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선교]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선교를 하러 나온 이후에 그리워하던 고국을 한 달 남짓 다녀오게 되었다. 몇 달 전부터 사모가 치아 통증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믿고 치료받을 만한 병원이나 의사도 없고, 나 자신도 좀 쉬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해서 며칠 전부터 한국에 들어 갈 준비를 하였다. 고맙게도 유치원을 세워서 선교하러 오신 장로님 부부께서 직접 공항까지 배웅해 주셨다.

늦은 밤 자정쯤에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가슴이 설레면서 묘한 느낌이 들었다. 옛날 군대에 갔을 때 첫 휴가를 받아서 나오는 기분 같기도 하고 아무튼 어떻게 표현하기가 어렵다. 기내에서 눈을 감고 있어도 잠이 한숨도 오지 않았다. 동이 트는 이른 아침 비행기가 공황 활주로에 착륙하기 위하여 서서히 저공비행을 하는 사이 창문으로 멀리 인천 시내가 보였다. 공항 주변의 가로등이 밝게 켜져 있는 도로로 장난감같이 보이는 차들이 씽씽 달리는 모습을 보니 감개가 무량하다 


공항에 도착하여 대합실로 걸어 나오는데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을 실감케 된다. 가난한 나라에 있다가 세계 최고의 공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초현대식으로 설계된 공항 시설들을 바라보니 갑자기 마음에 자부심이 밀려온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지구상에서 작은 나라에 해당하는 대한민국에 복 주신 것은 마지막 때 선교하는 국가로 쓰시기 위하여 영육 간의 복을 물 붓듯이 부어주신 것이리라. 이 세상 모든 나라의 흥망성쇠가 하나님의 권세에 달려 있으니 말이다. 이 귀한 복을 영혼들을 구원하는 선교에 힘써 온 세상 만국에 복음이 땅 끝까지 전해지는 날이 속히 이루어지길 소망해본다.

그리웠던 가족과 반가운 얼굴들도 만나보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볼일을 보는 가운데 한 달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명분은 쉬러 왔지만 예기치 않게 친척집에 의존해 있던 아들이 그 집에서 나와야 하는 바람에 월세 방을 하나 얻어서 이사를 하느라고 쉴 틈이 없었다. 이삿짐을 정리하고 운반하면서 언제나 이 지겨운 이사를 마감할 수 있을까 탄식이 절로 나온다. 어차피 인생은 나그네길이라고 하지만 좀처럼 하지 않았던 기도를 드려본다.

주님, 이제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힘이 없어서 이사를 다니기가 어렵사오니 아예 제 소유의 처소를 하나 주옵소서. 그렇지 않다면 캄보디아에서 죽도록 충성하다 그곳에서 부름 받아 주님 나라 가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어떻게 받으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의 가는 길은 하나님의 뜻대로 되어지리라. 캄보디아에서 그토록 그리웠던 고향땅인 한국에 돌아와도 마음 놓고 쉴 곳이 없다. 주님 계신 저 천국이 더욱더 그리워진다. 차라리 어서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가고픈 마음에 거기서 죽도록 충성을 바치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나오지 않으리라 다짐도 해본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캄보디아의 사랑스러운 믿음의 아이들이 보고 싶고 그리워진다. 고국이라서 가면 평안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왔지만 막상 와서 지내보니 오히려 마음이 안정이 안 된다. 이제 내 집은 한국이 아니라 캄보디아다.

다시 돌아와 보니 비록 날씨는 덥고 한국보다 삭막한 주변의 환경일지라도 정겨운 마음이 든다. 동시에 이들을 사랑하고픈 마음이 이전보다 더욱 강해짐을 느낀다. 주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영혼들을 향하여 모든 것을 베풀며 복음을 증거하고자 하는 마음이 새롭게 불타오른다. 마치 군인이 마지막으로 치러질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하여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을 가다듬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듯하다. 하나님께서 첫 번째 귀국 휴가를 통하여 영적으로 새로운 깨달음을 주시고 나의 마음을 새롭게 하신 것에 감사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새로운 각오가 불끈 솟아난다.

주님, 보잘 것 없는 죄인에 불과한 저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가 너무나도 큽니다. 이제 저의 인생 가운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나의 생명이 다하도록 주님께서 명령하신 복음전파의 사명을 완수하겠사오니, 이곳에서 필요한 모든 능력과 지혜와 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주시옵소서.”  


처음에 왔을 때는 별로 준비된 것도 없이 허둥지둥 정신없이 들어와서 그동안 오로지 언어공부에만 치중하였다. 그러다가도 때때로 이곳 선교사역에 대한 회의감과 한국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서 적당한 때에 한국으로 돌아갈까 하는 고민도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미련이 사라지고 서서히 나의 달려가야 될 목표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인내해주신 주님께 나의 남은 모든 생을 바치는 것이리라.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복음 증거의 사명을 완수함에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겠노라고. 이전과 달리 사도 바울의 고백이 나의 뜨거운 고백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모든 필요를 아시고 미리 예비하시고 풍성하게 공급해 주시는 선하신 주님께 찬양을 드린다. 저만치 사모와 사랑스런 딸 같은 김생이 주일 예배 시간에 부를 찬송을 함께 연습하고 있다. 왠지 모르게 귀에 익은 나의 모국어처럼 들린다.

 


캄보디아 박용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