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석에 앉아라

“청함을 받았을 때에 차라리 가서 말석에 앉으라 그러면 너를 청한 자가 와서 너더러 벗이여 올라 앉으라 하리니 그 때에야 함께 앉은 모든 사람 앞에 영광이 있으리라”(눅14:10).

잔치 집에 청함을 받았을 때는 말석에 앉아야 한다. 소화 데레사(1873-1897)는 무엇을 하든지 자신을 위해서는 항상 덜 좋은 몫, 덜 편한 자리를 택했다. 식당에서도 불편한 자리, 세탁실에서도 통풍이 안 되는 곳을 찾았다.

맛없는 반찬, 불편한 잠자리를 좋아했다. 어떤 일을 할 때 달리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도 상대방의 의견을 중요시 여기느라 하던 대로 계속했다. 어떤 경우에도 말석에 앉아서 가장 힘들고, 분주하고, 구차한 일을 하면서 불편한 자리를 자기가 먼저 앉아서 남들이 못 오게 했다.

두 줄이 있으면 내가 서 있는 줄이 길어 보이고, 무엇을 선택하고 나서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이 더 좋은 것이 아닌가 하고 망설이게 되고,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는 다른 가게 가서 다시 그 값을 물어보아야 안심이 되고 누가 자기 것과 같은 것을 가졌으면 얼마주고 샀느냐고 물어보고는 이리저리 그 물건을 살펴본다.

이것은 남보다 더 좋은 것을 갖고 싶고 남보다 낫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서 나온 것들이다. 이런 욕망이 있는 우리가 말석에 앉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말석에 앉기를 노력하며 이런 욕망에서 쉼을 얻어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말석에 앉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땅이 너무나 척박하여 햇볕이 있어도, 바람이 불어도, 좋은 씨가 뿌려져도, 아무 것도 힘이 되지 못하게 태어난 사람이 있다. 너무나 집이 가난하거나, 재주는 단 한 가지도 없거나, 신체조건이 나쁘거나, 가정환경이 나빠서 배우지 못했던 사람은 자기의 별다른 잘못 없이도 출세를 하여 상석에 앉을 기회를 놓쳐 버린다. 그럭저럭 살다가 자기 자식에게 조차 고된 노동으로 사는 가난밖에 물려 줄 것이 없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방에 자갈과 가시덤불뿐이니 이런 사람에게는 상석을 쳐다볼 곳도 못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성공하라고 부르신 것도 아니고 결과가 좋아야 상급을 주신다고 하신 적이 없으시다.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자기가 가진 것으로 얼마나 이윤을 남겼는가 물으신다. 불평하지 않고 말석에 앉아서 기쁜 마음으로 남들의 위로자가 되어 준다면 작은 일에 충성했다고 칭찬해 주실 것이다.

수많은 성화된 성도들은 스스로 상석을 버리고 말석을 찾았기에 주님의 위로를 받았다. 하나님께서는 천한 그릇도 만드시고, 귀한 그릇도 만드실 수 있으시니 하나님께 내 처지를 불평하는 어리석음으로 말석을 거절하지 않도록 하자. 자랑거리가 많은 사람 옆에 있으면 상처받는 일이 많고 부족한 사람이 옆에 있으면 위로 받을 일이 많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는 위로 받고 싶은 사람이 많으니 많은 사람의 위로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