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선교] 정직은 은혜 받은 증거다
 
얼마 전 우기의 시작을 알리는 반가운 소나기가 한 차례 쏟아졌다. 열대 몬순기후에 속한 캄보디아의 3,4월은 건조한데다 무덥기까지 하다. 태양의 뜨거운 열기가 빗물에 냉각되어 차가운 기운이 피부에 닿으니 더위에 지친 몸이 조금은 숨통이 트인다. 이것도 잠시 뿐, 비가 오기 바로 전과 후는 높은 습도로 인하여 더위와 불쾌함이 더하다. 동네 집 앞 망고나무에 탐스러운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면 자연의 모든 생명들은 더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존재목적을 충실히 이루어가고 있지만 유난히 사람들만 하나님의 섭리를 거스르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삥뽕교회 전도사 사택과 교회 주변에 담을 쌓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교회건물 뒤쪽에 공간이 있어 사택을 콘크리트 슬래브를 쳐서 2층으로 올리고 아래층은 다용도실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전의 방이 너무 작고 예배당과 바로 문 하나로 접해져 사생활이 침해를 받기도 하고, 또 장래를 생각하여 제대로 된 사택을 지어주기로 하였다. 그동안 모아놓은 후원금으로 제법 큰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교회 주변에 담이 없으니 예배시간에 아무나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소음을 내는 바람에 예배가 방해를 받기도 하고, 옆집 소나 개가 거침없이 들어와서 자주 예배당 주변이 가축 분뇨로 오염되기도 하였다.

공사는 전에 교회를 건축했던 론 피읍이 맡게 되었는데, 작업량이 많아서 마을사람 열 명을 추가로 불러서 일당을 주며 일을 시켰다. 교회가 마을 사람들에게 경제적으로도 유익을 주고 있는 것이다. 처음 교회를 건축할 때는 론 피읍을 믿지 못하여 일일이 영수증을 대조해가며 돈을 지급하였는데 이제는 그가 세례 교인이 되어서 믿고 맡기고 있다. 그는 교회에 나온 이후로 변화되어 부인과 함께 교회에서 가장 듬직한 일꾼이다.

전도사 마이는 주중에 있었던 상황을 보고한다. 누가 새벽 예배에 나오고 누가 저녁 기도회에 빠졌는지 등등. 그런데 며칠 전에는 저녁 기도회 때에 누나인 론타가 론 피읍에게 교회 공사를 할 때 정직하게 일을 해야 한다고 여러 사람 앞에서 권면을 했다고 한다. 론 피읍이 건축 자재가게에서 물건들을 주문하면 가게 주인에게 약간의 사례금을 받았는데, 이는 하나님 앞에서 옳지 않다고 론타가 지적했다는 것이었다. 나도 그런 뒷거래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 나라의 거의 모든 일들이 뒷돈 즉 사례금을 요구한다. 하다못해 마을 이장에게 가서 도장 하나를 받으려고 해도 뒷돈을 요구한다.

얼마 전에는 새벽에 누가 악의적으로 단단한 흙덩이를 교회 정문에다 던진 사건이 있었다. 한밤중 쿵 하는 소리에 전도사 마이와 론타가 깜짝 놀라 예배당 문 밖에 나가보니 흙덩이가 깨져서 문 앞에 널려 있었다. 교회에 반감을 품은 동네사람이 한 일이지만 사실상 마귀의 핍박이었다. 다행히 흙덩이가 문 아랫부분인 철판에 맞아서 유리는 파손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전도사에게 그 범인에게 경고를 주기 위해서라도 경찰에게 신고를 하고 교회에 와보게 하라고 하였다. 그냥 넘어가기보다는 경찰이 왔다 갔다고 하면 겁을 먹고 그런 짓을 쉽게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전도사가 하는 말이 경찰을 부르면 사례금을 줘야 한다고 하였다. 이런 모습도 하나의 캄보디아 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 대부분 가난에 찌든 사람들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건축자재 값의 액수가 적지 않은 금액이다 보니 가게에서 물건을 사주는 대가로 가게 주인이 사례를 하는 것이다. 사실 론피읍이 제대로 한다고 하면 뒷돈 받을 생각을 하지 말고 자신이 섬기는 교회의 일이므로 교회를 위하여 자재 값을 최대한 낮추도록 먼저 흥정해야 하는 것이다. 론타가 말하는 요지도 그런 사례금 받을 생각 말고 교회를 위하여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라는 뜻일 것이다. 론타는 론 피읍의 누나이고 또한 같은 하나님의 은혜 받은 자녀로서 권면한 것이다. 올 곧은 사람에게 복음이 들어가면 더욱 정직하게 되는가보다. 그래서 나는 론타에게 천국에 열두 지파가 있는데 그중에 당신은 정직의 열매를 많이 맺었으니 장래 정직 지파에 들어가서 상을 받게 될 것 같다고 설교 때 가르쳐주었다.

론 피읍도 전에 처음 교회 건축공사를 할 때에 종종 술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지만 이제는 그가 고백한 대로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있다. 그들은 이제 어디에 내놔도 안심이 되는 듬직한 하나님의 자녀들이다. 피읍은 이번 교회 증축 공사 전에도 계획을 세울 때 공사비를 최대한 적게 들도록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를 안심시켰다. 그가 은혜를 받아서 좋고, 나도 믿고 안심하며 일을 맡길 수 있어서 더욱 감사하다. 예수님을 진실히 믿고 은혜를 받은 가장 확실한 증거는 정직한 사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박이삭 선교사(캄보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