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그리스도의 편지로 시작되는 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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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그리스인들은 새로운 시간을 통해 주님이 무엇을 말씀하실까 귀담아 들어야 하는 출발선에 서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앞에 있다. 하늘로부터 주어진 시간이란 편지 위에 무엇을 기록해야 할까?


놋 땅의 주민들

창세기에 보면 타락한 아담과 하와가 가인과 아벨을 낳는다. 가인은 농사를 지어 여호와께 제사를 드리고, 아벨은 어린양으로 제사를 드렸다. 하나님은 아벨과 그의 제사를 받으셨지만 가인의 것은 받지 않으셨다. 가인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동생 아벨을 돌로 쳐서 죽이고 말았다. 결국 가인은 하나님 앞에 있지 못하고 에덴 동쪽 놋 땅으로 옮겨갔다.

놋은 히브리어로 유리하다, 방황하다란 뜻이 있다. 서로 사랑하며 더불어 살아야 할 형제를 경쟁의 대상으로 여기고, 나보다 잘 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제거해버린 인간의 비극적인 운명이 놋이란 지명에 반영되어 있다.

사랑의 관계가 무너진 자리에 대신 자리를 잡는 것은 근원적인 불안감이다. 이것은 창조주와 관계가 끊어지고 진노가 무서워 달아난 인간의 심리 속에 내재된 불안이다. 그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다 놋 땅의 주민들이다. 하나님을 상실한 이 시대는, 의식주 문화가 발달하여 예전보다 훨씬 더 살기 좋은 환경이 되었지만 도리어 마음은 점점 더 각박하여 타인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 적자생존과 무한경쟁에 내몰린 현대인들은 내면의 허전함과 불안감에 더욱 짜릿한 성적인 쾌락, 세상적인 재미와 오락, 인기와 명예로 채우려고 주님 밖에서 방황하고 있다.

주님께서 내가 너희를 사랑하듯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셨으니, 그 주님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은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교만한 놋 땅의 주민들이 아니다. 우리는 억지로 오리를 가자면 십리까지 동행하고, 원수도 겸손하게 사랑해야 하는 하늘의 주민들이다.

 

네 약함을 자랑하라

이효진(40, 예인건축연구소 대표) 씨는 세 살 때 아궁이에 끓고 있던 주전자를 엎어 얼굴과 손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어린 시절 파충류, 괴물 같다고 놀리는 아이들 때문에 늘 땅만 보고 다녔다. 20살이 되면 수술을 받고 나을 수 있다는 엄마의 말만 믿고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막상 대학에 입학한 후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왜 나만 이렇게 살아야 돼하는 의문과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그동안 믿어왔던 하나님이 원망스럽고 자신의 운명이 너무 서러웠다. 절망감 때문에 자살을 기도했지만 그것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자, 폭식증과 일 중독, 텔레비전과 영화 중독에 빠져 살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녀를 버리지 않으셨다. 2002년 힘겹게 하루하루 살던 중 누구보다 사랑했던 모친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다시 하나님께 무릎을 꿇게 되었다. 황폐한 신앙생활과 고단한 일상 가운데 친구의 권유로 참석한 말씀치유집회에서 주님이 그녀를 만나주셨다.

자신 안에 내재된 서러움이 복받쳐 성전이 떠나가도록 울고 또 울었고, 그 울음 끝에 세미한 주님의 음성이 들렸다. “내가 너를 너무너무 사랑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놀라지 말라. 세상 끝날까지 너와 함께 하리라. 너는 내 나라의 홍보대사 미스 헤븐이 되어 이 땅에 도래할 하나님 나라의 증인이 되어라.”

그녀는 진정한 하늘 미인, ‘미스 헤븐이라는 주님의 음성을 들으며 깊은 내면의 상처를 치유 받았다. 이제 화상 입은 얼굴이 자신에게 더 이상 어떤 슬픔이나 고통을 주지 않게 되었다. 주님께서 네 약함을 자랑하라.”고 하셨다. “내가 부득불 자랑할진대 나의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고후11:30). “이는 내가 약할 그때에 곧 강함이니라”(고후12:10). 그렇게 해서 간증집 네 약함을 자랑하라를 출간하게 되었다.

그러던 200912월 어느 날,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발신자는 미스터 헤븐이었다. 그녀의 간증집을 읽고 가슴이 뜨거워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김필겸(34) 씨가 보낸 것이었다. 김 씨는 대학시절 하나님을 만난 후 목회자가 되기로 서원했다. 당시 신학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다가 간증집을 통해 그토록 찾던 배우자가 바로 미스 헤븐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에게 화상 입은 그녀의 얼굴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20102, 그녀는 시부모님 되실 분들이 얼굴에 화상 입은 며느릿감을 허락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는 마음이 태산 같았다. 하지만 예비 시어머니는 그녀를 끌어안으며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께서 우리 집안에 효진 자매처럼 귀한 사람을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있어요. 아들이 효진 자매를 힘들게 하면 나한테 언제든지 말해요. 평생 애프터서비스 해줄게요.”

이런 만남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었다. 상견례 한 달 전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시부모님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간증을 하게 되었다. 김필겸 씨의 부모와 형제들은 그녀의 간증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아 이미 마음의 문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이 보내주신 미스터 헤븐과 그 해 1030일 결혼했다.

저는 아름다운 얼굴은 잃었지만 대신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은혜를 입었습니다. 예수님 없는 과거의 삶은 지옥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가정의 모델이 되고 싶어요. 저희 가정을 통해 위기의 가정들이 회복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스도의 편지

너희가 우리의 편지라. 우리 마음에 썼고 뭇사람이 알고 읽는 바라. 너희는 우리로 말미암아 나타난 그리스도의 편지니 이는 먹으로 쓴 것이 아니요 오직 살아 계신 하나님의 영으로 한 것이며 또 돌비에 쓴 것이 아니요, 오직 육의 심비에 한 것이라”(고후3:2-3).

우리는 하나님의 편지다. 세상은 우리를 통해 예수님의 뜻을 읽는다. 나는 한없이 약하지만 하나님은 약하고 없는 자를 들어 강한 자들을 부끄럽게 하신다. 그래서 우리의 약함은 하나님의 강함이 된다. 올 한 해 주어진 시간의 편지를 이웃과 나누며 정성스레 기록해 가려는 결심 위에 주님은 역사하신다.

소유나 직분, 재능, 업적, 잘난 것과 강함을 자랑하며, 나 중심과 이기심이 점철된 부끄러운 시간들이 있었다 해도 이미 지나갔다. 다시 그리스도의 편지가 되는 새해를 채워가야 한다. 우리의 약한 것을 통해 역사하시는 주님을 자랑하고, 이웃의 아픔과 상처를 공감하고 나누며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로 우리의 편지를 채워갈 수 있도록 기도하자. 우리 시간 속에서 주님이 영광을 받으시도록.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