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태우는 마음을 기뻐하시는 하나님

앨런 싱어의 베스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의 앞부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햇살 뜨거운 어느 여름날 오후, 개구리 3마리가 나뭇잎에 올라탄 채 유유히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나뭇잎이 강 중간쯤 이르렀을 때 그 중 한 마리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결심했다는 듯 단호하게 외쳤다. “너무 더워, 난 물속으로 뛰어들 거야!” 다른 개구리들은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뭇잎에는 몇 마리의 개구리가 남아있을까? 대부분 2마리라고 답할 것이다. 미안하지만 틀렸다. 나뭇잎 위에는 여전히 개구리 3마리가 남아 있다. 어째서 그럴까? 뛰어들겠다는 결심과 정말 결단하여 뛰어드는 실천은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녀석이 정말 물속으로 뛰어들지, 아니면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 다시 앉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도 늘 그렇다. 어쩌면 우리는 뛰어들겠노라 큰소리만 치는 개구리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다이어트 계획을 빈틈없이 세웠지만 체중계의 눈금은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여전히 운동은커녕 넥타이도 제대로 매지 못한 채 허겁지겁 출근하고 있지 않은가. 날마다 새벽을 깨우며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겠노라고 다짐했건만 주일 아침조차 다급하게 교회로 향하는 일상은 아닌가.

그러나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끊임없이 결심만 하는 삶이 결심조차 하지 않는 삶보다는 더 희망적이다. 오죽하면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사람의 머리에서 가슴까지라고 하는 말이 나왔겠나. 고작 30cm도 안 되는 이 거리를 평생 오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모처럼 결단했지만 작심삼일로 끝나고 마는 일이 다반사라 할지라도, 내 부족한 것 때문에 애태워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내 부족한 흠과 점과 티를 온전하게 하기 위해 언제나 간절하고 목마르고 굶주린 마음을 갖는 것이 하나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이다. 애태워하는 그 마음 자체가 기도라 할 수 있다. 구변이 좋아서 청산유수처럼 기도하는 것보다도 주님을 향해 언제나 애태우는 마음, 하나님의 도움이나 사랑이나 은총을 갈망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카타리나 성녀의 체험담이다. 가정에서 그녀가 결혼하지 않고 주님께 평생 독신으로 헌신하겠다고 결단한 것 때문에 식구들에게 극심한 핍박을 받을 때 일이다. 식구들은 카타리나를 결혼시키려고 의도적으로 사사건건 괴롭혔고, 이에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는데, 마음에 상처를 주고 못살게 굴고 괴롭히니 그녀의 마음 가운데 나타나는 악심 때문에 죽을 지경이었다. 가끔 언행으로 범죄라도 하면 실패의식과 정죄의식이 마음에 가득차서 숨이 막힐 정도로 애태워하고 괴로워서 탄식하며 몸부림쳤다.

그때 깊은 절망 가운데 주님, 도대체 어디에 계십니까? 왜 저를 그냥 내버려두십니까?”라고 절규했다. 자신의 마음이 가족들을 향한 못마땅함과 미움으로 그렇게 요란스럽고 지저분하고 부끄럽고 실패의식으로 가득하여 탄식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들리는 음성이 네 안에 있느니라.”였다. 아니 원망과 미움과 분노로 원수를 사랑하지 못하고, 오른 뺨을 치는 자에게 왼편도 돌리지 못하여 괴로워하는 내 마음에 주님이 계시다니.

사실 주님께서는 의롭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연약하여 자신의 죄와 허물 때문에 괴로워하고 애태워하는 그런 마음을 대단히 귀하게 여기신다는 것이다. 죄 때문에 몸부림치며 애태워하는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시는 주님이시다. 그런 것이 없는 사람들은 영적으로 잠자는 자요 죽은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바쁜 현실을 핑계로 죄 때문에 괴로워하는 마음이 생기려고 하면 대충 모른척하며 무시해버린다. 여러 가지 일로 분주하고 바쁘거나 주변 환경에 골몰하면 애태우는 마음이 약해지는 것이다.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애태워하는 마음과 겸손은 사촌간이다. 내가 잘 산다고 생각하는 부요한 사람들에는 쉽게 이런 마음이 들어오지 않는다. 요컨대 포도나무 가지의 자격을 잃어버리기 쉽다는 것이다. 주님께서 너희가 나를 떠나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느니라”(15:5)고 하신 말씀과 같은 이치다.

포도열매를 풍성하게 맺으려면 가지가 포도나무에 잘 붙어있어야 한다. 가지인 우리가 포도나무 줄기인 예수님께 잘 붙어서 자양분을 원활하게 공급받으려면 애태우는 마음으로 은혜를 구해야 한다. 성령께서 도와주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자꾸 실패하지만 또 애태워하며 참회하고 이기려고 노력해야 한다. 애태우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은총을 구하고 결단하자. 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없다. 주님의 은혜로 온전해지는 그날까지 내 부족한 것 때문에 늘 애태워하는 마음 가득하기를 기원해본다.

이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