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수리
어느 곳에서 종탑 십자가를 수리하려 마지막에 남은 좁은 철골구조물을 비집고 오르려다 오른쪽 가슴 밑에서 갑자기 “뚝” 소리가 났다.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인데 부러진 것은 보이지 않았다. 예까지 오른 칡넝쿨도 까치들이 나른 가지들도 이미 다 떨어냈는데, 분명 옆구리 쪽인데 하다가 아차 싶었다. 나이가 들면 뼈가 약해져 잘 부러진다는데….
옆구리를 만져보니 왼쪽 하고는 다른, 들어간 뼈가 만져졌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눌러보니 아팠다. ‘아, 그럼 부러진 건가.’ 그래도 해야 할 일은 마무리해야 할 텐데. ‘주님 이런 봉사 한다고 교만했던 것을 용서 하소서, 무사히 끝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결국 십자가를 붙들고 섰다. 그리고 의지할 것도 없는 곳에서 십자가만 끌어안고 기도를 드렸다. ‘주님, 참 은혜로워요. 십자가 수리하는 일도 그렇고, 옆구리 아픈 일도 다 은혜입니다요. 이런 은혜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런데 며칠 뒤 어느 목사님의 간증을 들으며 다시 부끄러워졌다. 별로 내키지 않는 목회자부부 수양회로 가는 제주행 비행기 속에서 갑자기 이제껏 경험 못한 극심한 고통이 시작됐단다. 참고 참다가 한계점을 넘자 비명이 터지고 순식간에 기내는 불안해졌다. “긴급 환자가 발생했으니 혹시 손님 중에 의사가 계시면 도와주십시오!”
결국 활주로 비상도로로 119가 오고 응급실로 달려가 진통제를 맞고 요로결석임을 알게 됐다. 계속 진통제를 복용하며 다시 교회로의 복귀를 기다리는 시간은 불안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단체로서 어쩔 수 없이 마라도행 배도 탔다. 그러나 그 끔찍한 고통을 잊을 수 없어 화장실 변기를 붙들고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다. 얼마나 간절했던지 시간도 잊고 선내 방송도 못 듣고 계속 주님의 은총을 구했다. “아니, 어디 있는 거요? 괜찮소?” 동료에게 온 전화에 눈을 뜨니 이미 배는 다시 제주로 돌아와 있었다.
일정 내내 기도하며 그렇게 불안한 시간이 지나고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 ‘이제 내일은 병원으로 가 이것을 끝내야지.’ 다음날 지친 몸이지만 그래도 새벽기도를 드리려 교회로 가 홀로 차가운 바닥에 엎드렸다. 그런데 침묵하며 지켜보시던 하나님께서 바로 그 새벽 시간에 찾아오셨다. 통증과 불안함이 동시에 사라져버렸다. 치유하셨다는 확신과 감격이 가득 차올랐다. ‘할렐루야!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아멘!’
얼마 뒤 목사님은 그때 자신은 생애 처음 지옥고통이 무언지를 경험했노라 했다. 지옥은 절대로 가선 안 될 곳이라고.
다음 주에는 갈비뼈가 부러진 목사와 지옥고통을 겪은 목사님이 고장 난 종탑 십자가의 불을 밝히는 마무리 공사를 해야 한다. 교만이 한차례 꺾인 목사들이, 슬쩍슬쩍 새벽기도를 빼먹으며 타성에 젖어들던 불충한 종이 주님의 교회 십자가등을 켜는 일이다.
‘주님, 자주 이런 일을 겪게 하소서. 그래야 제가 삽니다요. 편안하면 제가 죽사오니 저를 아시는 주님께서 감당할 만한 고통을 허락하소서. 라오디게아가 아닌 서머나 교회의 사자처럼 저를 살리소서. 아멘!’


박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