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선교]영혼 속에 하나님의 교회를 세우다

c7d8bfdc2.JPG 선교사역지인 시골 삥뽕 마을에서 예배당을 건축하여 봉헌하는 뜻 깊은 행사를 맞이하게 되었다. 국내에서 오랜 기간 목회하면서 남의 건물을 임대하여 전전긍긍하면서도 성전을 건축하는 일은 꿈에서도 바라지 않았다. 그런데 선교지에서 성전을 건축하는 역사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삥뽕 마을에서 남의 집 처마 밑을 얼마간 돈을 주고 빌려서 어린이들 중심으로 예배를 드렸다. 집 주인이 가끔 돈 문제로 억지를 쓰기도 하고 주변 어두움의 세력에 의해서 방해를 받기도 했다. 마을도 그리 크지 않아서 개척을 포기할까 고민하던 중 어느 주일 예배 때였다. 40대로 보이는 한국인 남성 한 분이 조용히 뒷자리에 와서 기도를 드리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한적한 시골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인사를 나눈 뒤 이곳 캄보디아 삥뽕 마을 출신의 아가씨와 국제결혼을 한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인은 한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온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인데, 자신의 동네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처녀에게 마음이 끌려서 결혼하게 되었단다.

그러다가 삥뽕 마을에 있는 처갓집에 부인과 아기를 데리고 잠깐 다니러 왔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경기도 이천에 있는 어느 교회를 섬기고 있는 집사라고 소개했다. 두 주가 지난 다음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자신의 처가 옆, 빈 땅에다 성전을 건축하면 안 되겠냐고 제안하면서 지을 땅을 기증하겠다고 하였다. 그 땅은 자신의 처 소유로 등록된 땅이었다.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어렵게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보고 마음에 감동이 일어나 선교 사역을 돕고 처갓집 식구들의 구원을 위하여 땅을 드린 것이었다. 전혀 예기치 않은 만남을 통해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섭리를 느끼며 성전을 건축하기로 결정했다.

이곳에서는 성전을 건축할 때 동네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그러지 않고 외지의 사람이 와서 건축을 하게 되어 마을 사람이나 동네 이장이 반대하면 성전을 건축할 수 없게 된다. 마을 사람들이 텃세를 부리면 일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를 따라 주어야 한다. 또한 성전을 하나 짓게 되면 자신들에게도 일거리가 생겨서 경제면에서도 큰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마을 옆을 지나가다보면 가난하여 토지가 없거나, 농한기에는 할 일이 없다보니 낮에도 술을 마시고 카드 도박을 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시골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고 현재 캄보디아 농촌의 문제이기도 하다. 교회 건축은 그 마을에 함께 살고 있는 집사의 처 외삼촌이 집짓는 기술이 있다 하여 그분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교회 입구를 확보하는 도로를 만들다보니 덩달아 동네에 새로운 도로가 하나 만들어지게 되었고, 겸하여 마을 사람을 시켜서 우물도 하나 파 주게 되었다. 아무튼 캄보디아의 가난한 시골 동네에 하나님의 교회가 하나 세워지므로 영육 간에 큰 유익을 얻는 복을 받게 된 것이다.

드디어 두 달 만에 아담한 성전 하나를 완성하게 되었다. 건축 비용이 한국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될 만큼 아주 적은 규모이지만 캄보디아의 삥뽕 마을에서는 사실상 가장 좋은 최신식 건축물이 탄생하였다. 그런데 성전 건축을 완성하고 난 후 심정을 솔직하게 고백한다면 그리 만족스럽거나 기쁘지는 않다. 그 이유는 선교사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성전 건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의 영혼 속에 빛 된 진리를 건축 재료로 삼아 결코 무너지지 않는 하나님의 교회를 건축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 건물이야 언젠가는 빼앗길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면 낡아서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진리로 세워진 영적인 하나님의 성전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중요한 사실을 깨닫지 못한 몇몇 선교사들은 건물 짓기에 열중한다. 욕심이 앞서다보니 성전과 건물을 먼저 짓고 나서 사실상 건물보다 더 중요한 사역자를 영적으로 양육하는 일에 신경을 쓰지 못하여 나중에는 사역자가 없어 애를 먹기도 한다. 또는 많은 후원금을 들여서 성전을 지었지만 나중에는 정직하지 못한 현지인 목사에게 고스란히 빼앗겼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그런 시행착오를 겪고 난후 뭔가 중요한 것을 깨달은 선교사들은 성전은 제일 나중에 이 나라를 떠나기 전에 짓겠다고 말하는 분도 계신다.

선교는 성전을 짓기 위하여 온 것이 아닌 줄 안다. 대신 우리는 영혼 속에 항상 살아 있는 진리의 교회를 지어야 할 것이다. 그 일이야말로 정말 눈물과 정성과 피와 땀과 희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때로 가장 중요한 것과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혼동하여 쓸데없이 힘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살아간다. 성전도 정말 필요하다. 주변에 있는 어두움의 세력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말씀을 집중해서 가르치고 함께 모여 뜨겁게 찬송하고 기도할 장소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빛이 가득한 진리로 영혼 속에 천국 성전 완성하는 일을 우선적 목표로 삼고 하나하나 성실하게 준비해 나가기를 원한다. 이것은 이 세상 모든 그리스도의 교회들이 지향해야 하는 영적 가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기도한다. “주님 제게 이들의 영혼 속에 결코 없어지지 않는 영원히 남을 진리의 교회를 건축하는 지혜와 힘과 능력을 주소서!”

 


박이삭 목사(캄보디아 프놈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