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선교] 결코 멈추지 않고 나아가리라

10월에는 캄보디아 최대 명절 중 하나인 푸춤번이 있다. 3일간 계속되는 푸춤번은 불교식 명절로 흩어졌던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집 근처 절을 찾아다니며 음식을 바치고 조상들께 제사를 지내는 기간이다. 가족들이 한데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로는 반갑지만, 문제는 이 기간동안 사단이 그 어둠의 세력을 더욱 확장한다는데 있다. 아직 믿음의 뿌리를 내리지 못한 일반 평신도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심지어 주의 종이 되겠다고 신학을 공부하는 현지인 사역자들도 절을 찾아가 절하고 제사를 지내는 등 영적 타락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아예 믿음생활을 포기하기도 한다.

조상들이 후손들의 집을 모르기 때문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절 일곱 군데에 시주를 하고 제사를 지내야 조상에게 미움을 받지 않고 잘 산다는 전혀 말도 되지 않는 불교계의 간교한 술책을 무지몽매한 이곳 사람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래서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일곱 번 제사를 지내고 음식을 불상 앞에 바친다. 참으로 불쌍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목요일마다 방문하여 예배를 드리는 품덜 교회에 믿음이 있어 보이는 한 자매가 있어서 내년에 신학교를 보내주겠노라고 약속하였다. 그런데 그 자매도 지난번에는 절에 가고 예배에 참석하지 않아 크게 실망이 되었다. 그곳 여성도의 열두 살 된 아들도 한동안 보이지 않아 알아보니 근처 절에서 한동안 보냈다고 한다. 어려운 살림에 한 입 덜고, 훈육도 받게 할 겸 교회에 나오지 않는 그의 남편이 보냈다 한다. 그래서 절에서 지내다가 자연스레 스님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시주를 받으러 다니는 승려들 뒤에 어린 아이들이 서너 명씩 받은 음식 등을 들고 따라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 교회 아이들도 주일에 와서 자기는 오늘 새벽에 절에 다녀왔노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또 절에서 구정 때에는 젊은 아이들이 와서 밤늦게 까지 춤추도록 확성기로 음악을 틀어놓고 놀이마당도 벌여준다. 그러니까 마을마다 있는 절은 이들에게 익숙하고 추억이 서려 있는 문화센터인 셈이다. 그러한 까닭에 불교에 대한 일종의 향수가 이들의 저변의식에 깔려 있어서 캄보디아 선교가 쉽지 않다. 그렇다 해도 선교사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참 구주되심을 담대히 증거해야 한다.

얼마 전 가까이 사시는 캄뽕스프 선교사님 사역지에 한국에서 의료선교 봉사 팀이 대거 방문하게 되었다. 그곳으로 달려가서 이틀 동안 간단한 통역으로 의료팀을 돕게 되었다. 선교사가 운영하는 학교 주변의 많은 마을 주민들이 와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 캄보디아의 의료시스템 수준은 거의 바닥이다. 시골에 가보면 제대로 시설이 된 병원이 없다. 그래서 한국에서 의료선교 봉사 팀이 오면 너도나도 달려와서 줄을 서서 약과 치료 받기를 원한다.

치료 받으러 온 사람들 가운데 인근 절에서 온 스님이 세 분 있었다. 한 분은 젊은 스님이고 두 분은 노승이었다. 주황색 승려복을 두르고 진찰이 끝난 후에 약을 받기 위하여 의자에 대기하고 앉아 있는 그들의 얼굴에는 세월이 남기고 간 깊은 고뇌의 주름살이 지나온 삶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전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싶어서 노승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네고 예수님을 간단하게 소개하였다. 나머지 두 분의 스님은 전도사 쓰라이 마이에게 전도하게 하였다. 노스님은 큰 반응은 없었지만 나의 말을 끝까지 앉아서 들어주었다. 쓰라이 마이가 스님에게 전도해도 괜찮으냐고 물으니 어떤 스님이 화를 크게 내었다.

그러나 이 노스님은 자기가 치료를 받으러 온 입장이고, 또 내가 외국인이라서 아무 말 하지 않고 들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나는 한 줄기 희망을 가지고 그 스님에게 조심스레 전도를 하였다. 스님들이 절에서 지금까지 간절한 마음으로 부처에게 진리와 마음의 참 평화를 구하였으나, 갈증만 더 심하여져서 결국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영혼이 지쳐 있을 때에 예수님께로 나와서 주님을 만남으로 참 구원의 길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었다.

주님께서는 마음이 정직한 자를 구원해주신다 하셨다. 이교 문화에서 살아왔다 해도 사슴이 목말라 시냇물을 찾듯이 진리의 참 구원자를 찾는다면 주님은 그를 만나 주실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참 진리에 목말라하는 영혼에게 한 줄기의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는 것이다. 아무리 캄보디아가 불교국가라고 할지라도 그 가운데는 진리에 목말라하는 영혼이 있을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러한 영혼들을 만나서 마음속에 참 평화와 구원을 주시는 예수님을 소개하기를 원한다. 그 일에 어떠한 방해와 고난이 따른다 해도 결코 멈추지 않고 나아가려 한다.

박이삭 목사(캄보디아 프놈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