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선교]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며칠 전 호치민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선교사들을 돕고 있는 K집사님을 만났다. 집사님께서 어느 날 A선교사와 만나 이야기 하는 중에 느닷없이 “집사님은 집 샀어요?” 라고 질문하셔서 “아니요, 왜요?”하고 대답을 했더니 “제가 며칠 전 선교사회에 참석했다가 많은 선교사들이 집을 소유하고 여유롭게 산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는 모든 선교사들이 다 저처럼 사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저만 이러고 사는 것 같아 좀 우울해요. 주님의 나라를 위해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제 모습이 초라해 보여요. 집사님도 빨리 집 한 채 사세요.”라며 연약해지고 어두워진 심경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A선교사님 부부가 순전하게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충성스럽게 사명을 감당하고자 애쓰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K집사님도 매우 마음이 아팠노라고 하면서 호치민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의 근황을 들려주었다. 이 말씀을 가만히 듣고 계시던 B선교사님이 대뜸 우리를 가리키며 “여기도 그런 분 있잖아요, 사실은 그렇게 사는 분들이 더 많을 거예요.”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하셨지만, A선교사님의 마음상태를 알 수 있을 것 같아 좀 씁쓸했다.
‘선교사들이 그런 마음상태로 어떻게 선교를 하는가?’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이따금씩 나타나는 열매가 없는 것 같아 답답해질 때 육신적인 것으로 미혹하는 마귀의 속삭임에 마음이 어두워질 때가 있다. 또한 하나님의 거룩한 부르심을 받아 나선 선교사들이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기보다는 선교지의 상황을 무시하고 겉으로 나타나는 업적을 위한 과다한 경쟁과 물량 공세와 이생의 자랑을 함으로써 A선교사님과 같은 신실한 선교사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도 간혹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하신 주님께서 곧 그 마음을 치료하시고 회복하셔서 기쁨으로 일하게 하심을 깨닫게 된다.
베트남에는 행정당국의 허가를 받아 건축된 교회와 그렇지 않은 지하교회가 있다. 집회와 복음전도활동이 매우 제한되어 있지만, 주님께서는 각자에게 필요한 통로를 열어주셔서 일하게 하신다. 외국인은 당국의 허가를 받은 교회에서만 예배드릴 수 있고 전도활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사실상 이 교회는 행정당국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고 주관한다. 설교도 매주 검열을 받아야 하고 심지어는 목사님의 임명까지 당국에서 간섭한다. 작은 도시에는 한 두 개 밖에 없는 교회들은 외관이 아름다워서 관광객들도 들르곤 하지만 당국의 통제 때문인지 예배분위기는 대체로 조용하고 엄숙하다.
반면 지하교회는 번듯한 건물이 없이 가정교회로 은밀하게 예배하는 곳이 많고 교회건물이 있어도 모든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물질이 턱없이 부족하므로 그나마 형편이 나은 교회들이 사용하던 악기나 시설물들을 가져와 사용하기도 하는데, 달랏은 고산기후의 특성상 밤낮의 온도차이로 내부가 습하기 때문에 시설물들이 쉽게 망가진다. 하지만 지하교회의 성도들의 열정은 무척 뜨겁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매우 궁핍하지만 예배할 때는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며 찬양하고 기도한다.
선교센터를 허락해 주시기를 기도하고 있는데, 주님의 뜻은 다소 불편하고 부족한 것이 있더라도 우리 집을 사용하기를 원하셨던 것 같다. 한국어를 배우러오는 청년들, 악기를 연주하는 청년들, 퇴근하면서 들러 밥 먹고 가는 사람들 등 매일 사람들로 북적인다. 지하교회에서는 매년 성탄절에 잃은 양을 위한 잔치를 한다. 여성의 날에 직접 꽃다발을 만들어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잔치에 초대하고 스승의 날에도 대접을 받지 못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교사들에게 꽃을 전하며 잔치에 초대 하는 등 그 영혼들이 구원받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기도하고 준비한다.
교회가 시내에서 떨어진 숲속에 있기 때문에 꽃을 만들어 전하고 선물을 포장하는 일은 우리 가족과 청년들의 몫이 된다. 집 마당에서 청년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함께 꽃을 다듬고 꽃다발을 만드는 일은 즐거운 추억이 되고 기쁨이 된다. 꽃을 전달하고 온 청년들은 대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상기된 얼굴로 “선생님 어느 분에게 꽃을 드렸더니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며 너무 고맙다고 말씀하시고 성탄절에 교회오기로 약속했어요.”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낮에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직장에서 일하고 와서 피곤하기도 하련만 주의 일을 하는 기쁨에 피곤할 줄도 모른다. 이런 일들이 아니더라도 아무 때든지 찾아와 함께 떡을 떼며 사랑의 교제를 한다.
크고 화려한 건물이 없을지라도, 사람들에게 자랑할 만한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것 같아도 주님께서는 우리를 통해 계획하신 일들을 이루어 가신다. 눈물과 한숨으로 시간을 보내던 작은 아이가, 이제는 집회 때마다 찬양으로 봉사하고 고아원에서 악기를 가르치며 교회와 친구들을 위해 기도하며 말씀을 실천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또한 자신이 필요한 것보다 먼저 가난한 성도들을 긍휼히 여기며 교회의 구석구석을 살펴 현실적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만족시켜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면서 기도하는 아이로 성장해가고 있다.
선교센터뿐 아니라 사역에 필요한 모든 것을 놓고 기도할 때마다 ‘지극히 작은 일에 충성하며 인내하고 기다리라 때가 이르매 이루시리라’,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는 말씀으로 확신과 평안을 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린다. 주님께 모든 것을 내어 맡기고 가는 선교의 길은 매순간이 실전이다. 그래서 매 순간 주님을 의지해야 한다. 그래서 더 현존의 주님을 느끼며 가는 길이라 감사하다. 모든 것을 주님 뜻에 맡기며 감사로 나아간다.


이순희 선교사(베트남 달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