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선교] 주님이 택한 백성들

부활주일에 세례식이 있었다. 세례를 받은 사람은 장년 여섯 명이다. 그 가운데 론타가 있는데 오십대 중반의 독신여성이다. 교회를 나오기 전에는 일밖에 모르는 여성 이었다. 만날 때마다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라고 하면 피식 웃고 나서 다시 자신의 일에 열중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보기에 일 중독자 같았고 허리와 어깨는 할머니처럼 구부정하게 앞으로 휘어져 있다. 그런 그녀가 교회를 나오게 되었고 예배를 드리는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였다. 변화가 되니 새벽기도는 물론 때마다 예배를 모범적으로 열심히 드리며 주일 음식 준비나 예배당 청소는 항상 그녀 몫이었다. 결혼을 하지 않은 독신이기에 저녁에는 예배당에 와서 저녁기도를 하고 그 자리에 돗자리 하나를 깔고 잠을 잔다.

, 스물여섯 살 히읍이라는 청년이 있다. 캄보디아 농촌의 대부분 젊은이들이 그렇듯 배움도 부족하고 주변에 변변한 일자리가 없기에 기껏 하는 일은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농사일을 돕고 있다. 그런데 은혜를 받아서 이제 주님을 위해 삶을 드리고 싶다고 고백하였다. 그 이후 열심히 교회에 나와서 무슨 일이 있으면 심부름도 해주고 주일에는 어린이예배 때 영상을 틀어주는 봉사도 한다.

하도 열심히 교회를 나오니 한번은 그의 어머니가 술을 먹고 교회에 와서 전도사 앞에서 소란을 피운 적이 있었다. 이유인즉 왜 우리 아들을 날마다 교회에 불러내서 일도 못하게 하고 교회에서 살게 하느냐. 너희가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닌데.’ 하면서 욕을 해대며 난리를 피웠다. 그래서 히읍은 어머니의 그런 모습이 창피하기도 하고 분개하여 그 이후로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친구나 친척집을 전전하고 있다. 그래도 주님을 확실하게 만나서인지 그의 얼굴 표정은 항상 밝고 친절한 미소가 보인다.

삥뽕교회는 예배 설교가 끝나면 가끔 돌아가면서 간증을 한다. 히읍은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항상 마음이 불안하고 소망도 없고 편하지 않았는데, 교회에 나와서 예수님을 만나고 난 이후에는 예전의 근심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이 평안하다고 하였다.

지금 사명감으로 충만한 사역자가 절대 부족한 캄보디아에 일꾼으로 키워지기를 기도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글을 읽을 줄 모른다. 캄보디아 농촌 사람들의 상당수가 문맹이라지만, 글을 읽을 줄 모른다기에 조금은 놀랐다.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가 아직까지 자기 나라 글도 깨치지 못하고 어떻게 삶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에게 하나님의 훌륭한 일꾼이 되기 위해서는 성경도 읽어야 되니 먼저 열심히 글자 공부를 하라고 격려하였다. 자신이 공부를 해야 하는 목적이 생기니 요즘 전도사에게 틈틈이 글자를 배우고 있다. 주의 종이 될 수 있는 기본적 조건이 좋은 성품과 성실함인데, 그러한 조건을 갖추었기에 가능하리라고 본다. 나중에 원한다면 프놈펜에서 신학공부도 시키고 교회의 사역자로 세우려 한다.

이들의 영혼을 두고 깊은 생각에 잠길 때 우리 선교사들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하나님의 인도하시는 계획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낯선 땅에 선교하러 와서 복음을 전할 때 모두가 다 주님을 영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권능을 통하여 택하신 영혼들을 부르시고 구원은 온전히 주께 달려 있음을 알게 하신다. 이는 분명 선한 목자가 음성으로 우리에 있는 양을 불러내서 푸른 초장으로 데려가는 것과 같다. 내가 보았던 론타의 처음 모습은 자기가 하는 일 외에는 아무 관심도 없고 마치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가 예수님을 믿기 어렵지 않을까 판단했다. 그러나 외모로 판단한 것이 얼마나 편협하고 경솔했는지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녀가 주님의 음성을 듣는 순간, 곧바로 영혼이 깨어났고 이전에 믿었던 잡신과 우상을 던져버렸다. 사실 그녀는 전에 점쟁이였다.

어쩌면 수가 성 우물가의 여인처럼 진리에 목말라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동안 일밖에 모르며 살아왔던 무미건조한 인생이었지만 이제는 그의 영혼 속에 오직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영혼의 참 기쁨과 행복을 흡족히 맛보고 있다. 그것도 맑은 물이 흐르는 시냇가 옆 푸른 초장에서 말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하나님이 택한 백성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증거는 하나님의 교회를 사랑하고 섬기는 마음이 갈수록 많아짐을 보기 때문이다.

박이삭 선교사 (캄보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