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여름이 다가오는 어느 토요일, 수련원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수련원은 대중교통만으로 갈 수가 없어서 항상 사거리에서 한 전도사님의 차를 타고 가곤 했습니다. 항상 죄송한 마음이 있었던 터라 일찍 도착한 김에 걸어가고자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늘 차로 다니면서 아무 생각 없이 가던 길이었는데 천천히 걷다 보니 참 아름다운 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수수하고 소박한 멋이 있었습니다. 푸른 산, 조그만 개울. 작지만 논과 밭도 있어 없는 것이 없는 시골 풍경이었습니다. 천천히 길을 음미하며 걷고 있는데 길가에 핀 풀꽃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꽤 크게, 곧게 자라나 있었습니다. 풀꽃을 한참 쳐다보며 감상하는데 풀꽃이 제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아무도 보지 않지만 이렇게 잘 자라고 있는데 당신은 왜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십니까?” 생각지 못한 풀꽃의 말이 가슴에 파고들었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길가에서 부지런히 자라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풀꽃. 찾아와 이름을 불러 주는 이도 없고, 물을 주고 쓰다듬어주는 이가 없어도 하늘에서 주시는 햇볕과 비만으로 만족하고 감사하며 청초하게 자라고 있는 풀꽃을 보며 그동안의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신경 쓰지 않는 척하였지만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은근히 즐기고 좋아했습니다. 또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받지 못할 땐 두려워하기도 하였습니다.

항상 많은 목사님들과 전도사님들이 계신 수련원에서는 몸가짐에 신경 쓰고, 열심히 새벽예배와 기도회에 참석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없는 집에서는 밤늦게까지 인터넷서핑을 하다가 새벽예배에 못 갈 때도 있었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데 잠을 청할 때도 많았습니다. 사람들의 평가는 두려워하면서도, 중심을 감찰하시는 하나님의 평가는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외식적인 삶 속에서 순수하고 순결한 신앙을 잃어버린 것도 모른 채 외적으로만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사 길가에 핀 풀꽃을 통해 깨우쳐주셨습니다.

“저 풀꽃처럼 내 앞에서 성실하여라! 아무도 보는 이 없어도 내가 항상 너를 지켜보고 있단다. 사람들은 너의 외모를 보지만 나는 너의 중심을 본단다!”

가슴에 주님의 말씀이 깊이 울려 퍼졌습니다. 수련원에 도착하여 예배를 드리는데 공교롭게도 ‘풀꽃’이라는 찬양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황량한 들에 핀 조그만 풀꽃 / 한 마디 바람도 없이 거친 들을 수놓으려 하는가 / 누구도 알지 못할 황무지에 핀 조그만 풀꽃/ 오직 주님을 찬미하며 아름다움을 사르려 하는가 / 이제나 너를 보았으니 언제나 네 곁에 살리라 / 겸손한 너를 닮아 나를 잊고 살고 싶어라 / 아 사랑스런 풀꽃 순결한 너에게 / 주님의 사랑 영원하리라 주님의 은총 가득하여라.”

찬양을 부르며 겸손과 순결함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풀꽃을 통해 배운 겸손, 그것은 타인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든지 잠잠히 받아들이는 마음이었습니다. 눈길 한 번 주지 않아도, 무심코 발로 걷어차도 모든 것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했던 것은 좋은 평가만 받고 싶어하는 교만이 숨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순결은 나를 창조하시고 독생자를 내어주시기까지 사랑하신 하나님께만 마음을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주님! 저도 풀꽃처럼, 소화 테레사처럼 겸손하고 순결한 삶으로 하나님 앞에 피어나고 싶습니다. 어디 있든지 하나님만 찾고 바라는 순결한 주님의 자녀가 되게 해주소서.

저절로 기도가 나오는 순간, 하나님의 겸손하고 순결한 빛이 제 안에 가득 임했습니다.

박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