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전쟁


지난 금요일, 극동방송에서 힘차고 경쾌한 찬양 한곡을 듣게 되었다. “기도전쟁”이라는 곡이었는데 제목도 퍽 인상적이었지만, “너 기도의 용사여! 기도를 멈추지 말지어다”라는 가사가 마음에 꽂혔다. 그동안 기도의 우물이 고갈되어 영혼에 금이 가 있는 줄도 모르고 이리저리 동분서주 뛰어다녔다. 마치 낡은 자동차마냥 부릉부릉 요란한 소리만 내고 주위에 시커먼 배기가스로 공기오염의 주범이 된 지도 모른 채 말이다. 또한 정욕의 노예가 되어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마귀에게 여기저기 얻어맞아 지쳐 있는 나의 모습도 동시에 비춰졌다. 마음에 강한 울림이 들려왔다. “주저앉아 절망하지 말고 기도의 전쟁을 선포하라. 기도의 불꽃을 피우라.”


기도의 삶

종교 개혁자로 알려진 마틴 루터가 부패한 종교를 바로잡기 위해서 그 일을 추진할 때, 너무나 위태로웠고 몹시 힘들고 바빴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고백하였다.

“지금 내가 맡은 일 때문에 시간이 너무 부족하구나! 하지만 나의 이 많은 업무와 막중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 이제 두 배로 기도하리라.” 그러고서 그는 강한 성이요 병기가 되시는 하나님 앞에 평소보다 더 많이 엎드려 기도하였다. 그 결과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을 단시간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으며, 마침내 종교 개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구약의 마지막 선지자 사무엘 역시 기도의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성전의 등불을 점검하며 기도의 불꽃을 피웠다. 미스바의 대부흥을 일으키고 이스라엘 백성들의 정신적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도 바로 기도였다. “나는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여호와 앞에 결단코 범치 아니하고 선하고 의로운 도로 너희를 가르칠 것인즉”(삼상12:23).

수많은 병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며 사랑의 선교회를 이끌었던 마더 데레사 역시 기도의 위력을 알았던 분이었다.

“나는 나만큼 하나님의 도움과 은총이 필요한 이가 또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때로 나는 한없이 무력하고 약한 자신을 느끼곤 합니다. 바로 이것이 하나님께서 나를 쓰시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나는 자신에게 기대할 아무런 힘이 없으니까 하루 24시간 내내 하나님만을 의존합니다. 만일 하루가 24시간보다 몇 시간 더 있다 하더라도 나는 아마 그 시간 역시 하나님의 도움과 은총을 필요로 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기도를 통하여 하나님께 매달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의 비결은 간단합니다. 기도하는 것입니다. 기도를 통하여 나는 그리스도와 사랑 속에서 하나가 됩니다. 나는 그분께 기도하는 것이 곧 그 분을 사랑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도하기를 사랑하십시오. 하루 중 자주 기도를 드릴 필요가 있음을 느껴보십시오. 기도를 드리면 마음이 커져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모두 담을 수 있게 됩니다. 구하고 찾으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마음은 하나님을 받아들이고, 그분을 당신 자신으로 간직하기에 충분할 만큼 커질 것 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르게 기도하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곧 실패하고 맙니다. 그것은 곧 실망하고 포기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기도를 잘하고 싶으면 더 많이 기도하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실패는 허용하시지만 절망은 원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우리가 좀 더 어린아이같이 천진스럽고, 겸허해지고, 기도 속에서 감사하며, 우리 모두가 늘 기도하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에 속함을 기억하고 싶어 하십니다.

우리는 완전함을 향해 가고 있으며, 그것을 끊임없는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매일 마음의 기도를 실천하는 것은 그 완전함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것입니다. 기도는 우리 영혼에 대한 생명의 호흡이므로 기도 없이 거룩해진다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행복한 기도

우리의 싸움은 혈과 육이 아니라 공중 권세 잡은 마귀이다. 영적 전쟁의 승리의 비결은 오직 하나님께 있다. 그러나 기도하지 않는 자는 결코 그 승리를 맛볼 수 없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은 일자체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기도를 하면 행복해지는 사람이다. 이는 기도를 통해 그 일을 성취해 가시는 하나님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일은 양에 있는 것이 아니라 빛의 열매를 맺는 데 있다. 하지만 기도하지 않는 자는 성령의 소욕보다는 육신의 소욕에 기울어지기 마련이다.

5만번의 기도응답을 받았던 조지 뮬러는 자신의 삶 가운데 기도의 시간을 잃어버리는 일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는 기도를 잃어버리는 것이 모든 재산을 잃어버리는 것과 동일한 것이라 생각하여 매일 기도에 깨어 있었다. 그 기도가 바로 자신의 영혼을 살리는 길이었고, 고아들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었다. “기도의 시간을 즐겁게 할애할 수 있는 자만이 삶의 진정한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자이다.”

“기도는 강물이 온종일 흐르며 들을 적시듯이 밤낮 없이 수도자의 삶에 스며들어야 한다. 아무 것도 하나님의 일보다 낫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한 성 베네딕토는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언제나 기도를 최우선으로 두었다.

기도는 단숨에 배우는 것이 아니다. 실제적인 기도의 습관과 꾸준한 훈련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아무리 과거에 기도를 많이 한 사람이라도 기도는 기도함으로 다시 배워야 하며 또한 계속 배워 나가야 한다. 기도를 항상 배우는 자만이 살아 있는 기도를 계속 드릴 수 있고 진정한 기도의 사람이 된다. 어느 순간, 어느 환경에서, 어느 사소한 일이라고도 무릎을 꿇는 사람이 하나님의 사람이다. 하나님은 기도하는 사람과 함께 하시며 함께 일하신다.

“내 주여, 나의 전부여!”라는 말씀을 되 뇌이며 밤이 새도록 기도를 하셨던 성 프랜시스는 그 기도의 불꽃을 통해 중세에 쓰러져가는 교회를 우뚝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죽음의 사선을 뛰어넘으며 한국 강토를 회개의 물결로 뒤덮이게 했던 이용도 목사님 역시 한번 무릎을 꿇으면 10일을 꼼짝하지 않을 정도로 끈질긴 기도를 드리며 기도전쟁에 뛰어든 분이었다. 아무리 바쁜 중에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엎드리어 기도의 불꽃을 피웠다.

“오, 주여! 나에게 육신의 평안과 생활의 평범을 거두어 주소서! 그리고 주께서 살으신 바 몸소 받으신 고난의 생활을 나도 당해 볼 수 있게 하소서! 그리하여 하늘의 영광과 기쁨을 얻게 하소서! 오, 주여 나로 하여금 모든 것을 끊어버리고 다만 주님과 주님의 십자가밖에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 것도 듣지 못하는 불구자가 되게 하소서. 아버지여! 나의 혼을 빼내시고 예수님의 혼을 넣어 나로 아주 미치게 하소서.”

기도하지 않으면 쉽게 지칠 뿐만 아니라, 메마른 광야를 달리고 또 달려야 하는 믿음의 경주를 끝까지 완주할 수가 없다. 기도는 우리의 영혼에 오아시스다. 영혼의 우물이 메마르면 그 어느 것에도 좋은 성과를 맺을 수 없다. 혹 자신의 만족은 있을지 몰라도 빛의 열매는 맺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는 무엇보다 기도의 사람이 되고 싶다. 더 이상 일만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기도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 자신의 연약함과 부족함 때문에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환경과 조건을 보면서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찾고자 쉴 자리를 찾을 것이 아니라, 나의 안일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다시 한 번 연단의 불구덩이로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의 전쟁을 선포하리라. “너 기도의 용사여! 땅을 흔들라.” 어디선가 주님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