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천국의 행복을 준비하는 곳
 
매일 아침마다 작은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메신저를 통해 지인들에게 말씀카드를 전달하는 일이다. 말씀을 찾아 카드로 만드는 과정이 만만치 않지만 훌륭한 기독교 스승들의 말씀을 접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순수하고 맑은 양식, 무엇보다 삶으로 증명된 말씀은 큰 힘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말씀을 발췌하며 위대한 영성가들의 말씀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음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회개와 천국’이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회개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 세상의 삶이 아닌 사후 올 세계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진리가 삶이 된 그들에게는 천국의 영광이 현세의 즐거움보다 더 확실한 실재(實在)였다.

현재 한국 교회에서는 천국과 지옥에 대한 설교를 듣기 힘들다. 많은 성도들이 천국과 지옥의 존재를 죽기 전 임종 때에 필요한 내용이라 여기며 듣기 부담스러워한다. 이런 성도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고자 교회에서는 장차 올 심판보다 오늘 내 마음이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심령 천국을 마음의 행복으로 끌어 낮추어버린 설교에 우리의 일상은 천국과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잊고 있는 아주 중요한 사실은, 천국과 지옥을 가장 많이 말씀하신 분이 예수님이라는 사실이다. 공생애를 시작하시며 회개와 천국을 가장 먼저 외치셨고, 꺼지지 않는 유황불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죄 짓는 손을 자르고 눈을 뽑으라 하셨다. 무엇보다 십자가의 극심한 고통 가운데서 자신의 마지막 힘을 회개하는 강도를 천국으로 보내는 데 쏟으셨다. 66권 성경의 대장정을 마치며 사도 요한을 통해 주신 계시는 자기 행실을 뉘우치는 자들에게 약속하신 천성이 결론이었다(계22:14).

그럼에도 확신이 없는 우리를 위해 예수님은 누가복음 16장에 부자와 나사로의 이야기를 남겨주셨다. 나사로의 실명을 사용하신 것을 볼 때 꾸며낸 비유가 아니라 실제 사건의 인용이다. 한 방울의 물조차 허락되지 않는 지옥과 믿음의 조상의 넓은 품에 안겨 위로받는 천국, 그들이 맞은 사후 세계는 이 땅에서 겪은 빈부차이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가혹한 현실이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천국과 지옥의 실체에서 끝나지 않는다. 뒤늦게 후회하는 부자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살아있을 때 호사를 누린 자는 후에 고통을 받고, 이승에서 온갖 괴로움을 겪은 자는 영원한 위로를 받는다.”는 진리다. 현재의 고난이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이 된다면, 지금의 안일한 삶이 그날의 부끄러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진리를 깨달은 일본의 영성가 우찌무라 간조는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인간 세상관’을 이렇게 설명한다.

“현세를 행복을 얻는 곳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인생관이다. 현세는 행복을 얻는 곳이 아니라 시련을 받는 곳이다. 오늘날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말한다. 목사, 선교사들도 인간 세상의 최대 목적은 행복을 얻는 데 있는 것같이 말한다. 하지만 그리스도교의 인간세상관은 전혀 이것과 다르다. 그리스도교는 행복을 내세에 두고, 이것을 현세에 구하지 않는다. 그리스도 신도는 면류관을 바라는 자이지만, 이것을 하나님의 왕국에서 쓰기를 바란다. 그에게 현세는 시련의 장소일 뿐, 의를 위해 참으며 또 싸우는 곳 일뿐, 그에게는 이 세상에 의지할 곳 없음이 당연하다. 그가 세상에서 증오 받고, 조롱되며, 때로는 돌에 맞고, 톱으로 켜이며, 불로 태운바 되는 것은 결코 괴이히 여길 바 못된다. 기독교를 믿는다고 하면서 이 세상에 행복을 추구하는 자는, 아직 기독교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자다.”

신선한 충격을 받고 마지막 문장을 말씀 카드로 만들어 놓은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 발송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지 않다는 핑계였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행복을 누리고 싶은 숨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참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경건의 흉내만 내고 있는 나를 인정할 수 없어서 이기도 했다.

지금 생명을 거두어 가셔도 할 말이 없는 내게 아직 힘차게 뛰는 심장을 주신 것은 오직 하나님의 자비다. 나의 모든 삶은 심판의 재료가 아닌 천국의 예금이 된다. 그러니 이 세상은 행복을 누리는 곳이 아니라, 천국을 준비하는 곳임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천국이 더 확실한 실재가 되기까지 부지런히 하늘나라 진주를 예금해야겠다.

박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