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소동


우리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쨘니라는 자매는 시골에서 올라와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늦은 나이에 프놈펜대학에 재학 중이다. 교회에 출석한 이후 성실하고 믿음이 있어 보여서 시골 뺄봉교회 주일 예배 설교자로 세웠다. 그곳은 대부분 어린이들이 모이고 또한 두 교회를 감당하기가 버겁기도 하여 사역자로 훈련시킬 겸 주일학교 예배의 설교를 맡겼다. 근래 들어 이 자매가 겪고 있는 환경을 자세히 살펴보니 하나님께서 연단하시고 계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결혼을 하기로 한 남자가 있는데 직업은 고등학교 물리 교사이다. 영어도 잘 하고 학자적인 자질이 있는 인재다. 프놈펜에서 동북쪽으로 100킬로 떨어져 있는 캄뽕 톰이라는 주에 있는 학교에 근무하는데 요즘은 믿음이 생겼는지 거의 주마다 주일예배를 참석하고 있다. 문제는 이 남자 쪽 집안에서 이 자매와의 결혼을 적극 반대를 하고 있다. 결혼을 할 시에는 부모가 아들과 절교를 하겠다고 선포를 했다. 이유는 자매의 집안이 아주 가난하고 장래 직업도 유망하지 않아서 허락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캄보디아도 결혼 상대자를 선택할 때 가정 형편이나 학력 등 경제적 조건을 많이 따지는 것 같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가 애정을 깊게 쌓아 온 터라 결혼을 하기로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그런 이유로 인하여 요즘에 둘은 마음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한번은 밖에서 일을 보고 있는 사이 멀리 캄뽕 톰에 있는 메아까라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그 자매가 지금 자살을 할지도 모른다며 급히 심방을 해줄 것을 요청하는 메시지였다. 뭔가 잘못 알고 보낸 것은 아닌지 황당하기도 했지만, 이곳에서도 가끔 자살 사건이 있으므로 마음이 불안하여 부랴부랴 차를 몰고 달려갔다. 그 자매가 세 들어 살고 있는 자취방에 들어가 보니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었다.

남자집안의 가족들이 씨엠립에 있는 다른 부자 집 아가씨와 거의 강제로 선을 보게 하려고 메아까라와 함께 가려고 하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이 자매가 만약에 선을 보게 될 경우엔 혼자 죽어 버리겠다고 울면서 전화를 한 것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도 그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고 하였다. 집안 어른들의 성화에 못 이겨 다른 여자와 선을 본다는 일로 서로 다투고 난후 그 자매의 집을 나와 직장으로 가는 도중, 주유소에서 오토바이에 기름을 넣고 있는데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어 헤어진 자매의 방으로 되돌아갔는데, 천장의 철 구조물에 목을 매달기 위하여 줄이 달려 있었다.

천장이 꽤 높아서 그 자매의 키 높이로는 도저히 거기에 줄을 메달 수가 없고, 주변에 발을 딛고 올라 설만한 물건이나 도구도 전혀 없는데 마귀가 그 자매의 귀에 무슨 말을 속삭이면서 줄을 매달게 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마귀의 역사인 것이다. 그래서 메아까라는 그 자리에서 아주 확실한 영적 경험을 하면서 두려운 마음이 들어 두 시간 가까이 무릎을 꿇고 하나님 앞에 기도를 드렸다고 하였다. 그 사건 이후로 이 메아까라는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마귀가 존재한다는 영적 체험을 확실하게 한 것이다. 그 후부터 성경도 더 열심히 읽고, 며칠 전에는 세례를 받고 싶다고 요청을 하였다. 그래서 금년 부활주일에 세례를 주기로 하였다.

그 자매는 자신과 결혼하기로 한 남자에게서 혹시 버림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몸이 약하여 잦은 감기로 고생을 하였다. 때로는 오토바이에 기름을 넣을 단돈 1달러가 없어서 쩔쩔매는 경제적 어려움을 당하면서 연단을 받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믿음을 강하게 하시려고 단련하신다고 고백을 하기도 하고, 불교와 우상숭배가 만연한 이 나라에서 자신은 더 이상 절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든지, 화를 냈을 때 회개를 한다고 고백을 하였다. 이들을 바라보면서 하나님께서는 여지없이 이곳에서도 택하신 백성들은 은과 금과 같이 연단하심을 보게 된다.

사실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여기에서 하는 일이 별로 없다. 그저 지금까지 항상 해왔던 일 즉 영적으로 유익한 말씀을 공급하여 이들이 예수님을 깊이 아는 축복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뿐이다.

지난주 예배도 예수님을 깊이 알기 위해서는 각자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고 고난을 받아야 한다고 힘주어 설교를 하였다. 그 부분을 설교할 때 성령님의 도우심인지 모두의 얼굴빛이 진지하고 심각해지는 것 같았다. 내가 주님을 위하여 십자가를 잘 짊어지고 고난도 더 많이 받고 그렇게 설교하면 오죽 좋을까 만은 죄송하게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그저 말씀만 공급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중요한 일은 주님이 다 하신다.

그 일은 환난 속에서 자신의 연약함과 허물을 깨닫고 회개하여 거룩한 하나님의 자녀가 되도록 연단하신다. 만약에 주님이 주시는 연단이 없다면 그 누가 자신을 세상의 불결한 것에서 깨끗케 하고 천국에 들어갈 준비를 할 수 있을까 이 지구상에는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없다.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주님께서 다 해 주시고 계시니 그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나는 그저 심부름하는 정도의 수고지만 주님께서는 영혼이 익어 가게 하시는 가장 귀중하고 복된 일로 마무리 짓고 계신다.

이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서 바라 볼 때 느끼는 점은 타락한 인간의 본성은 다 똑같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고 세상과 멀어지기 위해서는 환난 속의 연단이 꼭 필요한 것이다. 나는 이들이 연단 받는 것을 보면서 마음에 감사와 함께 안심이 된다. 왜냐하면 연단은 하나님의 자녀에게만 주시는 사랑이 듬뿍 담긴 최고급 선물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랑의 증거를 확실하게 보여주신 주님 앞에 감사와 찬양을 드린다.

박용환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