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화단에서 드리는 기도

올 여름은 유난히 덥고 길었습니다. 온난화로 기후가 변하는 게 분명합니다.

교회 5층으로 이사 와 맞는 첫 여름은 매우 강렬했습니다. 뜨겁게 달아오른 옥상은 사택을 찜질방으로 만들었습니다. 잠 못 이루는 밤이 2주간 계속되었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고민 중 떠올린 것은 차광막이었습니다. 그러나 펼쳐놓고 보니 시꺼먼 것이 외관상 좋지 않았습니다. 건너편 아파트에서 보면 흉할 것이 분명합니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붕을 씌울까 생각했는데 일거양득의 조언을 받게 되었습니다. 바로 옥상에 정원을 꾸미는 것이었습니다.

생각조차 벅찼던 그 일이 순식간에 진행되었습니다. 물질도 준비되고 마음도 의욕적이 되었습니다. 오래전에 교회에서 의논되었던 일이기도 합니다. 식사 후 교인들이 올라와 쉬면서 대화도 하고 조그마한 텃밭도 가꿀 수 있다면 좋은 일입니다. 건너편 아파트에서도 즐거울 것입니다.

그러나 감사함으로 시작한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몸 곳곳이 쑤시고 결렸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것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이것을 보고 즐거워할 성도님들과 어린이들, 그리고 목수이셨던 예수님의 청년 시절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톱질을 하며 나사를 박으며, 마루를 깔고 칠을 하며 계속 순간순간 기도했습니다. 주님과 함께 하는 기쁨의 정원이 되기를, 이곳에서 아름다운 천국의 교제가 있기를.

그제 일이 끝나갈 무렵, 어떤 자매님이 옥상까지 올라왔습니다. 교회를 다시 다녀보려 찾아오신 분이었습니다. 만삭이 되어 출산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음이 가난하다 하였습니다. 놀랍게도 바로 교회 앞 아파트 13층에 살고 있는 분이셨습니다. 우리가 일하는 것도 보았다 했습니다. 함께 진실함으로 기도했습니다. 옷은 페인트로, 땀과 먼지로 초라했지만, 옥상 정원에서 드리는 사랑의 첫 기도회였습니다.

뒷산이 보이고 한층 더 하늘이 가까운 이곳에서 이런 사랑의 기도가 많이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 삼삼오오 벤치에 앉아 편안한 마음으로 나눔과 섬김을 얘기하며 손잡아 기도하면 행복해질 일입니다. 밤이 되면, 때로는 평상에 누워 별들을 보며 주님 사랑을 고백해도 좋을 일입니다. 텃밭에는 각자 맘에 좋을 대로 주님 닮은 꽃들을 심고, 볼 때마다 우리 마음에도 심긴 주님의 꽃을 가꿀 수 있다면, 이 옥상 정원은 정말 하늘 정원이 되어갈 것입니다.

흙과 거름이 깔리듯 수고와 고난이 깔려 믿음과 신앙의 싹이 나고, 거룩한 사랑의 열매들이 맺어지면 이곳은 진짜 사랑의 정원이 될 것입니다.

오늘 밤에는 이렇게 기도하렵니다.

“주님, 이곳이 제자들과 함께 거닐던 사랑의 화원이 되게 해주세요. 깨끗한 회개와 아름다운 용서, 기쁨의 화해가 이루어지는 순결한 주님의 정원이 되게 해주세요.”

박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