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마음의 부족

하나님의 선하심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부요한 긍휼하심은, 우리의 어쩔 수 없는 연약과 유약함에 대하여 하나님이 자비로우실 거라는 확신을 준다. 곧 무지나 놀람의 여러 효과들로 나타나는 실수들에 대하여는 하나님께서 긍휼을 베풀어 주실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러한 실수들을 피하려는 노력이 부족해서 지은 죄에 대해서까지 같은 긍휼과 자비를 기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예를 들어서 맹세의 죄 때문에 죽는 보통의 맹세자의 경우는 하나님의 긍휼을 받을 어떤 자격도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연약하여 그렇게 하였다고 핑계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만일 그가 핑계 댈 것이 있다면, 자기의 달란트를 땅에다 감추어 놓았다가 나중에 자기의 힘이 부족하여 땅에서 감추어 두었다고 핑계 댄 사람의 경우가 정당한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맹세를 다반사로 하는 사람의 경우에 이러한 논리가 성립된다면, 그의 죄를 용납될 수 있는 허물로 여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그러한 잘못을 핑계 댈 만큼 연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하여 우리는 맹세를 다반사로 하는 사람보다 더 많이 자기의 연약에 대하여 핑계 댈 수 없는데 삶의 모든 실수를 잘못이라고 말하지 아니하는가?

만일 우리가 그러한 잘못을 피하려고 진지하게 마음만 먹었다면 피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잘못이 그렇게 나쁘다면, 연약함과 유약함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잘못을 피하려는 진지한 마음을 먹은 적이 없기 때문에 삶의 다른 방식들을 그릇되게 하는 잘못을 범했다면 그러한 잘못을 매우 큰 잘못으로 여겨야 하지 않겠는가?

예를 들어서 이렇게 생각하여 보자. 여러분이 가장 중요한 그리스도인의 덕행들에 관하여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하였고, 겸손과 사랑의 덕을 세우는 길을 절반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런데 이러한 의무들을 행하는 데 실패한 것이 순전히 참되게 그러한 덕행들을 이루려는 마음이 부족한 데 있다면 구실을 댈 만한 이유가 조금이라도 있겠는가? 맹세를 다반사로 하는 사람이 핑계 댈 엄두를 못 내듯이 여러분이 아무런 핑계를 댈 수 없지 않은가?

맹세를 다반사로 하는 사람이 제3계명을 지키지 못하는 것과 같이 여러분이 그리스도인의 완전에서 멀리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맹세하는 자가 제3계명에 의하여 정죄를 받듯이 여러분은 복음의 여러 교리들에 의하여 정죄를 받지 않을까?

여러분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복음의 완전에 미치지 못하니 나도 내 부족을 아무렇게도 생각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이다. 문제는 복음적인 완전을 성취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있는 열심을 다해서 복음적인 완전에 가까이 가려고 하는 진지한 의도와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느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여러분이 진지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여 모든 그리스도인의 덕행에 진보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도달 가능한 수준보다 훨씬 낮은 차원에 머물며 만족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요약하면 이와 같다. 성경의 여러 구절들을 종합하여 보건대, 우리 구원은 그 구원을 얻으려는 우리 노력의 진지함과 온전함에 달려 있다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 약하고 불완전한 사람들은 그들의 연약과 결점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여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고만 하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과 경건과 겸손의 상급은 할 수 있는 한 높은 수준에서 이러한 덕행들을 실천하려고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질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을 천사들 수준으로 섬길 수는 없다. 완전한 상태에 있는 사람같이 그를 순종할 수는 없다. 그러나 타락한 사람들이라도 최선을 다할 수는 있다. 이것이 우리들에게 요구되는 완전함이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여 온전해지려고 면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만이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의 온전이다.”

그러나 만일 이러한 의미의 온전에 도달하지 못하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하나님의 긍휼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 복음의 차원에서도 핑계 댈 만한 구실이 전혀 없게 된다. 하나님은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들에게는 긍휼을 약속하신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긍휼은 우리가 모든 방도를 다하여 의를 행하려고 노력을 기울이지만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연약함과 불완전함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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