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봄은 추위 속에서 온다


쌓인 산은 춥지 않다. 빛을 담고 물을 품은 까닭이다. 눈이 많은 겨울도 춥지 않다. 안에 쉬고 있는 봄의 씨앗 때문이다. 서릿발 밑에 봄이 있다.

올해는 유난히도 춥다. 혹한이 북반구를 뒤덮었다. 500 사는 북극 상어가 저체온증으로 죽고, 나이아가라 폭포도 얼어붙고, 동사자들이 속출하였다. 집도 난로를 등지고 서면 입김이 서린다. 하지만 대형 유리창 너머로 눈부신 설산이 보여 견딜 만하다.

새벽이 칠흑 속에서 오는 것처럼 눈부신 봄은 추위 속에서 온다. 옥상 정원에서 조석으로 들리는 건강한 고양이 형제의 끼니를 재촉하는 울음소리가 봄을 기다리게 한다. 옷깃을 여미며 보는 텃밭과 나무 속에는 봄이 들어 있다. , 얼마나 다정한 소망인가.

나라가 어수선하고 교회들이 허둥거린다. 감정이 지성을 가리고 집단적 맹신과 비판이 냉철한 분별력을 삼킨다. 겨울이 춥고 나라가 춥고 공동체도 춥다. 그래도 봄은 온다. 주변국이 불안하고 세계가 불안하다. 그래도 다시 오실 주님의 시간은 정확히 흘러간다. 봄을 주신 주님이 오고 계시다.

예수님의 은혜 안에 산다는 것은 봄을 기대하는 삶이다. 아무리 추워도 소망이 끊어지는 듯해도 결코 절망적이지 않다. 봄을 기다리는 산골의 아이들과 같이 그리스도 안에 사는 이들은 내일을 꿈꾼다. 희망이 현실을 이긴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것이 되었도다”(고후5:17).

새로워지리라, 교만과 아집의 어둠을 물리치는 진리의 빛이 비춘다. 나라를 위로하는 소망의 계시들이 세계에서 들려온다. 주님의 재림을 사모하는 예수님의 신부들이 봄을 기다리는 씨앗처럼 숨죽여 준비된다.

아직은 춥다. 미움과 서운함이 다정한 마음을 짓밟는다. 벼르는 보복심이 억지로 짓는 미소 밑에 있다. 아픈 상처가 지우지 못한 기억 속에 산다. 겨울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눈부신 봄은, 부활의 영광이 차디찬 무덤에서 일어난 것처럼 추위 속에서 온다. 주님이 새롭게 하심을 굳게 믿는 이들에게 봄은 온다, 봄을 주신 예수님과 함께.

박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