 된다. 여전히 큰 희생과 큰 사랑을 요하는 곳에서는 자라처럼 목을 쏙 집어넣는다. 더욱이 이 일 저 일 동분서주하며 뛰어다녔건만 정작 가장 중요한 회개를 소홀히 하고 있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 엄동설한에도 머리 둘 곳 없으셨던 우리 주님의 애절한 외침이 눈꽃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약대 털옷을 입고 거친 음식을 드시며 허례와 위선을 꾸짖으셨던 세례 요한의 불꽃같은 음성이 들려온다. ‘더 지체 말고 어서 속히 회개하라. 그 길만이 살 길이다.’ 아무리 바쁘고 아무리 어려워도 회개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우리가 아무리 밤을 새워가며 기도를 하고, 병을 고치고, 귀신을 쫓아내고, 아무리 뛰어난 재능과 수많은 능력을 행할지라도 참회가 없으면 도리어 영적으로는 골칫덩어리가 되기 쉽다. 회개 없는 삶은 백해무익한 삶이다.

바실레아 쉴링크는 회개보다 더 귀중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언급하였다. “참회하지 못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잃는 사람입니다. 참회하고 회개할 수 있다면 그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회개함으로써 하나님의 은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말을 믿으십시오. 진정한 기쁨과 행복의 길을 참회에 있습니다. 이 회개야말로 예수님에 대한 기쁨과 사랑이 흘러넘치는 샘물과 같습니다. 만약 우리의 마음이 참회의 샘이 된다면 사랑과 기쁨이 시냇물을 이루어 우리 안에서 흘러넘칠 것입니다.

영적 스승은 순간순간 회개하는 삶을 사셨다. “모든 생활 속에서 순간순간 생각 한 번이라도 하나님을 떠난 적이 있거나 하나님과 상관없이 말을 한 것이 있으면 그 모든 것을 철저하게 참회하려고 노력합니다. 순간순간 주어진 시간들을 얼마나 온전하게 보냈는지, 시험받은 때 말 한 마디라도 혹시 실언을 하지 않았는지, 대화 도중에 혹시라도 세상적인 이야기를 한 마디라도 하거나 같이 휩쓸리지는 않았는지, 이런 모든 것을 돌아보고 참회하지요. 또한 누구를 만나도 과연 온전한 사랑과 인내와 겸손을 실천했는지 이런 것에 늘 초점을 두고 참회합니다.

침상을 적시며 철저한 회개의 눈물을 흘렸던 다윗왕은 하나님의 용서와 은혜를 덧입었으나 변명과 거짓으로 후회만 하던 사울 왕은 하나님께 버림받지 않았던가? 가룟유다 역시 죄를 짓고도 끝내 회개하지 않아 버림을 받았지만, 베드로 사도는 주님을 세 번이나 부인하는 큰 죄를 범했음에도 진실한 통회로 주님의 은혜를 입고 위대한 사도가 되지 않았던가? 죄 때문에 몸부림 치고 애태우는 사람을 하나님은 기뻐하신다.

회개는 하늘 문을 여는 열쇠이다. 회개야말로 우리를 진정 기쁘게 하며 천국의 환희로 넘치게 한다. 회개는 하나님 아버지의 품으로 직접 가는 길이요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는 지름길이다. 회개의 눈물은 완고하고 메마른 인간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최고의 선물이다. 돌처럼 굳은 우리의 마음을 녹이셔서 아버지의 영광을 위한 깨끗한 그릇으로 빚어달라고 간절히 기도드려야 한다. 엄동설한 추운 밤, 영문밖에 서서 꽁꽁 얼어붙은 몸으로 우리의 회개를 간절히 기다리시는 주님을 외면하지 말자. 회개는 성화(聖化)에 이르는 가장 중요한 삶의 측도다. 회개는 영안에 하나님의 생명을 소유할 수 있는 가장 큰 은혜의 통로이다.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근심은 후회할 것이 없는 구원에 이르게 하는 회개를 이루는 것이요 세상 근심은 사망을 이루는 것이니라”(고후7:10). 참으로 살아있는 영혼은 죄가 참혹한 결과를 가져올 것을 알기에 통회한다. 진실로 회개하는 자들만이 실제적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이다. 오늘 울지 않으면, 그날에 애통할 것이다. 오늘 회개의 무릎을 꿇지 않으면, 그날에 마귀에게 굴복당하고 말 것이다. 영원토록 애통할 그날을 면하기 위해 우리는 날마다 주님 앞에 진실한 통회의 눈물을 흘려야 한다. 순간순간 참회기도를 드려야 한다.

지금 자신의 죄를 애통해하는 사람들은 영혼의 새로운 문을 열고 새로운 차원의 삶을 누리는 자들이다. 죄를 용서받은 기쁨. 주님의 보혈로 철저히 회개하고 주님으로부터 용서받은 확신이 있을 때, 이보다 더 깊고 오묘한 기쁨이 있을까. 십자가 보혈로 구속받은 기쁨. 이에 비할 행복은 없다. 핍박자 사도바울도, 막달라의 창녀 마리아도, 방탕한 어거스틴도 회개하고 돌이킬 때 새사람으로 변하여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다. 죄인 하나가 자복할 때마다 못 자국 난 양 손을 크게 벌려 안아 주시는 우리 주님의 은혜에 감사할 따름이다.

‘나로 하여금 항상 가장 큰 죄인임을 잊지 말게 해주옵소서’라고 하셨던 이현필 선생님처럼, 이 죄인에게도 그러한 은혜를 달라고 이 밤 간절한 기도를 드려본다.

“나의 마음 통회하니 주님 피로 사하시고 성령 불로 태워 주사 거듭나게 하옵소서. 불충한 종 신실하게 주님만을 섬기겠습니다. 주님, 제게 그 어떤 은사보다 그 어떤 능력보다 그 어떤 일보다 회개의 은총을 내려주옵소서. ‘저에게 깨어진 상한 마음과 애통해하는 마음 주옵소서. 제 눈을 여셔서 제 안의 대들보를 보게 해주소서.(7:3).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지은 죄들을 낱낱이 깨닫게 하소서. 거룩한 성령님이시여! 저에게 회개하는 겸손한 마음을 주옵소서. 은혜 중에 가장 큰 은혜, 통회의 눈물을 주옵소서. 오 주님! 진심으로 회개하는 마음을 주옵소서.

하나님 아버지는 ‘허물을 사유하시며 인애를 기뻐하시므로 진노를 오래 품지 않으시는’(7:18) 참으로 좋은 분이시다. 두 다리가 냉증으로 굳고, 엉덩이와 허리가 얼어붙어도, 칼바람이 수실로 숭숭 들어와도 어느새 내 입가에는 환희의 찬가가 울려 퍼진다. 회개하는 자에게 임하는 하나님의 사유하심과 긍휼하심은 끝이 없으심을 알기에 오늘 정말 행복하다. 회개하는 자에게 주시는 무한한 은혜로 인해 충분히 넉넉하다. 더 겸손되이 하늘 아버지께 회개의 무릎으로 나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