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도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특유의 냄새가 난다. 어시장에서 장사하는 이에게는 생선 비린 냄새가 나고, 빵 굽는 이에게는 고소한 빵 냄새가 나고, 은행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돈 냄새가 난다고 한다. 하물며 예수님을 믿는 사람에게서, 예수님의 체취와 빛의 향기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꽃도 본연의 독특한 향기를 풍기기에 꽃이요, 별도 어둠을 비추기에 별인 것이다.

 

주님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말씀을 알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자라고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셨다.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라는 것은 지식적으로만 깨달으라고 하신 말씀이 아니요, 지극히 작은 계명이라도 실천하라고 주신 말씀이다.

큰 금액의 돈을 헌금했다거나, 단체나 사회에 지대한 공을 세웠기 때문에 천국에서 큰 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말 한마디, 행동, 생각, 마음 씀씀이 하나에서 얼마나 빛의 열매를 맺고 예수님을 닮기를 원하며 행했느냐에 따라 천국에서 영원토록 누릴 영광으로 갚아주시는 것이다.

 

분도 라브르 성자는 평생 수도자로 살기를 결단하고 여러 수도회에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허약한 체질 등 이런저런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다. 이에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스스로 거지 순례자가 되기를 자청하였다. 가진 것은 고작 성경책과 몇 개의 빵, , 바늘 등이 전부였다. 일생을 예수님의 겸손과 가난을 닮고자 가장 천한 거지의 모습으로 살았다. 비록 몸에서는 악취가 났지만, 섬김과 사랑으로 늘 낮은 자리에 처했다.

하루는 지나가던 아이들이 거지라고 놀리면서 돌을 던졌다. 복숭아뼈에서 피가 났지만 주님의 보혈을 생각하며 그 돌에 입 맞추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축복했다. 또 거지들이 모닥불 주변에 서서 언 몸을 녹일 때 한 거지가 다가왔다. 추워서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조용히 그 자리를 양보했다.

 

사망의 냄새가 들끓는 이 시대에 예수님을 닮은 향기 나는 이가 그리워진다. 비천한 자든 약한 자이든 강한 자이든 구원자이든 망하는 자이든 그들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로 살아가고 싶다(고후2:15). 비록 남들이 보기에는 초라해 보일지라도, 분노 라브르처럼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온 생애를 불태우고 싶다.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가꾸어 향기로운 제물로 주님께 오롯이 바쳐지고 싶다. 곱게 간 향기로운 향처럼, 참회의 눈물로 주님의 보좌를 가득 채우며, 거룩한 빛을 좇아 생명에 이르는 냄새에 이르기까지 천국의 순례자로 살아가고 싶다(고후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