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을 세우라

근무를 마치고 여느 때와 같이 26번 버스를 타기 위해 차에 올라탔다. mp3를 꺼내 주머니에 넣고 의자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찬양을 듣고 있었다. 두 번째 정거장을 막 지나는데, 갑자기 버스가 급정거를 하였다. 미처 대처할 틈도 없이 상체가 앞으로 튕겨져 나가면서 가슴팍을 의자손잡이에 세게 부딪혔다. 가슴이 욱신거렸지만, 순간 번개를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님의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해드린 나 자신에게 주어진 당연한 결과처럼 느껴졌다.

성경에 보면 대제사장이 입는 옷 중 하나님의 뜻을 물어 결정하는 흉패가 있다. 그 안에는 히브리어로 빛을 뜻하는 우림(Urim)과 완전함(Perfections)을 의미하는 둠밈(Thummim)을 흉패 안에 넣어 항상 가슴에 두었다(출28:30).

흉패 속의 우림과 둠밈으로 하나님의 뜻을 물어 결정하였기 때문에 흉패를 ‘판결의 흉패’라고 불렀다. 겉면에는 네 줄로 보석을 박았는데, 12보석이 3개씩 4열로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의 죽음을 앞두고 그에게 어떻게 여호수아와 제사장 엘르아살이 백성을 인도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지시할 때 사용한 것이 우림의 판결법이었다.

“그는 제사장 엘르아살 앞에 설 것이요. 엘르아살은 그를 위하여 우림의 판결법으로 여호와 앞에 물을 것이며 그와 온 이스라엘 자손 곧 온 회중은 엘르아살의 말을 좇아 나가며 들어올 것이니라”(민27:21).

아말렉 사람들이 남방과 시글락을 치고 성안에 있던 사람들을 사로잡아 갔을 때, 뒤늦게 알게 된 다윗과 그의 부하들은 망연자실 했다. 급기야 백성들은 다윗을 돌로 치려했다. 이 때 다윗은 하나님을 힘입어 용기를 얻고 아말렉 사람들을 뒤쫓기 위해 에봇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물었으니, 에봇에 있는 판결흉패를 이용했음이 분명하다(삼상30:7-8).

사무엘이 죽은 후 이스라엘은 영적공황상태가 되어버렸다. 블레셋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곡창지대이며 전략적 요충지인 이즈르엘 평원에서 대대적인 전투를 준비했다. 이 에 두려웠던 사울왕은 우림으로 하나님의 뜻을 물었으나,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으셨다(삼상28:5-6). 언제나 하나님의 뜻을 묻고 행하였던 다윗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위대한 왕이었다. 반면 사울은 아말렉을 진멸하라는 뜻에 불순종 했을 뿐만 아니라, 다급한 나머지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제사장만이 드릴 수 있는 제사를 자신이 드려 멸망을 초래했던 왕이었다.

이스라엘에서 만든 영화 『다윗 대왕』을 보면 사무엘이 이새의 집에 갈 때 우림과 둠밈을 가지고 갔다. 그리고 다윗의 형 7명의 아들에게 하나하나 우림과 둠밈을 대보았다. 빛이 없었다. 그러나 다윗에게 댔을 때 환하게 빛이 비췄다. 키와 신장을 보고 외모로 판단하는 사람의 기준과 달리 마음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의 판단은 달랐다.

우림은 빛을 내는 본체였다. 하나님께 판결을 물을 때 둠밈을 꺼내어 놓는다. 모두 13개의 보석이 된다. 우림(빛)은 흉패 안에 그대로 있다. 하나님께 물으면 하나님은 글자에 빛을 주셨다. 빛나는 글자가 자꾸만 바뀐다. 대제사장은 글자를 불이 켜지는 순서대로 적어 놓는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판결이었고, 하나님의 뜻이었다. 이 방법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우림과 둠밈의 모양이나 사용방법에는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의견들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우림과 둠밈의 용도이다. 그렇다면 우림과 둠밈을 흉패에 넣어 가슴에 품도록 디자인 하신 하나님의 의도하심이 무엇일까?

하나님 편에서 볼 때 우림과 둠밈을 주신 목적은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였고, 우림과 둠밈은 철저하게 하나님의 뜻만 나타내는 것이었다.

하나님께 묻는다는 것은 순종을 근거로 한다. 내가 판단을 해 놓고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의도를 하나님께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님의 의견을 중시한다는 것을 말한다. 철저하게 사람의 뜻이 배제된다. 우림과 둠밈에 하나님의 뜻이 나타나지 않으면 대제사장은 아무 결정도 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우림과 둠밈을 디자인 하신 하나님의 의도는 철저한 하나님의 뜻을 좇아 살게 하기 위함이다.

어떠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질문하고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의 뜻을 우선하고 모든 판단과 결정을 하나님의 의도대로 하기 위해서 하나님께 중심을 두고 있다면 그는 하나님의 인정을 받는 사람일 것이다. 하나님의 뜻을 묻고 좇아 행하는 사람은 빛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다. 바로 그런 사람에게 하나님은 큰일을 맡기시고 위대한 사역을 이루실 것이다. 그러므로 늘 우림과 둠밈의 흉패를 가슴에 품고 가는 하나님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림과 둠밈의 흉패를 가슴에 항상 지니고 살아가길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이번 사고를 통해 깨닫게 된다. 어떤 크고 작은 일이든지 하나님의 뜻을 먼저 묻고 행동해야 함을. 불완전한 나의 생각과 판단, 경험과 계획을 내려놓고 순간순간 하나님의 뜻을 앞세워 가야함을 알게 된다. 지금도 여전히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가슴의 통증이 있지만, 한걸음 한걸음 주님의 뜻 안에서 살아가길 원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느껴지기에 감사하다.

마음 한편에서는 예레미야 선지자의 경고의 메시지도 함께 들려온다. “유다의 죄는 금강석 끝 철필로 기록되되 그들의 마음 판과 그들의 단 뿔에 새겨졌거늘”(렘17:1).

다시 한 번 무릎을 꿇고 가슴을 치며 하나님 앞에 결단해 본다. 금강석 끝 철필로 나의 마음 판에 단단히 새겨진 온갖 죄악들을 말씀의 예리한 칼로 하나하나 도려내어야 하리라. 나의 판단을 버리고 말씀을 목에 걸고 곧은 목을 겸손히 낮추어야 하리라. 이 광야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성실과 사랑을 절대 버리지 말고, 네 마음 판에 말씀을 깊이 새겨야 하리라. 네 안에 악을 없애고 말씀을 깊이 새기기 위한 수많은 채찍을 가벼이 여기지 말고, 달갑게 받아야 하리라. 영적 전쟁의 승리의 비결은 내 뜻을 버리고 오직 하나님의 뜻을 좇아 행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리라.

깨어지고 부서지고, 피멍이 들어도 주님의 상처가 가슴에 깊이 새겨지기까지, 하나님의 뜻이 완전히 서기까지 쉼 없이 달려가야 하리라. 이 땅에서 행한 대로 판결이 내려지는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서는 그날을 늘 의식하며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구원을 이루어가야 하리라. 예수님의 열두 가지 생명의 빛이 나의 심령에 온전히 박혀서 하나님의 뜻만이 내 삶에 우뚝 세워지길 소망하면서.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