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백구십구당과 세계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를 방문해보면 자기 나라를 천당 바로 밑의 나라라 해서 구백구십구당이라 한다. 그만큼 천당 버금가는 지상 낙원이라는 뜻이다. 유럽의 나라들은 사회보장제도의 완벽함으로 우월적인 자만심을 품고 산다. 숫자놀음까지 등장하여 9988234란 뜻을 아느냐 묻는다.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이삼(2,3)일 앓다가 죽는다(4)는 뜻이다. 이런 사람이 지구에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광활한 지구에 하나님께서는 가히 에덴동산이라 부를 수 있는 걸 작품을 곳곳에 창조하셨다.

미국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을 방문했을 때, 그 장엄함과 아름다움에 하나님의 작품을 그대로 보는 느낌이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라고 격찬하는 대협곡은, 자연의 경이이고 협곡 자체가 지구에서 일어난 지질학적 사건이 광범위하고 또 심오하게 쌓였다는 점에서도 창조의 기록물이라 할 수 있다. 캐나다의 웅장한 로키 산맥을 달릴 때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기묘묘한 산봉우리의 형상과 장엄함 역시 우주의 걸작품이었다. 다양한 모습을 지닌 산악 사이로 하늘색 푸른 강이 속 시원하게 흐르고 있었다. 특수 제작된 버스로 아이스필드 눈 덮인 산을 올랐다. 몇 년 전만 해도 길옆까지 눈이었는데 점차 녹아내려 이제는 한참 올라가야 눈밭을 경험한다는 설명이었다. 앞으로 물 부족시대가 분명 오는데 캐나다는 그때 물을 팔아 돈을 번다고 말할 정도로 높은 산맥에 수북이 눈 창고를 보유하고 있다. 그 눈이 마구 녹아내리며 지구 온난화의 재앙이 금방이라도 불어 닥칠 것만 같다. 실제로 대서양은 대량으로 눈이 녹아내린 결과, 태평양보다 소금농도가 낮아 생선을 잡으면 바로 냉장시켜 회충을 박멸시킨 후에야 횟감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탐욕으로 빚어진 기후의 변동과 온난화로 수면 높이가 몇 미터만 올라가도 물에 잠길 땅이 많다는 예보다.

사람들은 만리장성을 떼 지어 구경하고 감탄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헤아릴 수 없다 한다. 애굽의 피라미드는 왕의 썩어질 몸을 매장하는 무덤인데, 일생 그 무거운 돌을 나르는 고역만 하다가 뼈마디 앙상하게 죽은 시체들도 얼마나 많은가. 인간이 만든 유적지는 인간의 한숨과 통곡을 품은 곳이라 해도 괜찮다. 교훈이 될 만한 관광지도 많다. 1930년은 세계공황이 있었던 끔직한 해다. 그때 후버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일제히 반대하는 3대 공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세계적 대 명물인 뉴욕의 마천루(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인데, 미국을 건너온 청교도 102명을 기념하기 위해 당시로서는 세계 최고 높이인 102층을 건축했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Golden Gate Bridge)도 그때의 작품이다. 보는 사람마다 그 신기한 건축에 경탄한다. 콜로라도 강을 막아 네바다 사막을 비롯한 서부 사막 지역을 옥토로 변화시킨 후버 댐이 모두 공황 때의 작품이고 후버 대통령의 선견지명이라 한다. 과연 영웅은 후세에 가서야 인정받는 것 같다. 물은 꼭 섭씨 100도가 되어야 끓는다. 99도에서는 끓지 않는다. 구백구십구당과 천당은 글자 그대로 다르다. 하늘과 땅의 차이다. 최고의 관광지일 뿐 아니라 영원한 안식처, 내 고향 하늘나라에 어서 가서 안식하자. 할렐루야!

이동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