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님이시여

핸드폰은 생활 속에서 편리함과 시간절약의 많은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걸어 다니면서도 통화할 수 있고,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정보검색이나 동영상을 즐기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긴급하게 전달할 사항이나 부탁할 일이 있으면 문자를 주고 받으며 의사를 소통할 수 있습니다. 또 은행에 가지 않아도 뱅크온 서비스를 이용해 계좌조회부터 이체, 입출금 등 은행업무도 볼 수 있습니다. 현금카드나 통장을 갖고 있지 않아도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통해 현금 자동출납기에서 휴대폰을 접촉하여 은행업무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교통카드 기능까지 핸드폰에 탑재시키면 대중교통 이용할 때도 그 편리함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신속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준 핸드폰의 공로를 치하하자면 할애된 지면이 부족할 지경입니다.
외출할 때 언제나 나와 동행하는 핸드폰을 챙겼는지 혹시 핸드폰을 분실하지는 않았는지, 혹 핸드폰을 떨어뜨려 충격을 주지는 않는지 노심초사 핸드폰의 거동을 살핍니다. 나의 삶의 동반자인 핸드폰에 액세서리를 부착시켜 주고, 바탕화면과 옷 입히기에 신경을 쓰고, 긁힘을 방지하지 위해 작고 앙증맞은 집을 마련해 주기도 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서로 핸드폰 번호를 주고받고, 적정한 대화의 소재가 없을 땐 핸드폰 얘기를 하며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여주며 서로를 알아갑니다. 핸드폰도 유행을 타서 유행이 다 지난 핸드폰을 꺼낼 땐 용기가 있어야 하고, 신세대 감각적인 핸드폰을 꺼낼 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멋스럽게 핸드폰을 꺼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내고 있는 핸드폰을 시시각각 들여다보며 혹시 부재중 통화가 왔었는지, 문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진 않았는지를 확인합니다. 여러 사람과의 대화 중 대화의 내용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땐 괜히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어색함을 달랩니다.
알게 모르게 핸드폰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됩니다. 주님과 대화할 시간에, 주님과 동고동락 할 그 시간에, 어느 새 핸드폰은 주님의 자리를 가로채고 있었습니다. 주님을 바라볼 시간에 핸드폰을 보고 두려움과 걱정거리가 있을 때 주님께 얘기하는 대신 핸드폰으로 다른 사람에게 삶의 보따리를 풀어놓기 바빴습니다. 나의 내면을 살피고 심령을 관리해야 하는 시간에 핸드폰을 관리하고,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를 잃어버리고 핸드폰을 보배처럼 우상화시켰던 자신을 돌아다보며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핸드폰 집착증, 핸드폰 불안증에서 자유로워지길 소원합니다.
핸드폰이 내 영혼의 성장과 성숙을 막는 장애요소라면 이제는 핸드폰과 거리를 두어야겠습니다. 삶의 불편함이 오히려 영혼에는 유익이 될 수 있습니다. 영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만큼이나 아끼고 사랑하던 핸드폰 사랑을 절제하고 자제해야 되겠습니다. 믿음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핸드폰을 우상시하던 것을 멀리하고, 순간순간 주님과 대화의 줄을 끊지 않으면서 주님의 도우심을 바라고 동행하기를 즐겨하며 기뻐하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핸드폰은 무료통화가 한정되어 있지만 기도는 한 번 가입하면 평생 무료통화의 혜택을 맛 볼 수 있습니다. 핸드폰은 거리나 장소에 따라 통화가 안 될 수 있지만 기도는 어디서나 통화가 가능합니다. 핸드폰은 비행기나 공공장소에서 통화가 제한되지만 기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허용됩니다. 핸드폰은 한 번에 한 사람과만 통화할 수 있지만 기도는 한 번에 많은 사람이 통화할 수도 있습니다. 핸드폰의 사용내역이 통신회사에 기록으로 남아 청구서로 날라 오지만 기도의 사용 내역은 하늘나라 금향로에 담겨 보관되고 상급으로 쌓입니다. 핸드폰의 침묵은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기도할 때의 침묵은 주님께서 다 알아서 접수해 주십니다. 핸드폰의 업그레이드는 사람의 시선을 끌지만 기도의 업그레이드는 하나님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핸드폰은 받는 사람이 부재중일 때 통화가 불가능하지만 기도는 하나님께서 항상 기다리시다가 즉시 받아주십니다.
때로는 주위에서 핸드폰을 빠트리고 와서 당황해 하거나 분실을 했을 때 매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정작 영혼의 생명줄인 기도를 잃어 버렸을 때는 무감각하게 살아갈 때가 참 많습니다. 기도의 부가가치는 그 누구도 측정할 수가 없습니다. 혹 우리의 영혼의 배터리가 깜빡거리고 있지는 않은지요? 매순간순간 기도로 영혼의 배터리를 충전해야 겠습니다. 기도의 안테나가 잘 서 있는지 다시 점검해 보아야겠습니다.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