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자아를 깨뜨리고 회복시키시는 하나님

15.jpg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일이 또 일어났다. 국민들이 애용하는 계란이라는 식품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언론 보도 전까지는 사실과 그 심각성을 전혀 몰랐다가 사태가 심각해지자 비로소 책임을 묻고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한 상황이다. 영적인 이치도 이와 같다. 소를 잃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외양간을 고치는 경향이 다분하다.

 


나는 아니야 괜찮아

사실 우리가 A4용지 크기의 공간에서 닭을 키우는 모습을 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다. 식약처장은 계란 파동이 나기 며칠 전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계란은 아무 문제없다고 큰소리 쳤다가 곧 웃음거리가 되었다. 농식품부는 계란 전수조사 과정에서 계속 실수를 저질러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고, 더욱 놀라운 것은 살충제 계란 농장 32곳 가운데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이 28개로 88%를 차지했다는 점이었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임시방편의 졸속대책에 그칠까 염려가 되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숨겨진 비리나 잘못이 있지만 그것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지낸다. 그러다가 문제점이 드러나도 처음에는 내 잘못이 아니라고 발뺌을 하거나 별일 아니라고 대충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일로 여론의 압박과 질타를 받게 되니 비로소 대책 마련에 고심을 하는 상황이, 영적인 일에 대처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잘못과 부족함에 대해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다가 문제가 심각해지고, 심적 물적 고통을 심하게 당하게 되면 비로소 자신을 깊이 반성하게 된다. 타인에게는 엄격하지만 자신에겐 후하고, 제법 괜찮은 사람인 양 착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성향을 잘 아시기 때문에 우리의 자아를 깨뜨리실 때에 영적 실체와 함께 자신에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 깊이 깨닫기를 원하셔서 환경을 조성하시고 우리를 훈련하신다. 사실 우리 속에는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기중심적인 육적인 자아가 대단히 많지만 정작 어떤 자아들이 숨어있는지 잘 모르기도 하고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의 자아가 하나하나 드러나도록 배후에 마귀의 역사를 허락하시기도 하고, 여러 환경도 조성하면서 자아를 드러내신다.

처음 직분과 사명을 받을 때는 순수하고 겸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직분이 높아지고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면서 서서히 숨어있던 자아들이 하나 둘 나타나는 일이 많다. 전에는 몰랐던 내 속의 교만과 명예욕, 선한명분 속에 가려진 아집과 독선, 동기부여가 안 되면 무기력과 권태 속에서 육적인 오락거리를 찾고 즐기려는 성향, 남들이 칭찬해주고 높여주는 것을 은근히 즐기고 있는 자신을 여러 통로를 통해 서서히 알아가게 된다.

하나님의 일을 하다가 내 뜻대로 잘 따라주지 않는 반대세력이 나타날 때, 서로 옳다고 주장하면서 갈등과 다툼이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의분이 일어나고 타인을 질타하는 그 속에는 교만과 독선과 아집의 불순물이 뒤섞여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자신을 쉽게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루기 마련이다.

 


자아가 깨어지는 원리

내가 잘 인식하고 있는 자아라면 자원해서 고치려고 노력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은밀하게 숨어있는 자아라면 쉽게 깨어지지 않는다. 특히 절제나 기도생활을 잘하고 충성된 일군이라면 그 속에 숨어있는 자신의 불순물을 찾기가 그만큼 어렵다. 남들보다 잘하는 면이 그만큼 많기 때문에 그리 쉽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아집이 강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을 잘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더욱 강하기 때문에 많은 고통을 당하게 된다.

소를 잃어버리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듯 자원해서 내 악습과 부족함을 고치면 좋은데, 그러지를 잘 못한다. 그래서 주변으로부터 심한 공격과 멸시와 조롱을 당하거나, 큰 소유를 잃어버리거나 시험풍파를 많이 겪게 되는 등, 소를 잃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하면 비로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외양간을 고치게 된다.

하나님을 대적하고 이웃에게 부덕을 끼치는 자아가 깨어지려면 곁길로 빠졌다가 돌아오는 반복된 경험이 있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 앞에 많은 곁길들을 만들어 놓으시고 자아를 깨뜨리신다. 이것을 성경은 광야연단과정이라고 한다.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이 생명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기 위해 40년간 광야과정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영적인 훈련을 받은 것과 동일한 원리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다 선한 일군으로 사용하시기 위해 우리 속에 있는 옥의 티, 자아를 하나하나 깨뜨리시고 마음과 행실이 정결해지도록 역사하신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연단을 통해 우리의 자아를 깨뜨리시고 영적으로 성장시키신다는 것을 지식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몸으로 때우며 실제로 자아가 깨어지는 것에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 깨어질 때는 아픔이 따르고 소유를 잃어버리는 상실감이 따르기 마련이다. 수없이 반복되는 아픔과 고통과 손해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고통과 쓰라림을 통해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고백하면서 자아가 철저히 깨어지면, 하나님은 우리를 풍성한 은혜와 긍휼을 베푸신다.

교회나 어떤 단체나 공동체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아픔과 진통들도 내면에 은밀히 숨겨진 자아들을 발견케 하여 부족한 행실들을 철저히 깨뜨리시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이다. 하나님은 분열과 다툼을 통해 우리를 연단하시고 새롭게 하신다. 여러 가지 시험 풍파 속에서 서로 발뺌하고 남의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겸손히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주님이 쓰시기에 합당한 그릇이 되도록 부지런히 마음과 행실을 닦아야 한다. 진드기가 번식하여 더 큰 피해를 입기 전에 부지런히 자아를 철저히 깨트려 마음의 지경을 넓혀야 한다.

우리를 사랑하시어 징계하시는 하나님의 치료의 손길이 있기에 얼마나 감사한가. ‘주님은 인생으로 고생하며 근심하게 하심이 본심이 아니시다’(렘애3:33). 자아를 깨뜨려 다시 싸매시고 고쳐서 새롭게 쓰시기 위함이니, 일으켜 세우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영적인 외양간을 깨끗이 수리하여야 한다. 다시 한 번 일어나자. 주님께서 성큼, 우리 가까이 와 계신다.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