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선교] 이삭줍기 선교

밍힝이 유방암으로 고생하다 삶을 마치게 되었다. 만난 지 채 1년도 안 되었는데 이별이라니. 몸이 아프고 힘이 없어서 예배에 한 번 나오다 말았지만, 주일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잠깐 들려서 말씀으로 위로해주고 기도를 해주었다. 심방할 때마다 죽음이 서서히 그의 몸을 덮어감을 느꼈다. 이미 몸은 말라서 뼈만 남았고 움직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가슴에 돋아난 커다란 혹은 썩어서 피고름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아마 이런 흉측한 광경은 캄보디아 같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씻지도 못하여서 가까이 가면 마치 시체 썩는 냄새가 나곤 하였다. 그래도 의식은 남아 있어서 말씀을 전하면 고개를 약간 끄덕이고 믿는다고 하였다.

그의 남편에게 만약 죽게 되면 장례식을 기독교식으로 치르자고 제안하였다. 주변에 현지인교회 목회자들이 기독교 장례회를 조직하여서 회원교회의 교인이 사망할 경우엔 한 가정당 백 불을 장례비로 지원해주고 회원목회자들이 모두 와서 장례를 치러준다 하여서 우리 삥뽕교회도 몇 달 전 가입을 하였다. 물론 얼마간의 가입비와 약정된 회비를 매달 납부한다. 전통불교식 장례를 치르지 않고 기독교식으로 하기 위하여 보험형식으로 지혜롭게 대책을 마련한 것 같다.

어느 주일, 심방을 하고 나니 이번 주가 그의 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예상한 대로 삼일 후 수요일 아침 밍힝이 사망했다는 연락이 왔다. 평상 위에 초라하게 흰 천으로 덮어 놓은 시신 위에 냄새로 인하여 유난히 파리떼가 많이 달라 붙어 있었다. 한 쪽에서는 불교식 전통 장례식이 한창 준비되고 있었다. 친척들이 와서 기독교식 장례를 적극 반대한 것이다. 고인에게는 죽기 전에 기독교식 장례를 허락받았는데 하는 수 없이 교회의 성도들 몇 사람만 와서 시신을 앞에 두고 간단히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나는 인간의 죽음에 관하여 설교를 했다. ‘우리 모두는 죄로 인하여 죽을 수밖에 없다. 캄보디아 제국의 왕도 죽고 여러분과 나도 죽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의 영혼은 반드시 하나님의 심판대로 가서 심판을 받고 각자 천국이나 지옥으로 가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한 사람의 주검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으므로 복음의 효과가 크겠다 싶어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내어 그들도 다 들으라고 선포하였다. 그러나 불교와 각종 미신과 세상의 쾌락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복음의 은혜가 깊이 스며들지 못함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나마 밍힝은 육체가 너무 아파서 마음이 가난해졌고 거기에 조그만 사랑을 베푸니 비로소 복음이 들어갈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다. 비록 불교가 있다 해도 절간에서 존경과 대접만 받는 승려들이 아프고 병든 영혼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쓰고 찾아와 위로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불교에는 십자가 위에서 희생하여 죽기까지 우리를 죄로부터 구원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영생에 대한 소망의 복음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기독교 선교사는 한 영혼의 소중함을 알기에 적극적으로 찾아가 복음을 전하며 온갖 사랑을 베푼다. 밍힝은 참으로 복을 받은 자다. 하나님은 공평하시어 질병으로 인한 그의 육체의 고통을 천국의 영생복락으로 바꾸어 주시었다. 마지막 때에 하나님이 마치 추수가 거의 끝난 논에서 이삭을 줍듯이 밍힝을 추수하여 구원해주신 것이다.

캄보디아에 복음이 들어온 지 100년이 넘었다. 한국 선교사가 들어오기 전에도 이미 교회가 있었고 심지어는 킬링필드의 주범인 폴 포트가 급진적 공산주의의 살벌한 통치를 하던 시대에도 일부 기독교인들이 숨을 죽이며 신앙을 소유하고 있었다. 지금의 선교는 19세기 이전처럼 복음의 불모지에 들어가서 하는 선교는 아니다. 한국이나 각국에서 많은 선교사들이 들어와서 활동하고 있지만 이미 복음이 들어와 있는 나라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선교는 그야말로 이삭 줍기식 선교다. 이것은 곧 주님 오실 때가 임박했다는 증거다. 그러나 우리는 어디를 가든지 복음을 전하여 한 영혼이라도 구원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비록 나의 모든 것을 다 드려서 그 영혼을 살릴 수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밍힝을 생각하면 하나님의 영혼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마음에 와 닿는다. 잃어버린 한 영혼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이곳까지 나를 보내셨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남들이 무관심하고 외면하는 초라한 한 영혼이라도 기꺼이 찾아가서 복음을 전하는 일을 결코 소홀히 하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먼 하늘을 바라보면서 먼저 간 밍힝이 나중에 천국 입구에서 우리에게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반겨주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박이삭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