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인가 제자인가| 카일 아이들먼
책속에는 성찰이 있다. 자신의 실체적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신앙의 현주소를 깨닫도록 도와준다. “당신은 예수님의 제자입니까?”의 저자인 카일 아일드먼은 이것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질문이며,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난 이유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예수님의 제자라고 자처하는 사람은 많지만 예수님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나서도 제자라고 말할 사람은 많지 않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7장에서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고 가르치셨다. 그저 입으로만 추종하는 예수님의 ‘팬’인지 아니면 삶을 온전히 예수님께 드리는 ‘제자’인지를 돌아보게 하는 말씀이다. 
팬은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지지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말한다. 좋아하는 가수나 운동선수, 정치인들이 팬을 거느린다. 팬은 좋아하는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기록이나 스케줄, 신상정보를 훤히 꿰고 있다. 그러나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선수들의 모든 것을 다 아는 것 같아도 결코 개인적으로는 그들을 다 알지 못한다. 고함을 지르며 응원을 하지만 경기나 무대에서 결코 땀을 흘리거나 피를 흘리는 수고와 희생을 하지는 않는다. 팬은 단순한 열광을 진정한 헌신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다. 팬은 팬일 뿐이지 결코 선수가 될 수 없다. 책을 읽는 동안 나 자신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지며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만든 책이었다. 예수님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얼마나 따르고 있으며, 그분을 따르기 위해서 어떤 수고와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가?
이 책은 ‘제자’라고 생각하는 ‘팬’들의 착각들을 확실하게 깨뜨려버린다.
“우리는 뭔가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믿음은 단순히 머리로 받아들이거나 감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믿음의 대상을 실제로 따라야 진짜 믿음이다. 따르는 것은 고개만 끄덕이는 것이 아니라 손발로 움직이는 것이다. 교회가 ‘팬’을 양산하는 공장으로 전락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믿음의 메시지와 따름의 메시지를 분리하기 때문이다. 두 메시지를 분리하면 균형이 깨진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은 ‘나를 믿으라.’라는 말씀을 네 번 정도 하셨다. 그렇다면 ‘나를 따르라’는 말씀은 몇 번이나 하셨을까? 자그마치 스무 번 정도다. 따르는 것이 믿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그 둘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그 둘은 믿음의 심장과 폐다. 둘 중의 하나만 없어도 살아갈 수가 없다. 믿음의 메시지에서 따름의 메시지를 떼어 내면 믿음은 곧바로 죽어 버린다. 믿음과 따름의 이분법을 깨뜨리지 않는 한, 교회 안에는 언제까지고 ‘팬’만 득실거릴 것이다. 따름은 믿음의 일부이다. 진정으로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반드시 그 분을 따르게 되어 있다.” (p.40)
윌리엄 보든은 1800년대 말 수십억 달러 가치의 달하는 낙농회사의 상속자로 태어났다. 그는 예일 대학교와 프린스턴 대학원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윌리엄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그의 부모는 그에게 세계 여행을 권했다. 그리하여 유럽과 아시아와 중동을 여행하던 중 복음이 닿지 않는 곳으로 찾아가라는 부르심을 느꼈다. 그는 예수님을 위한 선교에 삶을 바치겠다는 편지를 부모에게 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성경책에 문장 하나를 남겼다.
“남김없이”(No Reserves). 윌리엄은 예수님을 따르려면 온전한 헌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의 강권으로 예일 대학에 들어간 첫해에 오직 주님만을 사랑하기로 결심했고, 한 친구와 함께 아침마다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모임을 시작했다. 그런 모임이 1,000개에 달했다. 졸업 후 성경책의 뒷면에 다시 한 문장을 썼다. “후퇴 없이”(No Retreats). 그는 세계 선교로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중국 간쑤성에 복음을 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중국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아랍어를 배우고 이슬람 지역 선교를 준비하기 위해 먼저 이집트로 건너갔다. 그런데 그만 그곳에서 척수막염에 걸리고 말았다. 그리고 한 달 뒤 스물다섯의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카이로에 묻혔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 그의 성경책 속에서 세 개의 마지막으로 하나의 문장이 발견되었다. “후회 없이”(No Regrets). 그의 죽음 후에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이 수천 명에 달했다. 그는 영원토록 예수님의 제자로 기억될 것이다.(에필로그 중에서)
이 책은 세 파트로 나뉘어있다. 가장 행복한 부르심은 나를 따르라, 가장 고통스런 부르심은 자기를 부인하라, 가장 충격적인 부르심은 와서 죽으라. 책을 읽으면서 예수님을 신실하게 따르지 못하고 자기 부인은커녕 주님 앞에 꼿꼿이 서있는 자아를 발견한다. 주님은 바로 ‘오늘’임을 말씀하시는데 ‘내일, 모레’로 미루며 억지 순종의 모습을 확인한다. “오직 믿는 자만이 순종하고, 오직 순종하는 자만이 믿는다. 두 문장은 다 같이 진리다.” 본회퍼가 말한 문장이 생각난다.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대가를 지불하고 전부를 드리는 삶을 산 ‘제자’에게 주님은 세상 전부를 소유한다 해도 결코 얻을 수 없는 가장 값진 하나님의 생명을 선물로 주신다. 책을 덮으며 윌리엄 보든의 ‘남김없이, 후퇴 없이 그리고 후회 없이’의 고백이 마음을 때린다.  

         
박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