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의 불을 지피는 자        
   

c4afbab8b5f0bec63.jpg얼마 전, 캄보디아 최북단 지역인 쁘레아 뷔히어주를 다녀오게 되었다. 프놈펜과 400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자동차로 6시간 정도 달려가야 한다. 태국과 맞닿아 깊숙이 박혀 있는 국경 지역이라서 치안이 불안하여 한국 대사관에서 여행 자제구역으로 분류된 지역이다.

쁘레아 뷔히어주를 방문한 목적은 과거 우리 교회에 출석했던 한 자매의 부모님이 그곳에 살고 계시는데, 그 마을에 교회를 세워서 복음을 전하고 싶어 하는 현지인 목사가 있다는 연락이 와서다. 직접 가서 교회 개척은 못해도 그를 통하여 그 지역에 교회를 개척할 수 있겠다 싶어서 만나보기로 한 것이다. 도착해서 인사를 나누고 그의 가족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데 설교 전에 본문을 읽기 위해 에베소서를 펼쳤다.

그런데 목사라고 하면서도 에베소서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몰라 성경을 한참 뒤적거렸다. 이곳 분들의 수준이 그렇기도 하지만 조금은 실망이 되었다. 예배를 마치고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데, 자신의 고향은 멀리 떨어진 따께오 주인데 이곳과는 정 반대 지역이다. 복음을 어린아이들에게 전하고 가르쳐주고 싶어서 오게 되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핍박한다고 하였다.

쁘레아 뷔히어주는 불교와 특히 브라만교가 많은데 모두 인도에서 전래된 고대 종교다. 주변의 숲속에 가보면 고대 브라만사원 유적지가 많다. 그런 마을에서 주님의 일을 하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업으로 모토 돕을 한다 하였다. 일명 오토바이 택시인데 사람을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돈을 받는다. 보통 수입이 일정치 않지만 대략 하루 수입이 4달러도 안 되는 것으로 안다. 현재 자신이 거주하는 목조 가옥은 어느 NGO 단체에서 4천불을 지원해 주어서 자신이 손수 지어서 생활도 하고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였다. 고백하기를, 자신은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어린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쳐 주고 싶은데, 마땅한 공간이 없어 집 옆 빈 땅에 조그만 건물을 하나 지어서 그곳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 하였다.

헤어질 때에 이백 불을 드리니 그 돈으로 어린 아이들 앉을 책걸상을 만들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매달 백 불씩 지원해줄 것을 약속하고 돌아오게 되었다. 또한 나중에 형편을 봐서 제대로 된 예배당을 건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까 한다. 그런데 돌아와서도 마음 한구석에 전적으로 신뢰가 안 가는 부분도 있지만 주님께 맡기고 기도해 주기로 하였다.

요즘 가면 갈수록 기도에 갈급함과 목마름을 느낀다. 아무리 말씀을 잘 준비하고 전해도 결국 회개와 변화시키는 권능은 성령님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선교도 성령의 불길 같은 부흥의 역사가 일어나지 않고는 빛을 볼 수 없고, 그저 평범한 목회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께오 주에 사역하고 있는 한 한인 선교사의 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러시아에서 십년 이상 사역하다가 더 이상 법적으로 체류가 불가능하게 되어 오셨다 한다. 그분은 러시아에 있을 때에 추운 어느 겨울에 난방용 땔감을 구입하러 가게를 갔더니, 가게 주인의 말이, 화력이 제일 좋은 나무는 십년을 그늘에서 말린 나무라고 귀띔하면서 그 나무를 주더라는 것이다. 집에 와서 불을 지펴보니 단지 그 장작 하나만 난로에 넣어도 다른 나무와는 다르게 온 방안이 뜨거울 만큼 화력이 좋고 오래 타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순간 영감이 떠오르는데 그래 맞아. 선교사는 바로 이런 장작이 돼서 불을 지펴야 해.’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는 것이다.

나도 그 말을 듣는 순간에 강한 공감과 함께 그 의미가 한 층 깊게 깨달아졌다. 선교사들은 단지 복음만 전하는 자가 아니라 부흥의 불을 지피는 자가 되어야 한다. 이 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온 지 백년이 되었다지만 아직 성령의 불 같은 역사를 경험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가 희생제물이 되고 부흥의 밑거름이 되어야 함을 강하게 느낀다. 우리가 그저 복음만 전하고 설교하고 끝난다면 우리와 이들이 다를 것이 무엇인가. 이들에게도 성경이 있고 목사가 있다. 주님께서 우리를 보내신 것은 말씀만 전하는 것이 아니고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는 부흥의 불길을 지피기 위함이다.

나는 그 현지인 목사에게 특별히 기도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였다. 교회의 영혼을 돌보는 영적 지도자가 되었다면 하루에 적어도 두 시간 이상은 기도에 전념하라고 당부하였다. 그리고 나도 먼저 그를 위해 기도해주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우리가 보내준 돈으로 생활비에 보태고 모토 돕하지 말고 기도와 전도에 최선을 다하라고 전화로 한 번 더 강조할 참이다.

캄보디아 헌법 11항에 캄보디아는 불교국가로 명시하고 있다. 이 나라에는 절마다 부처의 은혜에 감사하는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들린다. 우리도 조상들처럼 신실한 믿음을 가진 자가 되게 하소서.”라는 가사가 있다. 만약에 내 설교가 밖으로 퍼져 나가서 이 나라 총리의 귀에 들어간다면 불교 모독죄로 추방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나의 사명은 무지한 이들에게 참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만이 참 진리이심을 선포하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진리를 선포한다 해도 진리의 영이신 성령님이 함께해 주셔야 하겠지만.

요즘 나의 유일한 간구는 전파하는 말씀을 통하여 이들에게 성령의 불을 내려주소서.”이다. 지금 우리에게 성령의 불길이 임하여 그로 말미암아 회개하고 각성하는 은총 이외에 또 무엇이 더 필요한가?

박용환 목사(캄보디아 프놈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