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길을 걷다 문득 하늘을 보니 드문드문 별이 떠있다. 예전엔 미처 몰랐던 감동 때문인지 까만 도화지에 흩뿌려진 작은 별들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별이 아름다운 건 밤이 존재함이며, 밤이 빛나는 건 별 때문이리라. 서로에게 존재 의미를 부여하는 자연을 보며 인간의 존재의미를 되짚어 본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대표적인 단편이다. 갓 태어난 쌍둥이의 모친에게 연민을 느껴 생명을 걷어오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한 천사가 벌을 받아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버려진다. 하나님께서는 천사 미하일을 추방하며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되면 다시 천국으로 부르겠다고 하셨다.

추운 겨울 벌거벗은 모습으로 교회 담벼락에 쓰러져 떨고 있는 그를 가난한 구두 수선공 시몬이 발견하고 연민을 느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너무 가난해서 외출할 때는 외투 한 벌로 부부가 번갈아 입어야 하는 현실에, 시몬의 아내는 처음 크게 화를 내지만 끝내 그를 맞아주었다. 그 순간 미하일은 처음으로 웃는다.

미하일은 그곳에서 구두수선 일을 배운다. 어느 날 한 건장한 부호가 최고급 가죽을 내밀며 자신의 발에 꼭 맞는 부츠를 주문한다. 미하일은 부호를 보며 아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두 번째 웃음을 짓는다. 집으로 돌아가던 부호는 마차에서 내리기 이전에 사망한다. 그 소식을 듣기도 전에 미하일은 부호가 주문한 부츠가 아니라 나중에 그 부호의 시종이 안주인의 명으로 주문을 수정한 슬리퍼를 이미 만들고 있었다.

5년이 지난 어느 날 한 아주머니가 쌍둥이 딸아이들을 데리고 와 아이들의 신발을 맞춰주겠다고 한다.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듣던 중 쌍둥이가 하나님이 목숨을 거두라 했던 그 여인의 아이들이었던 것을 알게 된다. 사실을 알고 미하일은 세 번째로 웃는다.

그러더니 큰 빛이 그를 감싸고는 천사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시몬의 물음에 자신은 천사이며 하나님께 징계를 받아 인간이 되어 땅에 떨어지게 된 것을 설명하고 하나님의 용서를 받기 위해 세 가지 질문에 답변을 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였다.

미하일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자신에게 먹을 것과 기거할 곳을 제공해준 시몬 부부를 통해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음을 보았다. 또 자신이 오래도록 살줄로만 알고 오래 신을 멋진 부츠를 주문했던 부호의 뒤에 서 있었던 죽음의 천사를 보면서 인간에게는 미래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줄 아는 능력이 주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끝으로 연민으로 쌍둥이 어머니의 목숨을 거두지 못했지만, 그 쌍둥이가 한 아주머니에 의해 사랑을 받으며 자란 모습을 보고 마지막 질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다.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이 자신만을 위하여 따로 떨어져 사는 것을 원치 않으셨기에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능력은 주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시기에 모두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가르쳐 주셨지요.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것입니다. 그들은 오직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거예요.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하나님 안에 사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은 그 사람 안에 계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곧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완벽한 곳에서 빛을 발하지 않고 단지 부족한 곳에서 완전한 사랑을 이루어 가는 것이 아닐까? 내가 왜 살아가는지의 답은 사랑에 있다. 우리의 존재 의미를 바로 안다면 슬퍼도, 괴로워도, 앞 일을 알 수 없어도 미소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사랑이신 하나님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