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군대여 일어나 빛을 발하라

언제나 그렇듯 서운함과 안도감이 공존하며 청소년 영성 수련회가 끝이 났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그 이상의 것으로 채우시고 은혜 베풀어 주신 주님께 감사하다. 또한 한 영혼 한 영혼을 볼 때마다 작은 예수님으로 변화되어갈 소망으로 기대가 된다.

그들이 입술을 벌려 하나님을 찬양할 때, 빡빡한 일정 속에서 쏟아지는 졸음을 이겨내고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집중할 때, 힘들고 싫지만 선생님들의 말씀에 순종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때론 십대 특유의 고집쟁이들로 변모하곤 하지만, 그런 모습도 꿋꿋하게 성장통을 이겨내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우리 예수님께서 보실 때는 얼마나 기특하고 어여쁘게 보실까?

나도 그때가 있었다. 순수했던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 길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구체적인 인생의 계획은 없지만 주님께서 인도해주시는 삶을 살고 싶다고 간절히 소망하던 때. 그다지 크고 건설적인 고민은 없지만, 나름 고민하며 울고 찾았던 것들. 어렴풋이 철없던 고등학교 시절 나를 잘 챙겨주시고 사랑해주셨던 선생님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분의 성함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가끔 아이들 때문에 아프거나 혹은 기쁘거나 하면 그 선생님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선생님이 날 위해 눈물 뿌려 기도해주시고 사랑을 베풀어주셨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또 아이들의 영혼에 관심을 갖게 되지는 않았을까?

아이들을 항상 변함없이 주님의 사랑으로 뜨겁게 사랑하고 보듬어 주고 싶은데 난 여러모로 부족한 교사인 것 같다. 열심과 정성을 다하여 그들을 보듬지 못하는 뭔가 부족하고 엉성한 교사. 그들이 울 때 함께 울고, 웃을 때 함께 웃고 고민할 때 함께 고민해주는 그런 울트라파워 교사, 넓디넓은 그늘을 가진 느티나무 같은 교사면 얼마나 좋을까?

예수님은 완벽한 선생님이셨다. 열 두 제자에게, 많은 제자들에게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그런 스승이셨다. 때론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을 더 받고 싶어서 제자들끼리 옥신각신하거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주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셨다. 차별하지 않으시고 그 사람의 특성과 환경에 따라 눈높이를 맞춰주셨다. 의심 많은 도마에게는 실제로 옆구리를 만져보라고 하셨고, 충직한 베드로에게는 끝없는 신뢰를 보여주셨으며, 정직하고 사랑이 많은 요한에게는 세심한 베려와 관심으로 더할 나위 없이 채워주셨다. 결국 예수님을 판 유다에게마저도 끝까지 인내와 사랑을 보여주셨던 주님이시다.

그 주님이 교사의 진정한 모델이시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아파하면 함께 아파하시고 기뻐하면 함께 기뻐하셨으며 고민하면 함께 고민하면서 그 고민을 해결해 주셨다. 그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공급하시고 솔선수범하시면서 그들을 각자 작은 예수님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바치셨다.

수련회를 마무리하는 기도회 시간,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고 축복해주며 작별인사를 할 때였다. 한 아이 한 아이 눈을 바라보면서 꼭 껴안아주는데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다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아이들의 눈망울 속에는 선생님을 향한 무한의 감사와 사랑의 고백이 흘러나왔다. 사슴 같이 맑고 순수한 눈망울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이 아이들의 교사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깊이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아이들이 진리를 더 깊이 알고 삶의 변화를 결단하는 것을 보니 더 기도하며 기쁨과 설렘으로 나아가야겠다.

나에게도 몇 가지 숙제가 남겨졌다. 다음에는 좀 더 성숙하고 빛된 인격을 갖춘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만나야 할 것이다. 예수님께서 죄인들을 위해 이 세상에 빛으로 오셨고 빛을 발하심으로 어둠은 물러가고 그 빛이 이어져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제자들이 그 빛을 이어나갔고 교부들, 위대한 성자들이 그 뒤를 이어 어두운 세상에서 빛을 발했다. 우리 또한 한 영혼을 살리기 위해 빛을 발해야 한다. 그 빛은 생명력이며 사랑이며 착한 행실이다. 앞으로 이 어둡고 소망 없는 세상 속에서 예수님의 군사들로 빛을 발할 아이들을 보며 힘과 용기를 얻었다. 예수님의 군사들이여, 일어나 빛을 발하자!

허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