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는 자가 누리는 축복, 복음의 씨

최근 프놈펜에서 남쪽으로 50킬로 떨어진 시골에 교회를 하나 더 개척하게 되었다. 마을 이름은 뻘뽕 인데 껀달 주 도청소재지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아주 외딴곳이고 수도시설도 없는 열악한 환경의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프놈펜은 주로 사역자를 양성하는 센터로 운영하고, 시골에 교회를 새롭게 개척해서 그곳에 프놈펜 새소망 교회에서 양성하고 있는 현지 사역자를 세우는 전략을 구상하고 기도 하던 중 주님께서 아시고 이제 첫 출발로 인도하여 주신 것 같다.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어느 선교사가 그 쪽에 두 개의 교회를 개척할 욕심으로 시작 했는데 준비 부족으로 힘에 겨워 결국 포기하게 된 곳이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 단계이고 아무 것도 준비 된 것이 없다.

예배는 마을의 어느 집 마당을 일 년치 임대료 450불을 주고 주일오전 예배와 목요일 낮 구역 예배를 드린다. 주일 예배는 대부분 어린아이들인데 많게는 150명까지도 몰려와서 예배를 드리고 있고 목요일에는 주로 어른들을 중심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예배를 드리는 공간은 캄보디아 전통가옥인 나무로 만든 집의 일층 맨 바닥이다. 이곳은 우기에 비가 한꺼번에 많이 쏟아지면 물에 잠길 것을 대비해 네 귀퉁이를 높이 세워서 그 위에 목조 가옥을 올린다. 그 집 아래에 있는 맨 바닥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 앉아서 예배를 드리는 데, 주변이 다 터진 공간이라 집중이 안 되고 주위가 산만하다.

지난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뒤에서 동네 할머니가 담배를 피우면서 왔다 갔다 하면서 방해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예배당을 건축하는 것이 기도제목이 되었는데 마침 그 집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에게 자기 집 바로 옆 땅을 사라고 재촉한다. 자기들이 빚이 있는데 그 땅을 팔아야 조금 형편이 펴 질수 있다고 하소연 하는 것이다. 아무튼 이곳 사람들은 우리 한국 선교사가 나타나면 하나 같이 돈 얘기를 하면서 어려운 사정을 호소한다.

지금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구원의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의 교회가 세워지도록 기초를 놓아 주는 것이다. 주일 예배를 인도하면서 씻지도 못하고 옷도 제대로 갖추어서 입지도 못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어린아이들을 바라보면 정말 내가 선교현장에 나와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예배를 마치고 나면 빵을 간식으로 하나씩 나누어 주는데, 주일 아침에 그 마을에 가는 도중 시 외곽의 도로변 옆에 빵집에서 미리 예약해서 구입을 한다. 그 빵을 받으러 오는 맛에 온 동네 애들이 다 모여 오는 것이다. 심지어는 어른들도 빵을 하나 얻기 위해서 뒤에서 기웃 거리다 얻어 가기도 한다. 한 번은 빵이 부족하여서 받지 못하게 된 어떤 할머니는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자기는 한 번도 빵을 받지 못했다고 항의를 하는 것이다.

주일 오전에 뻘뽕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부리나케 차를 몰고 다시 프놈펜으로 돌아와서 새 소망 교회에서 12시에 예배를 인도하게 되는데, 늦지 않게 제 시간 안에 돌아와야 한다는 부담감에다 도로상황이 복잡하고 오토바이들의 무질서한 통행 때문에 한번 다녀오게 되면 긴장을 하는 탓에 엄청난 피로가 몰려오면서 기운이 쇠진해 버린다. 그래도 예배시간에 주님을 의지하고 다시 말씀을 전할 때는 나도 모르게 새 힘이 솟아나면서 피로가 사라져 버린다.

눈에 나타난 것이 없다 할 찌라도 싹이 나서 자라게 하시고 열매를 거두실 분은 주님이시다. 아무리 황량하고 메마른 사막이라도 주님께서 그곳에 비를 내려 주시면 싹은 돋아나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이곳이 비록 영적으로 사막과 같은 곳이라도 성령의 비가 내리면 큰 역사가 일어 날줄 믿는다. 그러나 씨를 뿌리지 않으면 어떻게 날 수가 있으며 열매를 기대할 수가 있단 말인가.

묵상을 할 때 이곳에서 복음을 들어보지 못한 영혼들에게 씨를 뿌리는 사명을 부족한 나에게 주신 것을 생각하면 깊은 감사가 우러나온다.

캄보디아의 외딴 마을에서 아무도 함께하는 이가 없어도 주님나라에서 받을 상급을 바라보게 하시고, 묵묵히 복음의 씨를 뿌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무한 감사를 드린다. 그것을 생각하면 비록 더위로 인하여 지치고 육체는 점점 쇠잔해져도 다른 어떤 위로보다도 큰 위로가 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눈을 번쩍 뜨고 주님께 충성을 다짐 하게 된다. 천국에 계신 주님을 바라보는 것이 나를 이곳에서 견디게 하는 유일한 힘이다.

오랜 세월, 거짓 종교와 미신을 숭배하며 살아온 이곳의 영혼들이 얼마나 큰 무지에 빠질 수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며 그들에게 생소한 구원의 복음을 전하고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절감한다. 하나님의 전적인 도우심과 능력이 함께하지 않고서는 결코 감당 할 수 없는 것이 선교라는 사실을 온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선교사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마귀의 방해가 나타나지만, 그러한 것들은 이미 각오한 바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전능하신 주님께서 바로 위에서 보고 계시니 두려워 할 것이 하나도 없다. 다만 혹시라도 내가 영적으로 바로 서지 못하여 넘어질까 그것이 두렵다. 그래서 늘 두렵고 떨림으로 나의 내면의 골방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서 주님만 사랑하고 의지하게 도와주시라고 기도드린다. 가장 성공적인 선교사역은 내가 얼마나 주님을 의지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미련한 나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복음의 씨를 뿌리는 것은 참으로 복된 일이다. 이 세상이 다 지나고 나면 씨를 뿌리고 싶어도 더 이상 뿌릴 수 없는 때가 올 것을 알기에, 그 때가 오기 전에 한 영혼에게라도 또 어느 곳에 가서라도,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의 복음의 씨를 뿌려야 한다.

박용환 선교사(캄보디아 프놈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