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교회 개척을 위하여
껀달주의 삥뽕 마을에 복음을 전하기 시작한 지 5년, 교회를 건축한 지는 3년이 지났다. 현지인 사역자가 세워졌기에 전도사 쓰라이마이를 믿고 교회를 맡기기로 했다. 그것이 교회 자립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새로운 교회 개척지를 찾아 다녔다. 삥뽕 마을과는 정반대 방향인 프놈펜 북쪽 캄뽕스프주를 여러 차례 탐색하던 중 드디어 내륙 깊숙이 박혀있는 쓰봉르와 품짜란 두 마을을 새로운 개척지로 결정했다. 주일이 되면 두 마을을 방문해 어린이와 어른들을 함께 모아 예배를 인도한다. 물론 이전에 개척을 실패한 경우도 서너 번 있다. 개척을 하려면 먼저 동네 사람의 집 마당을 빌려야 하는데, 한두 번 예배를 허락하다가 갑자기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안 된다고 거절해 포기한 경우도 있다. 한 번은 두 달 동안 어떤 아주머니 가정을 여러 번 방문했었다. 그 아주머니가 프놈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차량으로 퇴원도 시켜주고 정성을 다해 도와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찾아가 보니 그 집 식구들이 모두 절에 갔다는 것이 아닌가. 초등학생인 아들이 절에서 입교식을 하는데 가족 모두 참석했다는 것이었다. 캄보디아는 불교 국가여서 요즘도 청소년 중 많은 수가 절에 들어가 한동안 훈련을 받는 전통이 있다.
그 집 마당을 빌려 어린이들을 모아 예배를 드리기로 아주머니 부부와 약속을 했는데, 불교 신자라는 언급을 피한 채 확답을 두 달 동안 미루어왔던 것이다. 그동안 음료수며 빵이며 이장님 선물 값 등 들인 돈이 얼만데…. 맥이 빠진 채로 집에 돌아왔다. 무엇보다 그동안 그 가정의 구원과 축복을 위해 하나님 말씀을 전했던 것이 수포가 된 것 같아 안타까웠다.
새로운 개척 과정에는 어려움이 많다. 우선 현지인 사역자가 없어 사모와 둘이 모든 역할을 다 감당해야 한다. 한번은 사모가 두 마을에서 설교와 율동 지도를 인도한 적이 있다. 젊은 사람의 체력으로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사역인지라 집에 돌아와 탈진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아직은 아무것도 갖추어진 것이 없어 집 앞 마당에 두꺼운 비닐 한 장 깔고 예배를 드린다. 마당이 길 옆에 있어 소 떼나 오토바이가 요란하게 지나가며 예배를 방해한다. 그럴 때마다 예배당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도 사역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선교사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으로 충만하다.
전도하다 보면 마을에 단 한 명의 기독인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복음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대다수이다. 불교가 수 천 년 동안 이들의 의식을 지배해오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은 기독교를 자기들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방 종교로 생각하고 거부한다. 모든 하나님의 사역과 마찬가지로 선교 역시 철저히 성령님의 인도를 받지 않고는 열매 맺기 어렵다. 그래서 한 마을에 들어가서 복음을 전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성령님이 그들과 함께하지 않은 것으로 믿고 미련 없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로 정했다. 국내처럼 끈질기게 전도할 여유가 없다.
한번 예수님을 거부한 사람들은 사실상 개종하기 어렵다. 물론 하나님께서 특별히 역사해 주신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런 역사가 흔치 않다. 주님이 오실 때가 임박한 마지막 시대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한번 큰 추수가 끝난 밭에서 이삭을 줍는 것처럼, 아직 복음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님이 구원해 주실 영혼을 찾아내는 것이 선교라고 생각한다.
쓰봉르와 품짜, 두 마을에서 주일 예배가 시작되었지만 과연 교회가 온전히 세워 질지는 하나님만 아신다. 교회가 세워지기까지 필요한 것이 너무 많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르치고 세워야 할 현지 사역자다, 현재 삥뽕 교회는 사역자가 세워져 있기에 믿고 모든 것을 맡겼다. 물론 아직은 재정적으로 자립하지 못해 매달 사역자 생활비와 주일학교 간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자립까지의 길이 멀기만 하다.
그나마 선교사가 세운 교회들은 후원 아래 운영되지만, 현지인만으로 운영되는 교회들은 대부분 목회자가 생업에 종사하면서 교회를 섬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역자가 교회와 사역에 충실하지 못하며 가족과 몇몇 신자들이 주일 낮 예배만 드리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튼 이제 두 마을에 동시에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으니 더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 그저 순종하며 주님의 은혜를 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