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러 싸우며 나아가라


지난주 김명현 교수의 창조과학 세미나가운데 창조와 부활의 원리라는 동영상을 시청했다. 하나님은 창조한 모든 물질이 존재할 수 있도록 원리와 법칙을 만드셨다. 하나님이 만드신 원리와 법칙 중에 열역학 법칙이 있다. 열과 힘의 관한 법칙으로 전 우주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이다. 열역학의 제2법칙은 에너지의 흐름과 방향을 정하는 법칙인데, 모든 만물은 어느 한 쪽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동식물은 늙고 쇠퇴한다. 즉 에너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소모된다.

열은 스스로 고온에서 저온으로 흐를 뿐 열이 스스로 저온에서 고온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뜨거운 물이 담겨있는 컵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식어 결국엔 외부 온도와 같아진다. 식어버린 물이 스스로 다시 뜨거워지는 일은 없다.

자연계의 모든 현상은 질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 흘러간다. 몇 시간이 걸려 집을 청소하고 정리정돈을 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를 다시 어지럽히는 데는 사실 몇 초 걸리지 않는다. 또한 컵에 든 물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잉크방울이 흐트러져서 컵에 든 물은 모두 옅은 푸른색이 된다. 아무리 기다려도 잉크 분자들이 원래의 위치로 다시 모이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질서는 무너지고 무질서 상태가 된다.

하나님이 창조한 물질세계와 인간의 영혼은 시간이 지날수록 질서가 무너진다. 왜냐하면 만물에 죄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인간이나 피조 세계는 스스로 순수해질 수 없다. 그러나 우주의 모든 법칙을 만드신 하나님은 법칙 이전에 결코 쇠퇴함이 없는 말씀을 주셨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토록 서리라”(40:8). 말씀이 육신이 되어 오신 주님은 속죄와 부활을 통해 법칙을 뛰어넘는 은혜를 마련하셨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 하더라”(1:14).

금에 불순물이 섞여 있으면 녹슨다. 순도가 낮은 금을 순도가 높은 금으로 만들려면 가열하고 두드려야 한다. 뜨겁게 가열한 후 두드리면 불순물이 떨어져 나가면서 순금으로 만들어진다. 사람도 가만히 내버려두면 점점 더 타락한다. 순금을 만들기 위해 열이라는 에너지를 가한 것처럼 사람의 영혼이 순수해지려면 연단이라는 에너지를 가해야 한다.

연단 받은 믿음을 소유한 사람은 무질서한 상태에서 질서 있는 상태로 변화한다. 영혼이 성장하고 순수해지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연단이라는 에너지를 통해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쫓을 때 영혼은 무질서에서 질서를 잡아간다. 영혼이 온전히 순수해지는 성화의 단계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만 한다. 열역학의 제2법칙인 쇠퇴와 무질서 즉 죄와 사망의 법칙을 거슬러 생명의 성령의 법칙에 이르는 것은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힘든 과정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자연의 법칙을 이길 수 있는 예수님의 보혈과 연단 받는 환경, 성령님, 빛에 대한 말씀을 주셔서 승리할 수 있는 모든 은총을 예비해놓으셨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순종하는 일이다. 자원하여 열심히 순종할 때 온전히 정결케 된다.

죄와 사망의 법칙을 거슬러 거룩한 하나님의 부르심에 힘써 응한 분이 계시다. ‘거리의 성녀로 불렸던 방애인(1909-1933) 선생님은 황해도 황주의 한 재산가 집안에서 장녀로 태어났다. 부모님이 황주읍 교회에 다녔던 까닭에 어려서부터 교회에 출석했다. 좋은 여건 덕택에 일찍 신교육을 받으며, 1926년 호수돈 여고를 졸업했다. 그해 4월에는 전주 기전여학교 교사로 부임해 사회생활에 첫 걸음을 내딛었다.

이때부터 무언지 모르게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언제나 주님의 지신 십자가를 맛보려고 했지만, 결국 영적 갈증을 해소하지 못하고 19293월에 전주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후 모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면서 신앙생활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형식적인 신앙생활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종교적 체험을 갈구하게 된 것이다. 부흥회에 참석하고 성경을 가까이 하며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아 헤매듯이주님의 은혜를 사모했다.

1930110, 마침내 눈과 같이 깨끗하여라는 주님의 생생한 음성을 듣는다. 그날이 참 나의 기쁜 거룩한 생일이라고 고백했다. 이후의 삶은 완전히 변화됐다. 19319월에 다시 기전여학교의 부름을 받고 전주로 내려갔다. 이전의 최고급 의상과 화장으로 꾸몄던 신여성의 모습은 사라지고, 대신 수수하고 검소한 여인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하나님 안에서 세상의 화려함이 아니라 영원한 속사람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삶의 방향도 완전히 달라졌다. 전도는 그녀의 삶이 되었다. 동료 교사들과 함께 전주 거리를 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모습은 전주 사람들에게는 낯익은 풍경이 되었다.

학생들에게는 사랑의 교사였고,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자들에게는 친구와 어머니가 되어 주었다. 그녀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상처가 치유되고 슬픔의 그림자가 떠나가며 새로운 생명력이 용솟음쳐 올랐다. 한편, 한센 병자들도 마다하지 않았다. 누런 진물이 흘러내려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24세의 처녀의 손으로 그들의 썩어가는 살결을 어루만지며 뜨거운 눈물로 기도했다.

주님! 이들의 죄를 용서하시고 주의 능력과 사랑이 제 손을 통하여 이 괴로운 병에서 구원하여 주옵소서. 이들에게 자비와 긍휼을 아끼지 마옵소서.’

간절한 기도는 상처로 깊은 골이 생긴 그들의 마음 깊이 그리스도의 씨로 심겨졌으며, 그들의 손등에 떨어지는 눈물은 그들의 썩어가는 살을 소생케 했다. 이처럼 시간과 장소와 상대를 가리지 않는 헌신적 희생과 사랑을 실천하는 그녀의 모습은 점차 성녀(聖女)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스스로 육신의 소욕을 쳐서 복종시키고 끊임없는 자기부인으로 말씀과 기도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건강의 악화로 장티푸스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193991일 전주에서 24세를 일기로 영원한 하나님의 안식에 들어갔다.

지금 이 순간, 순결과 사랑 그리고 기도로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믿음의 선진들을 본받으라고 주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영원히 쇠퇴하지도 마르지도 않는 말씀을 굳게 붙들고, 겉 사람은 후패하고 녹슬지라도 하나님의 생명을 얻기까지, 빛의 나라요 질서의 나라인 천국을 소유하기까지 주님을 힘써 갈망하자. 썩어 없어질 무질서한 세상을 거슬러 신의 성품에 참여하기까지 자기를 부인하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것만이 살 길이다.

박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