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로 더럽혀진 교회에 성령에 맑은 물


흙탕물로 더럽혀진 교회에 성령에 맑은 물로 채우소서

지난번에 안성수양관에서 “한국교회, 회복을 기도하며 말한다.”는 주제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제13회 전국수련회가 열려 15개 교단 350여 목회자들이 모였다. 믿음의 선진들의 땀과 눈물, 희생 위에 세워진 120여년 한국교회가 세속화되어 지탄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한 뼈저린 반성의 자리였다.

통렬한 자기반성

“오늘 우리에겐 희망이 없습니다.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기보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게 됐습니다. 주여, 주님의 영광을 가로챈 우리의 죄를 용서하소서. 주님께서 주인 되심을 말이 아닌 온 몸으로 드러내게 하소서!”

곳곳에서 흐느낌과 통곡의 기도소리가 흘러나왔다. 더 이상 교단과 신학적 배경은 의미가 없었다. 은준관 실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파산한 미국 수정교회를 예로 들어 “미래 교회의 상징이었던 수정교회의 몰락에서 존재이유를 상실한 기독교 왕국의 말로를 보는 듯해 슬프다”고 했다. 교회성장주의, 목회자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하나님 앞에서 모든 것을 분토처럼 여기고 임박한 주님의 재림을 대망하는 교회공동체를 구현하며 순수한 성경적인 신앙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했다.

참석한 목회자들은 “교회와 목회자가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한국교회 일각의 갱신을 위한 몸부림을 비웃는 기성교회 지도자들이 있다”고 개탄했다. “우리 사회의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타종교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것은 목회자들의 이 같은 지행(知行)불일치와 세속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초심을 회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통렬한 자기반성과 회개는 13일 저녁 이동원 목사님의 설교와 한국교회 회복을 위한 기도회에서 절정에 다다랐다.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격을 잃어버리게 하는 건 목회자들의 공로의식이다. 가슴을 뛰게 하는 비전도 추한 야심과 야망으로 전락할 수 있다. 주의 종이라면서 주인의 자리에 앉으려는 무례를 범할 수 있다”고 자신을 포함한 모든 목회자가 주님을 향한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유지하자고 했다.

지금은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고 교회와 목회의 본질을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선 순수한 무교병의 진리와 성령의 맑은 물이 있어야 한다. 오늘날 교회에는 인본적인 누룩과 세속에 오염되어 물이 심하게 흐려지고 말았다. 맑은 물이 아니면 아무리 빨래를 하고 목욕을 해도 깨끗하게 씻을 수가 없는 것이다.

참목자의 영성

오늘날 현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 믿고 구원받아 천국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아들의 형상을 본받는 것(롬8:29) 즉, 예수님의 성품으로 익은 열매되는 성화(聖化)라는 신앙의 목표를 상실한 채 이 세상의 육적인 복을 추구하며 앉은뱅이가 되어버렸다. 약속은 받았지만 아직 얻지도 못한 생명을 이미 얻은 것처럼 착각하면서 더 이상 천국을 침노하지 않으려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의인이 되어 하나님의 생명을 얻었다면 ‘죄의 법’에서 해방되어(롬8:2) ‘생명에 이르는 냄새’(고후2:16), 즉 겸손, 온유, 사랑, 인내, 절제, 자비, 충성, 화평 등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겨야 하는데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오히려 기회가 주어지면 교만, 음란, 아집, 포악, 질투, 거짓, 태만 등 악취를 풍길 때가 얼마나 많은가. 성경은 분명 좁은 문으로 들어가서 좁고 협착한 길을 다 걸어가야만 비로소 생명을 얻는다고 말씀하셨다(마7:13-14). 우리는 지금 마귀에게 교묘히 속고 있는 것이다.

교회가 신앙의 목표를 상실하고 세속화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님의 12사도들을 비롯한 프랜시스, 썬다싱, 조지 뮬러, 하천풍언, 이용도, 주기철, 이성봉 목사님과 같은 참 목자들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도 한몫 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나를 닮으라’고 부르시는 예수님을 잃은 채 방황하고 있지 않은가!

개신교가 더 이상 기복주의·물질만능주의·교회성장주의에 오염된 말씀과 믿음 가지고는 교회갱신과 영성의 회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강력한 하나님의 임재와 성령의 맑은 물이 충만했던 초대교회의 영성이 필요하다. 초대교회는 12사도들과 교부들, 그리고 그 계보를 잇는 영성의 대가들에 의해 맑은 물이 가득한 영성의 수원지에서 마음껏 헤엄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교회는 영성의 수원지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그간에 기복주의·물량주의·믿음만능주의라는 흐린 물에 겨우 연명하던 교회가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지금은 성령의 맑은 물과 무교병의 순수한 진리로 회개하고 영적 대각성을 구할 때이다.

맑은 물을 찾아서

이제 우리가 잃어버렸던 영성의 맑은 물줄기를 되찾고자 하는 것은 그만큼 기존의 말씀으로는 더 이상 우리 자신을 어찌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 있다. 우리는 지금 하나님을 보다 더 깊고 폭넓게 알게 해주는 영성의 맑은 물에 푹 잠기기를 갈망한다.

이런 강력한 영성은 2천년 기독 교회사를 지탱해온 참목자들의 빛 된 삶과 사상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로 하여금 그들의 영성생활의 향기에 흠뻑 젖게 만드는 진리의 물줄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주님, 세상의 흙탕물로 더럽혀진 교회에 성령의 맑은 물로 채우시고, 인본주의 누룩으로 어두워진 교회에 하나님의 밝은 빛을 비춰주소서. 영적 기갈로 허덕이는 교회에 다시 한 번 예수님을 온전히 닮고자 몸부림쳤던 참목자들의 빛 된 삶과 사상으로 충만하게 하소서. 영적으로 배고프고 허약한 영혼들에게 진리의 뷔페식당으로 인도하셔서 인본적 잡사상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무공해의 말씀으로 배부르게 하소서. 주님, 어디에 가야 세속의 더러운 물에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이 흘러넘치는 풍성한 영성의 저수지를 찾을 수 있을까요?”

“이제는 그 맑은 물을 마시며 오랜 영적 기갈을 면하고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에 찌든 묵은 때를 말끔하게 벗겨내고 싶습니다. 우리의 부패한 육성을 세세하게 다 드러내어, 무엇이 선인지 악인지, 빛인지 어둠인지, 무엇인 영적인 것인지 육적인 것인지 그 차이를 밝히 알기 원합니다. 영혼에 치명적인 암을 유발하는 세속적 교훈이 가득 섞인 유교병이 아닌 누룩 없는 순수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정결해지기를 원합니다. 주님, 참목자들을 통해 공급해주시는 성령의 맑은 물이 충만한 영성의 수원지를 찾게 하소서!”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