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씨를 당기자

bbe7b6fb2.jpg아버지는 술주정뱅이에 폭력을 일삼았고, 사랑하는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버려진 남매는 보호소에 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은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혹독한 슬픔에 잠기고 한 줄기 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어린 소녀 애니는 빈민 보호소에서 과거 불행한 기억과 상처를 안고 미쳐가고 있었다. 흡사 미친 짐승과도 같았다. 식사도 거부하고 사람이 다가와서 만지거나 말을 걸면 소리를 질러댔다.

어느 날 어두움뿐이던 삶에 누군가 찾아왔다. 할머니 로라였다. 그녀는 은퇴한 간호사였고 나이가 들어 일할 곳을 찾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주고 싶었다. 보호소로 자주 찾아와서 작은 일이라도 맡겨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던 중 보호소의 골칫덩어리를 돌보는 일을 맡게 되었다. 로라는 짐승같이 행동하는 애니에게 따뜻한 사랑으로 다가갔다.

애니, 세상에 포기해도 되는 사람은 없어. 우리 서로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주기로 약속하지 않을래? 사랑은 마음에 있는 거야.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내가 널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겠니? 세상은 꼭 눈으로 봐야 하는 건 아니야. 눈은 기껏해야 겉모습만 볼 수 있으니까.”

사랑과 기다림 속에서 노력은 계속되었고 애니는 차츰 마음을 열어갔다. 로라는 점점 시력을 잃고 앞이 보이지 않게 된 애니를 퍼킨스 시각장애아 학교로 보냈다. 로라를 통해 사랑을 배운 애니는 희망의 문턱을 넘어 기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몇 해가 흐르고 나이가 많은 로라는 세상을 떠났지만, 다시 홀로 남겨진 애니는 슬픔 속에서 절망하지 않았다. 로라가 전해준 희망과 기적의 끈을 놓지 않았다. 천국에 계신 할머니를 늘 마음으로 느끼며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현실은 예전과 다를 게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던 중 기적적으로 눈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시력을 회복한 애니는 6년간 열심히 공부했고, 로라가 자신에게 그러했듯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기적을 전해주고 싶었다.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기적을 전해주기 바라면서.

기적의 불씨는 애니를 통하여 삼중고를 겪고 있는 헬렌 켈러에게로 옮겨졌다. 헬렌 켈러는 19세기의 사회사업가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 사람이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듣지 못해도, 말하지 못해도 당당하게 인생을 개척하며 세상의 편견과 세상의 잣대를 깨뜨리고 나와 고통 받는 자에게 용기를, 슬퍼하는 자에게 소망과 위로를, 억압받은 자에게 자유를 선물했다. 헬렌 켈러가 설리반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애니 설리반이 로라 할머니를 만나지 못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아는 헬렌 켈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누군가에게 기적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둠만이 존재하는 누군가에게 한 줄기 진심어린 사랑의 손길을 내민다면 기적은 시작된다. 사랑은 빛을 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나침판이다. 세상도 사람들도 점점 어두워가지만, 사랑이 있는 곳에 어둠은 물러갈 것이다.

이 세상에 빛으로 오신 예수님, 어둠뿐이던 영혼에 빛을 주신 예수님, 지옥뿐이던 절망적인 인생에 천국을 선물해주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세상을 밝히는 작은 불씨가 되고 싶다. 밝은 등불이 되셔서 어둔 세상에 찾아오신 예수님처럼, 사랑의 불씨를 안고 애니를 찾아온 로라 할머니처럼, 아파하는 이웃들에게 사랑을 안고 찾아가서 작은 불씨가 되면 좋겠다. 나 자신이 연약하고 부족해도 능력의 주님을 힘입어 망설이지 말고 한 걸음 떼어보면, 하나님의 사랑이 상처 입은 심령들에게로 옮겨질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작은 기적의 꽃이 피어날 것이다.

허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