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 가신 길
아무리 사람들이 말린들 모든 제자들이 부정적 의견을 드린들, 주님이 가신 길은 상식을 넘고 예상을 뒤엎어 가신 길이다. 이제 곧 메시야로 입성하시면 로마를 쳐부수고 백성들을 압제로부터 해방하실 것이요, 열국 중에서 이스라엘을 높이실 것이며, 다 버리고 좇은 제자들은 곧바로 장관들이 될 일이었다. 참고 견딘 모든 것이 넘치는 보상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었다.
주님이 가신 길은 그런 길이 아니었다. 비난과 수모를 당하며 멸시와 천대를 받는 길이요, 죄인 중의 죄인이 되어 저주의 십자가를 지는 죽음의 길이었다. 성전에 들어가 기껏 남의 돈궤나 뒤엎고, 그 흔했던 기적은커녕 아무 힘도 능도 없이 무력하게 사슬에 묶여 끌려 다니셨다. 십자가에서 절명하시기까지, 끝까지 기다리던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사흘 뒤 초자연적 부활조차도 그들이 꿈꾸던 대반전은 아니었다. 로마는 여전히 건재했고, 오히려 민족적 저항으로 인해 예루살렘은 무너졌다.
훗날 깨달은 것은 메시야왕국은 수 천 년이 지난 다음에나 예수님이 재림하여 이루시는, 그들이 갖지 못할 나라였다. 그렇다면 그들이 살 동안 품은 꿈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죽어서도 한참이나 지난 후에 나와는 관계없이 이뤄지는 꿈이 꿈일 수 있는가?
너무나 많은 이들이 그때 그들처럼 예수님을 믿으려 한다. 하나님의 일을 내가 하면 하나님이 내 일은 하신다고, 가정과 사업과 자녀들을 반드시 지키고 흥하게 하실 거라고 굳게 믿는다. 내가 충성하고 헌신하면 반드시 주님은 나를 다윗처럼 높이 세우시고 영광을 받으신다고…. 그 믿음도 믿음이지만, 어디서 그렇게 된다는 믿음일까.
내 생애 중이 아니어도 괜찮은가. 죽어서라면 정말 괜찮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성경적인 진실한 믿음이리라.
주님이 가신 길은 땅에서 결과를 보는 길이 아니었다. 영광을 굳게 믿었던 제자들조차 고통과 박해 속에 죽어간 길이었다. 자녀들은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거지처럼 쫓겨 다니며 겨우겨우 살아가는 참혹한 길이었다. 로마의 지하 카타콤과 콜로세움의 잔인한 죽음이 기다리는 슬픔과 불행의 길이었다. 주님이 열어놓으신 그 길은.
그러므로 예수님을 좇아 그 주님의 길을 가려는 이들은 그렇게 갈 것을 각오해야 한다. 땅에서의 영광을 꿈꿔선 시험이 오고, 인정받는 성공적인 일을 꿈꾸는 이들은 사단의 그물에 걸린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가신 길이 아닌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주님이 가신 길은 본성을 거부하는 길이다. 땅의 영광을 뒤로하며 사람들의 존경은 외면하며 가는 길이다. 결국은 죽을 때까지도 확연히 드러날 결말은 볼 수 없는 길이다. 그러나 그것이 절망이나 비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선을 넘어 영원을 볼 수 있는 믿음이라면 그 길은 진정 영원한 영광의 길이기 때문이다. 주님이 가신 길은, 바로 주님이 말씀하셨던 그 길이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12:24).
오늘은 최악의 미세먼지로 주춤거리다 육이 상할 각오로 늦게 오른 산길에 달빛이 환하다. 산등성이 바위를 옮길 듯 부는 세찬 바람이 영속에 가득한 교오한 이기심을 몰아낸다. 주님께로부터 오는 성령의 바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