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내 생애를 비웃지 못하리라
순례자의 삶은 정갈하기만 하다. 욥이 그중 하나다. “내 마음이 내 생애를 비웃지 아니하리라”(이날 이때까지 마음에 꺼림칙한 날은 하루도 없었다. 욥27:6. 공동)라는 자백이다. 하나님의 심판대에 서기 전에 먼저, 인간 모두는 각자 양심의 재판을 엄중히 받는다.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 때 격분하는데, 삶의 흔적이 역겨워 자신에게 스스로 비웃음을 당한다면 오! 얼마나 절통할까?

요한계시록에 책과 책들(20:12)이 펴 있다. 책은 구원받은 자들의 명단인 생명책이고, 책들은 각자의 인생 기록이다. 책들에 기록된 대로 심판받을 것이라는 선언은, 겨울 몇 차례만 지나고 나면 현실이 될 것이다. 청춘이 음산한 늙음에 부서지면서 죽음이 섬뜩 밀려오고, 하나님의 법정에 필연 서게 된다. 회개치 않은 자들에게는 손 쓸 사이도 없이 올가미에 걸릴 것이다. 인자하신 하나님도 분노하실 때가 온다. “내가 싫어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리라”(민14:34).
 

수산나는 요한 웨슬리의 훌륭한 어머니이지만, 행실이 바르지 못한 고집불통인 딸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 어느 날 어머니는 검정 숱을 한 다발 가져와 딸 앞에 내려놓았다. “딸아, 이 숯을 한번 안아보렴. 뜨겁지 않단다.” 기겁한 딸은 “뜨겁지는 않지만, 손과 몸이 더러워지지 않아요?” 그때 어머니는 “사랑하는 딸아, 인생도 마찬가지란다. 바르지 못한 행실은 화상을 입지는 않지만, 몸과 마음을 더럽힌단다.” 그 딸은 다행히도 새 길을 택했다.

“깨진 유리창의 이론”이 있다.(Broken window theory)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이론이다. 한 사람이 우연히 집 근처에 쓰레기를 버렸는데 집주인이 처리하지 않으면, 결국 쓰레기장으로 바뀌는 법이다. 50만 개의 벽돌로 쌓은 화려한 주택이라도 한 개의 벽돌이 빠져 구멍이 생긴다면 그때부터 쥐들이 들랑거리고 더럽혀진다. 결국 폐가(廢家)가 된다. 당신의 영혼의 집은 빈틈이 생기지는 않았는가? 헐렁한 그 빈틈이 바로 생명을 겨누는 비수다. “부디 내 영혼에 틈이 생기지 않기를! 나의 영혼에 거의 알아차릴 수 없는, 적지만 자신을 배반하여 생긴 조그마한 틈바귀들에 주의를 해야만 한다. 그것은 쓸데없는 말이거나, 약간의 자만심이거나, 혹은 일하기 전후에 조급히 드린 기도일 수 있다.”(요한 23세의 영혼의 일기) 사리를 분별하지 못할 때 철부지라 한다. 철부지는 절부지(節不知)에서 비롯되었다. 심고 거두는 절기를 몰라 시절의 오고 감을 모른다면 틀림없이 낭패를 당한다.

알렉산더 대왕은 훈련받은 사냥개 두 마리를 친구로부터 선물 받았다. 토끼 사냥에 나섰는데 개들은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화가 난 왕은 개들을 죽이고 친구를 불러 토끼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하찮은 것을 주었다면서 호통을 쳤다. 친구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토끼를 잡기 위해 훈련된 개가 아닙니다. 사자와 호랑이를 사냥하기 위해 훈련받은 개들입니다.”

창공을 휘젓고 날아가는 독수리의 기백을 아예 포기하고, 고물고물 기어 다니는 지렁이 삶으로 아예 격을 낮출 생각인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일할 생각을 지웠는가? 싸구려 행복만을 습관적으로, 그것도 평생토록 추적할 생각인가? 아니면 썩은 역사를 고쳐놓기로 결심하고 세계 구석구석으로 나아갈 십자가 군대에 응모할 태세인가? 영혼은 신음한다. 더 높이 비상(飛上)하기를 갈망한다. 독수리처럼!!

양심을 살려라. 불을 켜라.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고상한 당신아! 성령님이 계시는 성전이 바로 당신이다.(고전3:16)  “내 백성아, 거기서 나와! 그의 죄에 참례하지 말고.”(계18:4) 맑게 살아라.

 

이동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