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걱정 대신 기도합시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낸 지 24개월, 다시 미국에 왔다. 주부로서의 삶을 내려놓고 충전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이 편치는 않았다. 남편과 세 아이들에게는 더 큰 고통의 시간이었다. 제대로 된 음식도 먹지 못하고 예민한 사춘기를 엄마 없이 잘 견디어준 아이들이 고마웠다. 혼자 아이들을 돌보고 공부하고 일하고 허리까지 아프면서, 강한 연단을 받은 남편도 존경스러웠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기까지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처음엔 비자 만료 기간을 착각해서 연기되고, 비자 연장을 위해 서류를 준비하는 방법이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라 변경하느라 또 지체되었다. 남편의 미국 학교에서 해주는 비자 연장도 계속 차일피일 미루어져 겨우 허가가 떨어졌다. 그것을 국제 우편으로 받고 다른 구비 서류를 준비하여 신청하고, 비자 인터뷰가 연휴를 맞아 밀리는 바람에 당초 예상보다 늦어져 또 기다렸다. 가까스로 통과된 후에는 완성된 비자가 택배로 오기를 기다리고 그 과정에서 비행기 티켓 변경을 하려 하자 가격차가 너무 심해 요일을 변경하느라 또 연기하였다. 마지막으로 공항에서 체중계로 잰 수하물 무게가 너무 많아 조정하느라 하루를 공항에서 노숙까지 하였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은 내가 그들 품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 딸은 소리 내어 울기도 했고 남편은 수하물 무게로 하루를 더 연기해야만 했을 때는 급기야 화까지 냈다. 나중에 미국에 들어와 확인해보니 역시나 그것은 극도의 불안과 걱정 때문에 보인 반응이었다. 미국에 도착하면 이틀 후 곧바로 이사할 예정이었다. 그곳에서 새로운 일터와 새 학교, 새 교회, 잠깐이지만 어떤 두 분과의 동거, 그리고 입국 지연까지 겹쳐 가족들에게 이러한 모든 환경들이 걱정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크게 동요되지 않았다.‘이제껏 떨어져 살게 하셨는데 하나님께서 우리 가족을 계속 그렇게 살게 하지는 않으실 거야. 하나님께서 가족에게 주신 연단이 어느 정도 마무리하실 때가 된 것이 분명해.’라고 확신하였다. 미루어질 때마다 과연 하나님이 왜 이런 시간을 주실까?’하며 그 시간을 감사히 보내려고 노력할 뿐이었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14:1),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구하라”(4:6). 성경 곳곳에서 주님은 우리에게 염려나 근심을 하지 말라고 명령하셨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근심걱정을 많이 한다.

나도 모든 일들을 사사건건 걱정하며 불안해했다. 근심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은 나를 낙심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만들곤 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 손으로 너를 붙들리라”(41:10). 말씀을 암송하며 되뇌어보아도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불안의 구름이 일었다. 그 구름이 강해지면 내 마음속에 걱정과 불안의 세찬 빗줄기가 내리고, 태풍으로 내 삶은 무너질 듯 흔들거렸다.

내 마음의 창공에 어둠의 구름이 사라진 것은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는 말씀을 기억하고 두려움을 떨쳐냈다. 다시 절망이 밀려오면 그 말씀을 또 되새겼다. 무기력 속에서 억지로라도 말씀을 기억하며 주님의 도우심을 바라고 기도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여 주님을 의지한 결과 현재 나의 날씨는 늘 맑음이다. 그 비결은 바로 걱정 대신 기도하는 것이었다.

이사를 앞두고 우리 가족은 여러 번 가족회의를 하였다. 앞으로의 삶에서 우리가 새롭게 가져야 할 일과 태도에 대해서 의논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버리기 위해 함께 기도하는 시간도 가졌다. 가족회의에서 나는 이런 제안을 하였다. “앞으로는 걱정 대신 기도합시다. 아셨죠?” 우리의 미래에 일어날 어떤 상황에 대해 준비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하며 염려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돌보시지 않을 거라는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어떤 환경에서도 지키시고 보호하시는 분이시다. 하나님께서 내 속에 착한 일을 시작하셨고 주님의 시간에 완성하실 것이다.

우리가 겪는 모든 일들은 믿음에서 믿음으로 나아가는, 믿음의 완성을 위해 필요한 영적 훈련이다. 우리의 기대와 다르게 일어나는 일들조차도 하나님께서 우리의 악함을 제거하고 선함을 기르시기 위한 연단 과정이요, 필수적인 과정인 것이다. 하나님의 계획과 뜻 안에 우리를 순간순간 맡기며 나아갈 때 불평은 사라진다. 응답하신 것도 감사, 거절하신 것도 감사, 아픔과 기쁨도 감사, 절망 중 위로 감사, 나의 뜻대로 되지 않고 일이 연착되어 기다리게 하셔도 우리에게 필요해서 주신 것이니 기꺼이 감사할 수 있으리라.

기도를 해도 금방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우리는 종종 경험한다. 하지만 끈기 있게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위로와 힘을 주시고 어려움들을 헤쳐 나갈 용기를 주신다. 그리고 순간순간 염려와 근심을 떨쳐버리며 충실하게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친히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문제들을 깨끗이 해결해주신다. 기도는 하나님의 강함을 힘입는 은혜의 통로다. 기도는 내가 할 수 없을 때 하나님께서 일하시도록 맡겨드리는 신뢰를 쌓는 은혜의 탑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걱정 대신 기도를 가르치자. 모든 일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고 우리가 맞이하는 모든 상황은 하나님이 디자인하신 완벽한 퍼즐이다. 뜻하지 않은 상황들 속에서 불평보다는 순응하며 모든 일에 기도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자. 무릎 꿇은 부모 밑에서 무릎 꿇는 자녀가 나온다. 앞으로도 우리 마음을 흔들어 놓으려는 악한 영들의 훼방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도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하나님의 군대다. 근심걱정 대신 기도의 깃발을 꽂으며 이 광야 길을 계속 걸어가자. 하나님이 함께하실 것을 믿기에 언제 어디서든 든든하다.

강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