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선교] 인내의 열매를 맺는 생활

문화와 환경이 많이 다른 타국의 생활 속에서 인내의 열매를 맺어야 할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 날마다 더위와 싸워야 하고 타국인으로서 이해하고 견뎌내기 어려운 환경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럴 때는 천국에 상급을 쌓을 수 있는 기회로 알고 인내하려고 노력 중이다.

천국에서 얻을 영광과 상급으로 남는 순간은 무슨 일을 크게, 많이 하고 거창한 데 있지 않다. 실제로 어느 선교사들 가운데는 자신이 학교와 교회를 여러 군데 세우고 교회를 개척한 숫자가 백 단위가 넘는다고 자랑삼아 말하기도 한다. 어느 선교사들은 남들이 들어가기 꺼려하는 깊은 오지에 들어가서 선교한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자신이 가르쳐서 세운 현지인 사역자들이 자기를 깍듯하게 존경하고 순종한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사역에 대해서 정확히 판단하시고 상급을 결정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성경적 관점에서 상급의 기준은 사역의 규모가 크고 작음에 달려있지 않고 겸손과 온유와 사랑과 인내 등 성령의 열매를 얼마나 많이 맺었는가에 달려 있음을 깨닫게 된다.

얼마 전에 시골 사역지인 뻘뽕에서 오후 예배를 마치고 3시가 조금 넘어서 차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았다. 연중 가장 더운 4~5월 오후의 태양열에 자동차가 달구어져 실내 체감온도가 60도를 웃도는 순간에 에어컨이 고장을 일으켰다. 도로 사정을 잘 아는 나로서 이런 상태로 두 시간 가까이 달린다고 하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는데 응답이 없으시다. 인내의 열매를 맺으라는 신호다. 차령이 오래되었기에 아예 포기하고 출발했다. 도로가 거의 비포장이어서 지나가는 차와 오토바이들의 뿌연 흙먼지가 시야가 가릴 정도로 휘날려서 창문을 열 수도 없었다. 사실 창문을 연다 해도 뜨거운 바람 탓에 별 차이가 없다.

두 시간 남짓 지나자 얼굴과 팔뚝 등 온 몸에서 땀이 비 오듯이 뚝뚝 떨어지는데, 바지와 셔츠가 모두 물로 적신 것처럼 되어버렸다. 그런 상황 속에서 뒷좌석에서 같이 땀을 흘리며 앉아 있는 교회 청년들에게 짧지만 의미 있는 영적 교훈을 주었다. 지금 이 순간이야 말로 우리가 상급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이며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기쁨으로 인내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했다. 그들은 일제히 웃으면서 아멘으로 화답하였다. 얼마나 땀을 많이 흘렸는지 나중에 몸이 공중에 붕 떠 있는 것처럼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그날 프놈펜의 오후 최고 온도가 40도였다.

시골에서는 어린아이들이 100명 가까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데, 건기 막바지에는 물이 귀하여 거의 씻지를 못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이 꼬질꼬질하고 몸에서 특유의 냄새가 난다. 예배를 드리는 공간 바로 옆에 소 외양간이 있는데, 아이들과 찌든 소똥 냄새가 섞여 뜨거운 공기와 함께 코를 찌르고 목과 등에서는 불쾌한 땀이 주르륵 흐르지만 감사하다. 상급은 바로 이런 순간에 쌓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며칠 전에는 몸살기가 있어 오후에 방에 잠깐 누워서 쉬고 있는데 가까운 초상집에서 귀가 아플 정도로 스피커를 하루 종일 요란하게 틀어놓았다. 그 소리에 결국 쉼을 얻지 못하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였다. 사흘이 멀다 하고 결혼식과 각종 잔치와 행사들을 한답시고 길을 가로막아 천막을 치고 하루 종일 큰 스피커를 틀어 놓고 이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들을 볼 때 답답하고 짜증이 절로 올라온다. 이런 순간은 정말 인내가 필요한 때다.

어떤 때는 방에 쪼그려 앉아 설교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간다. 정전은 하루에 한 번씩은 예정되어 있는 가난한 나라의 단골메뉴다. 실내 온도가 35도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그나마 선풍기 한 대에 의존하고 있는데 불도 나가고 선풍기도 꺼져버리면 대략난감 속수무책이다. 그럴 때도 인내해야 하는 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처음에는 나라 지도자들에 대해 원망과 비판을 많이 했었다. 부정부패를 많이 해서 엄청난 돈을 축재하고 큰 저택에서 호화롭게 살지만, 부족한 전력공급 문제 하나 해결 못하는 무능한 정부 지도자들이라고 비판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불평보다는 그저 인내의 열매를 맺어야 할 순간임을 생각하고 전기가 들어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잘 아는 어느 선교사는 새벽예배를 인도하기 위하여 매일같이 캄캄한 새벽에 프놈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교회로 한 시간 가까이 달려간다. 오가는 길에서 오토바이가 가끔 고장을 일으켜서 애를 먹기도 한다. 더욱이 우기에 갑자기 비까지 쏟아지면 마치 물에 빠진 생쥐같이 되어 질퍽한 길을 지나 자신의 집까지 오토바이를 힘겹게 끌고 오는 고생을 할 때 그것이 바로 선교사에게 훈장이 하나 더 쌓이는 순간이 아니겠냐고 고백한다.

우리의 환경이 쾌적하고 육신이 만족할만한 상황만 계속된다면 우리의 상급이 언제 쌓일 수 있겠는가. 인내해야 하는 환경을 주시고 천국의 상급을 받을 수 있는 빛의 열매를 맺도록 도와주시는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

박이삭 목사(캄보디아 프놈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