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어려울 일들도 맡길 뿐

마이는 은혜를 크게 받은 사역자이다.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이 뜨겁고 시키지 않아도 매일 전도하고, 무엇이든지 자원하여 열심히 교회를 돌본다. 캄보디아에서, 아니 요즘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믿음직스러운 하나님의 일군이다. 한 달간 자리를 비우고 없는 사이에도 충성스럽게 이웃마을인 품짜를 개척하여 그 마을에서 예배를 드렸다. 그쪽 어린이들을 모두 삥뽕교회로 인도하여 요즘 주일학교 때에 예배당이 꽉 찬다. 내가 없는 동안 오전에는 삥뽕교회에서, 오후에는 품짜 마을에 있는 어느 집 마당을 빌려서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하루에 두 차례 어린이 예배를 드리는 것이 번거로워서 얼마 전 교회에서 르먹(짐을 싣는 큰 수레)을 하나 샀다. 주일 아침 일찍 오토바이에 르먹을 매달고 그들을 태워 온다. 한 번에 이삼십 명도 거뜬히 실어 나를 수 있다.

한국에서 돌아와서 첫 장년부 예배를 드릴 때였다. 설교가 끝나고 광고시간에 갑자기 40대 중반의 남성 피읍이 간증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자신과 형이 어느 날 저녁에 이웃집에서 큰 그물을 빌려 마을에서 좀 떨어져 있는 호수에 가서 물고기를 잡았다고 한다. 그런데 한밤중이 되어 잘못하여 그물을 물에 빠뜨려 잃어 버렸다고 하였다. 남에게 빌려온 그물이라 몹시 걱정되는 순간 갑자기 하나님께 기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캄캄한 밤 배 위에서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그러자 조금 후에 저만치서 그물이 떠오르더라는 것이었다. 사실 그 그물에 추가 많이 달려 있어 한번 가라앉으면 좀처럼 떠오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캄보디아의 호수는 석회가 많이 섞인 흙탕물이고 밤이라서 물속이 전혀 안 보였다. 피읍은 떨리는 목소리로 간증을 했지만 기도의 응답을 받아 그런 신기한 경험을 한 후로 그의 믿음은 더욱 확신에 찬 것 같았다. 신앙은 자신이 생활 속에서 살아 계신 하나님을 직접 체험해야 비로소 생생한 믿음으로 자라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있었다. 최근 품짜 마을에서 전도되어 나왔던 주일 학교 어린이 한 명이 어처구니없는 일로 죽는 사고를 당하였다. 나이는 11살인데 초등학교 1학년 남자 아이였다. 여기는 학교를 제때 안 보내어서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교회에 나 온지 한 달 정도 되었는데 그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출석하였고, 또 아침에 마을에서 친구들을 두루 다니며 불러서 교회에 데리고 온 쾌활하고 순진한 아이다. 그 마지막 주일 날도 어쩐 일인지 땀을 뻘뻘 흘리며 그 마을에서는 혼자 걸어서 오후에 교회로 왔었다. 그래서 내 기억에 더 생생하다. 그런데 그 주간 화요일에 집에서 좀 떨어진 외진 곳에서 혼자 놀다가 버려진 폐자전거의 체인에 목이 감겨 숨졌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아이가 목에 체인을 매고 장난삼아 머리 위 나무에 걸었다가 발밑에 있는 의자가 넘어지는 바람에 그런 변을 당했다. 사고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어른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왜 하필이면 그런 놀이를 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마귀가 역사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변변한 놀이 시설도 없는 삭막하고 열악한 환경에다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풀지 못하여서 이곳의 아이들은 늘 위험에 노출되어있고 또 쉽게 사고를 당한다. 어느 선교사님은 유치부 여자아이가 교회 근처 연꽃 웅덩이에 빠져 죽는 사고를 당한 적도 있다.

우리 교회의 아이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여 죽게 되자 마음이 몹시 당혹스럽고 안타까웠다. ‘! 하나님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교회에 나 온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밝고 열심한 아이여서 주의 일군으로 키우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왜 하나님께서 사고를 미리 예방해 주지 않으셨을까?’ 질문을 던졌다. 한 가지 깨달아 지는 것은 장래에 일어 날 일을 미리 아시는 하나님께서 그 영혼을 구원하시고, 죽음을 준비키 위하여 짧은 기간 동안이나마 열심을 내게 하시고 구원의 복음을 듣게 하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이다.

사고 후 두 남동생이 주일학교 예배에 나왔다. 그들에게 열심히 예수님을 믿으면 천국에 있는 형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이곳 풍습대로 상주들이라 머리를 밀어서 눈에 띄는 그들의 얼굴이 믿음으로 밝아짐을 보았다. 나는 하나님께서 그 아이의 영혼을 고이 받아 주실 것을 기도하였다. 그 아이가 믿음의 씨앗이 되어 그 가정이 변화되고 그 마을이 복음화 되는 꿈을 가져본다. 비록 삭막하고 어려운 환경이지만 삥뽕교회의 사랑스런 아이들이 모두 영육 간에 잘 자라서 캄보디아에서 훌륭한 주의 일군들이 되어야 할 텐데 하는 소망이 간절해진다. 다만 이들의 미래를 지키시고 인도하실 분은 오직 하나님이시기에 그분께 맡기고 의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