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기 때 강수량이 부족했는데, 건기 막바지인 지금 메콩강 수위가 많이 낮아지는 바람에 수력발전 가동이 멈춰 버렸다. 그래서 프놈펜도 매일 3~6시간씩 계획정전이다. 그동안도 주변국가인 베트남이나 태국에서 수입할 정도로 전기가 부족하여 수시로 정전이 되었는데, 이제는 아예 매일 오전이나 오후로 번갈아가며 정전이다. 더욱이 저녁에 잠들 시간에 정전이 되면 더워서 더 이상 잠도 못 이루고 그저 칠흑같이 어두워진 허공을 바라보며, 이곳이 바로 주님의 심판대라고 생각하며 인내를 배운다.
시골은 거의 매일 정전이라 예배시간에는 온 몸이 땀에 젖어있다. 또한 정신없고 무질서한 거리와 이웃을 배려할 줄 모르는 행동들이 스트레스를 가중 시킨다. 시간이 가면 무디어 지기도 하려니 했지만 그렇지만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그분이 세워주신 자리가 여기이기에 주신 사명을 잘 감당하며 충성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우리 내외가 정든 조국의 품을 떠나 이곳에 온지도 육년 반이 지나고 있다. 생각지도 않던 캄보디아에 왜 오게 하셨는지를 되짚어 보았다. 하나님은 일을 하실 때 항상 먼저 치밀하게 상황을 고려하신다. 이곳에 파송하심은 각자 개인적 특성을 따라 인도하셨음을 알게 되었다. 주님이 원하시는 일이라면 기꺼이 가진 것과 기존의 자리를 지체하지 않고 훌쩍 털어버리고 따라가는 나의 성격과 한국에 나의 소유가 거의 없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 된다. 또한 나는 단순하여 주님이 기뻐하신다면 이것저것 따지거나 계산하지 않고 충성하는 열정이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하고 경험한 성경의 핵심진리의 무장이다. 이것이 내가 가진 전부이고 장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의 부끄러운 단점은 하나님이 더 잘 아시거니와 셀 수 없이 많다. 그래도 하나님은 좋은 점 단 한가지라도  있으면 칭찬해 주시고 사용하시는 참 너그러운 하나님이시다. 그리고 주님의 재림이 임박한 시대인 만큼 영적으로 유익하고 빛이 밝은 말씀들을 공급하여 익은 열매로 이끄시기 위하여 이곳에 인도하신 것이다.
요즘 내가 크메르어로 직접 써서 매일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올리는 일은 사실 진리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누가 알아주는 일도 아니고 그리 거창한 일도 아니지만 이 나라 기독교인들의 형편을 고려해 보면 꼭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은사도 어느 정도 필요한데 나는 글을 쓰는 재능은 없다. 기억 속에 남는 것은 옛날 초등학교 다닐 때 담임 선생님께서 면소재지 안에 학교대항 글짓기대회를 앞두고 학교운동회를 주제로 주시면서 글을 써보라 하셨는데, 나의 원고지를 보시고 잘 썼다고 칭찬해주신 것밖에 없다. 그러나 날마다 글을 써서 다듬고 논리적으로 쓰는 것은 필요하기에 이 일에 맞는 얼마간의 은사는 있는 것 같다.
또한 크메르어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동기도 성경의 핵심진리를 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열정에서 비롯되었다. 모든 선교사들이 현지 언어를 잘 하기를 바라지만 별로 공부에 집중하지 않는다. 물론 크메르어가 힘들고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뒷전이고 교회건물을 멋지게 건축하는 일에 더 많은 열정을 쏟는다. 사려 깊은 선교사들은 그런 현실에 대해서 나중에 혹시라도 빈껍데기만 남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한다.
나는 그들처럼 능력이 부족하여 거창한 사역을 따라 할 수도 없지만 실속이 별로 없어 보이는 것에 반면교사를 삼아 깊이 있고 고상한 영적진리를 먼저 전하리라고 결심하고 언어공부에 집중하였다. 놀랍고 감사한 것은 보잘 것 없고 미미한 나의 수고와 노력으로 이들의 심령이 높은 영적가치관에 눈을 뜨며 새로운 영적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글을 애독하는 어느 현지교역자는 개인 메시지를 나에게 보내오기를 글을 읽고 나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음과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들은 일생을 두고 가장 유익한 영적교훈을 얻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2천년 교회사에 가장 위대한 하나님의 종들이 그들의 삶을 온전히 산 제물로 드리고 값비싼 댓가를 지불하여 얻어낸 영적진리들이고 교훈들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믿음의 유산으로 후세의 기독교회 안에 남겨 주었기에 그 모든 교훈들은 그 깊이와 고상함이 말로 다 할 수 없다. 그리고 사슴이 목말라 애타 하듯이 갈망하는 마음은 있어도 길을 차지 못하여 헤매며 진리를 갈망하는 이 나라 주의 백성들에게 빛이 가득 담긴 글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이루어 가시는 것이다.
지금 이들에게 주님의 재림을 맞이하기 위한 고상한 영적진리를 전하고 가르치는 일이야 말로 비록 덥고 불편하고 삭막하지만 우리 부부가 이곳에 꼭 있어야 할 이유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