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선교] 고난주간의 선물

지난 고난주간에 황당하고 괴로운 일을 당하게 되었다. 예배 허가서를 면장에게 받기위하여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땅 주인의 친정어머니가 우리가 교회의 땅을 가로 채려고 계략을 꾸미는 것으로 오해하였다.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였다. 그 일로 한국에 있는 땅주인 쓰라이 롱과 한국인 남편은 전화로 나쁜 선교사라고 몰아붙이며, 무례한 말을 하면서 노골적으로 위협과 협박을 하였다. 더욱이 처음에 교회 부지를 20~30년 무상으로 사용하라고 하였는데, 약속도 뒤집고 당장 나가든지 아니면 교회의 땅뿐만 아니라 터무니없는 액수를 요구하면서 그 옆의 어머니와 언니네 땅까지 사라고 억지를 부렸다. 교회에 인접한 그 땅은 필요가 없는데 이 기회에 한 몫을 챙기려는 시커먼 속이 훤히 보였다.

교회의 땅 문제로 4월 내내 줄다리기를 했다. 누구 탓을 하기 전에 사람을 너무 믿은 어리석음이 자책되었고, ‘어떻게 좋은 해결책이 없을까?’ 깊이 시름하다보니 자다가도 눈이 저절로 떠졌다. 그러고 나면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서 뜬 눈으로 새벽을 맞이하곤 하였다. 사실 이런 일들은 하나님의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마귀의 역사임을 안다. 예배 때도 교회 주변에서 예배를 방해하는 마귀들의 역사가 아주 맹렬하고 교활하다. 그런 속에서도 말씀을 듣고 은혜를 받아서 믿음이 자라는 영혼들이 있어서 감사하고 위로가 된다.

예배 때에 하나님 앞에 진실한 나의 고백이기도 한 속마음을 성도들에게 이야기했다. 나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이 나라의 부동산을 소유할 수도 없고 그럴 욕심도 없다. 단지 이 마을의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앎으로써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교회가 든든히 세워질 수 있도록 수고할 뿐이다. 하나님 앞에서 나의 진실한 고백이기도 하다.

가장 더운 지난 4월 고난주간에 사모, 전도사 쓰라이 마이는 금식하면서 교회 문제를 놓고 주님의 뜻과 인도하심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였다. 그때 마음속에 너 먼저 익은 열매가 되라.’는 주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래서 비록 이 상황이 거칠고 험한 환경이지만 주님의 기뻐하시는 뜻을 따라 승리하게 도우시기를 기도하였다.

그동안 사역에 집중하느라 영적 목표가 느슨해졌고 덥고 삭막한 환경에서 선교한다는 핑계로 경건훈련에 부실했던 나를 반성하였다. 또한 나 자신에게 무엇이 시급하고 중요한지를 점검해 보면서 지나온 실수와 허물들을 되짚어 보고 깊이 참회하였다. 주님 앞에 너무나도 부끄러운 이 죄인을 버리지 않으시고 품어주셨던 주님의 사랑을 생각하니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의 기도와 찬양이 올라왔다.

진정한 참회는 마음과 영혼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보약과도 같다. 고통은 오히려 우리를 깨어 있게 하고 영적으로 각성케 하는 귀한 선물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크게 손해를 보고서라도 교회 건물을 해체하여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해야 될까 아니면 터무니없이 요구하는 땅값을 지불하고서라도 그 자리에 있어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차에 성도들 가운데 자신의 땅을 드릴 터이니 옮겨서 지으라는 성도가 세 분이나 나타났다.

그 중에 론 타가 근처에 교회 땅보다 값이 더 나가는 큰 논이 있는데, 그것을 하나님께 드리고 싶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분이 직접 한국에 있는 교회의 땅 주인인 쓰라이 롱과 통화를 하여 그 땅과 교회 땅을 맞바꾸기로 타협을 보았다. 약삭빠른 쓰라이 롱은 수지타산을 계산해 본 후에 자신의 땅과 론 타의 논과 바꾸는 것이 금전적으로 이득이 있다 생각되어 그렇게 한 것 같다. 교회 건물을 이전하기로 결심하고 해체하기 바로 직전에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하나님의 개입하시는 순간은 늦지도 않고 이르지도 않고 가장 적당한 때다. 인간의 지혜로 예측하지 못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해결해 주신다. 극적인 순간에 주님께서 정리해 주심과 동시에 마음의 큰 짐이 덜어졌다. 이번 사건을 통하여 나의 부족함을 점검해 볼 수 있었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되 뱀 같이 지혜로우라.”는 주님의 말씀을 따라 선교지에서 더욱 조심해서 전후좌우 살펴보면서 가야 된다는 교훈도 얻게 되었다.

박이삭 목사(캄보디아 프놈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