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느귀용의 『출애굽기 묵상집』 중에서

“하나님께서는 풍성한 지혜와 지식으로 우리에게 한 가지 비밀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뜻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이었습니다. 때가 되면, 하나님은 그 계획을 분명히 이루실 것입니다. 땅과 하늘에 있는 모든 것의 으뜸이 되신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가 될 것입니다”(엡1:8-10).

하나님의 뜻을 단번에 알고 싶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피조물 중에 유일하게도 인간들이다. 그 어떤 피조물보다 주님의 사랑을 많이 받고 창조 되었지만, 그 사랑을 배반하고 하나님을 대적하는 어리석음의 근원에 서 있는 것이 또한 인간이라는 피조물이다. 달콤한 것을 받으면 하하 웃으며 즐거워하지만 입에 쓰고 몸에 괴로운 것은 단번에 뱉어버리고 수시로 하나님을 원망하고 저주하기도 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출애굽 역사를 보라.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더 이상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치다 이를 불쌍히 여긴 하나님께서 모세의 인도로 출애굽을 하게 도와주시지 않는가. 그런데 가나안을 향해 가는 광야길 내내 얼마나 하나님을 대적하는가. 끝이 없는 듯 보이는 광야 길을 그만 멈추고 하나님의 시간을 보여 달라고 징징 운다. 어린아이처럼.

도대체 주님

2011년 5월 21일 ‘심판의 날(Judgment Day)’을 예언한 해롤드 캠핑(89)이 자신의 예측이 빗나가자 “실제 지구 종말은 10월 21일”이라고 둘러댔다. 신흥종교단체 ‘패밀리 라디오’ 창설자인 캠핑은 5월 21일 전 세계에서 선택받은 2억 명만이 ‘휴거’ 곧 신의 부르심을 받아 하늘로 올라간다고 주장했으나, 당초 약속한 21일에 심판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자 몹시 당황하고 혼란스러워 부인과 함께 한 모텔에서 숨어 지냈다고 23일 밝혔다.

자신의 추종자들로부터 기부 받은 수백만 달러를 미 전국 주요도시 고속도로 주변에 위치한 빌보드 5,000여개를 임대해 ‘심판의 날’ 홍보에 쏟아 붓는 등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 모았다. “5개월 후인 10월 21일 예수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재림해 심판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난 21일은 일반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심판의 날이었다”고 강변했다. 캠핑은 “5월 21일이 바로 그날이라고 알고 있었으나 우리는 심판의 날이 갖는 영적 의미를 미처 깨닫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5월 21일 그리스도는 확실히 재림했다고 여전히 큰소리치며 사람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10월 21일엔 ‘휴거’에서 탈락한 인간들이 불의 심판을 받아 멸망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잠시 술렁였지만, 역시 지나가는 해프닝에 그치고 만 사건이었다.

인간은 하나님의 때를 너무나 알고 싶어 한다.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은 하나님의 시간을 당최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워서 날마다 답답해하는 것이다. 오래 참고 기다리시며 참아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2천여 년이 넘게 받고도 말이다. 과정을 뚝딱, 생략하고 결과만 보여 달라고 아우성을 치며 수시로 하나님과 씨름 중이다. 내가 지금 왜, 이러한 일을 겪는지. 왜 저 사람과 불편해야만 하는지. 왜 이 환경이 나한테만 오는 것 같은지. 나는 왜 이 사람과 같이 일 해야만 하는지 등등. 왜, 왜를 외치다가 하나님께 뚝딱! 도깨비 방망이를 달라고 소리를 치며 떼를 쓴다. 그런데 하나님은 도깨비 방망이를 주시지 않는다. 잠잠히 각자에게 맞는 과정과 시간, 환경을 주시면서 가장 적절하게 연단하고 단련하시면서 왜를 풀어가고 깨닫도록 하신다. 그러면서 말씀하신다.

나의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며, 내가 너를 정금같이 빛나게 만들려고 한단다. 얘야!


언제입니까

우리는 예수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린다. 어서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소망하며 하루를 살고 있다. 그렇지만 그 날과 그 때는 우리의 계산속에서 앞당기거나 늦출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날이 오기를 소망하고 하나님이 지금 나에게 하시는 일들을 인정하는 일이 있을 뿐이다.

주님의 생각과 우리 생각이 다름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경험하는가. 그러나 그분이 주신 소망과 기대가 우리에게 멈추어 있는 한 우리는 그 안에서 또한 얼마나 충만하게 누리는 은총을 입는가. 조바심 내며 하나님의 시간을 당겨보려고 한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일은 하나님의 때에 이루어질 것이다. 나에게 맞는 시간과 과정이 지금 내가 겪는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명심하면 되는 것이다.

정신없이 변화하는 세상, 두렵고 떨림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많은 사건들. 그리고 나에게 일어나는 도대체 알 수 없는 일들까지. 정답은 하나님의 시간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며 계산하고 판단하고 고민한다 해도 하나님의 편에서는 주님의 시간에 맞추어 진행되는 중이다. 알아서 진행하고 계시니 주님의 때에 그 모든 것은 드러날 것이다.

하나님의 시간은 주님만이 아신다. 중요한 것은, 주님은 여전히 이 온 우주의 주인이시며 우리들의 주관자가 되셔서 통치하신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말씀으로 깨닫고, 기도로 참여하여 열매를 맺으면 그분과 연합하는 것이다.

주여, 어느 때 입니까? 때는 주님이 하실 것이다. 다만 내가 할 일은, 내게 주신 주의 약속을 온전히 신뢰하며 기다리는 일이 남았을 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소망하고 희망하는 일이 사람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가.

소망의 끝에 악착같이 따라다니는 나의 현실과 모습. 끝없는 인내를 가지고 살라시는 주님의 응답은 때론 희망 고문 같기만 하다. 그러나 끝없는 기다림 속에 지치지 않고 견디어 나가면 주님의 날은 반드시 임하리라. 안달하지 않으며 묵묵히 약속을 믿자. 거룩한 인내가 구원을 이룬다.

이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