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임재연습

299671.jpg영성생활에 있어서 가장 거룩한 연습은 하나님의 임재를 의식하며 매순간 하나님과의 대화에 막힘이 없이 항상 그분과 사랑 안에서 겸손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임재 연습을 우리 삶에 적용하여 보다 깊은 영적생활의 정진을 위해 이번호에서 다뤄 보고자 한다.

하나님의 임재(Presence of God)

임재란 하나님이 사람이나 장소 가운데 거하심을 일컫는 말이다. 구약에서는 시내산, 언약궤, 회막, 성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임재해 계신 것으로 언급되었고, 신약에서는 예수그리스도께서 성육신하심으로 하나님 임재의 최절정을 나타내셨다(마1:23;요1:18). 그리고 부활 승천하신 예수님께서 성령으로 다시 오셔서 세상 끝날 까지 항상 있겠다고 약속하셨다(마28:2;고전3:16). 그러므로 하나님의 임재는 하나님 백성의 살아있는 신앙이요 소망의 핵심인 것이다.

기도와 하나님의 임재

하나님의 임재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행동은 기도이다. 기도는 그리스도인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요1:12) 하나님 아버지를 자녀다운 마음으로 아바 아버지라고 부르는 행동이다(롬8:15).

구체적으로 사랑, 찬양, 감사, 예배, 봉헌, 복종, 믿음, 소망, 신뢰, 의탁, 통회, 간청 등의 심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요한 다마스체노는 기도를 ‘하나님께 마음을 올리는 것’이라고 했고, 오리겐(알렉산드리아, 185-254)은 ‘하나님의 현존을 의식하여 하나님과 대화하고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으며, 어거스틴(북아프리카, 354-430)은 ‘하나님을 향하는 애정으로 가득찬 움직임이며 애정을 다하여 하나님을 쳐다보는 행위’라고 했다. 결국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요, 친교요, 경배이므로 하나님의 임재는 믿음 아래서 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임재연습의 목표

우리의 영혼은 하나님과의 연합을 목표로 영성의 길을 걷게 되는데, 구원받은 영혼이 삶의 여러 가지 실패와 승리의 경험을 통하여 영적인 것과 육적인 것을 분별함으로써 하나님을 지식적으로 알게 되고 점차 친숙하여지며 정화(淨化)되어 간다.

십자가의 요한(스페인, 1542-1591)은 영혼이 영성의 길을 걸으며 얻으려고 힘써 온 실체적 하나님의 임재 체험이 완전한 합일에서 완성된다고 했다. “이제는 의지가 하나님의 사랑에 완전히 침투되어 모든 능력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으므로 온 생활전체가 사랑의 찬미가로 변화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며, 이 경지에 이른 이는 참으로 은혜 받은 사람이다.”

하나님과의 가장 완전한 연합은 실제 하나님의 임재이다. 하나님의 임재를 연습하는 길이 바로 영성의 길이요, 실제 하나님의 임재를 지식적으로만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온 영과 온 육체의 감각을 통해서 체험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목표인데, 하나님의 생명이 내주합일되는 경험 즉 마음의 할례(롬2:29)를 받고, 성결의 은총을 받는 체험을 말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임재연습

평범한 생활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연습을 꾸준히 하여 실제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고 거룩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던 로렌스 형제(프랑스, 1611-1691)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연습을 배워 보도록 하자.

기도를 통한 임재연습

기도생활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삶에서 느꼈던 그는 기도시간은 많을수록 좋다고 하며, 일이 많아도 결코 기도 시간을 줄이지 않았다. 그러나 항상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며 은혜로운 기도생활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나님과의 대화를 방해하는 잡념들을 떨치는 일에 기도 시간을 다 보내놓고도 이내 잡념으로 빠져들기도 했다. 그는 죄를 짓거나 영성생활을 잘 못할 때에도 하나님께 변명하는 법이 없었다.

“그러면 그렇지 이게 나인 걸. 내가 할 줄 아는 유익한 길이지”하며 자신의 죄와 연약함을 겸손하며 단순하게 그분께 자백했다. 자신의 죄인 됨과 오직 하나님의 은혜만이 자기에게 필요함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일이 생겨 마음이 어지러워져도 절대 그것을 사람에게 가지고 나가지 않고 하나님께 나아갔다.

사랑으로 지속하는 임재연습

그에게 부여된 일은 가장 천한 허드렛일이었지만 그는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이렇게 신령한 삶으로 깊이 있게 나아가려는 그에게도 약 10년 동안 깊은 두려움과 불안의 시기를 맞게 되었다. 이 쓰라린 경험이후 80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을 때까지 40년간, 하나님과의 고요하고도 친밀한 대화의 삶 즉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며 살아왔다.

그는 하나님의 임재란 지식이나 말보다는 마음과 사랑으로 지속되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꼭 큰일을 해야만 할 필요는 없다. 나는 프라이팬의 작은 계란 하나라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뒤집는다. 그 일도 다 끝나 더 할 일이 없게 되면 나는 바닥에 엎드려 하나님을 경배한다.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그분이 주시는 은혜 때문이다. 설사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여도 나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방바닥에서 티끌 하나를 주워 올리는 것만으로 족하다.”

그는 일을 시작하기 전과 다 끝낸 후에 늘 기도했으며, 일할 때에도 “나의 하나님, 저와 함께 일해 주옵소서. 저의 이 일과 지금의 모든 감정들을 하나님을 향한 저의 사랑의 제물로 받아 주옵소서.” 하고 기도했으며, 일을 하는 동안 시종 주님과 쉬지 않고 얘기를 나누었다. 모든 것이 다 잘 되었으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혹 흠이 발견되면 하나님의 용서를 구하며 기가 죽지 않은 채 좀 더 손을 보았다.

부엌에서 정신없이 분주할 때조차도 그의 영혼이 하나님 안에 거하고 있었으므로 평온을 잃지 않았다. 그에게는 모든 것, 모든 곳, 모든 일이 다 똑같았다. 기도하고 있을 때나 구두를 수선하고 있을 때나, 어디서나 하나님을 발견하였으므로 그는 쉼을 갖기 위해 특별히 외따른 광야에 갈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오직 하나님 자신만을 원하는 그의 심령은 더욱더 거세게 사랑으로 불타올랐기 때문에 그의 의도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그의 광채 나는 얼굴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임재 연습을 위한 권면

로렌스 형제의 한 가지 목표는 오직 하나님만을 생각하며 사랑하는 것이었으며, 그에게 있어 최악의 시련은 하나님의 임재의식을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좀 더 일찍 하나님의 사랑 가운데 거하지 못했던 시절들을 후회하면서 후배들에게 “형제들은 나처럼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여러분의 젊은 시절을 송두리째 그분께 드리십시오. 사랑으로 드리십시오. 나도 만일 좀 더 일찍만 알았더라면, 누가 나에게 내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것들을 얘기만 해 주었더라면, 그분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그토록 오랜 시간을 흘려보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하며 간절히 부탁했다.

“무슨 일을 하든 낮에나 밤에나 할 수 있는 한 자주 하나님을 생각하고 그분을 잊지 마십시오. 자주 그분을 생각하고 쉬지 말고 그분을 경배하며, 그분과 함께 살고, 그분과 함께 죽으십시오. 이것이야 말로 그리스도인의 참 직무입니다.”

결론

하나님의 임재를 연습하는 일이야 말로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온전함에 이르고 자신을 죄에서 지키게 하여, 몸과 마음을 하나님이 기뻐하는 거룩한 산제사로 잘 드리게 하는 훈련이라 믿는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하나님의 실제 임재이다. 그 목표를 향하여 로렌스 형제처럼 실제 임재를 사모하면서 우리 앞에 펼쳐진 영성의 길을 부지런히 걸어가자.

『은총의 샘물』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