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fb5bcbac8c6b7c3_28229.jpg신학교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데 비가 내렸다. 모처럼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오는데, 어린 시절 초등학교 다닐 때가 생각났다. 비가 오는 날 우산도 없이 방과 후 책보자기를 어깨에 걸치고 고무신을 양손에 쥐고 10리가 넘는 길을 헐레벌떡 뛰어 집으로 돌아왔다. 비 맞은 생쥐마냥 흠뻑 젖은 몸으로 엄마를 큰 소리로 부르면 텃밭에서 일하시던 어머니가 급하게 달려 나오셨다. “아이고, 우리 아들. 이 비를 다 맞고 왔냐?”며 앞치마로 얼굴을 닦아주셨다. 달려오다가 넘어져 깨진 무릎과 찢어진 발바닥에 빨간약도 발라주셨다. 이내 꾹 참고 있던 눈물을 터트리자, 어머니는 맛있는 김치수제비를 끓여줄 테니까 울지 말라고 하셨다. “남자가 울면 못써. 이 담에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아파도 참아야 돼.” 어머니는 약한 나를 강하게 키우셨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웬만한 일로는 울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주님이 나를 찾아오셨다. 그날 주님 발 앞에 엎드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울 힘조차 없을 때까지 그동안 지은 죄를 낱낱이 회개하고 나니 온 방바닥에 눈물콧물이 범벅이었다. 그때부터 난 눈물이 많아졌다. 찬송을 불러도 눈물, 기도를 드려도 눈물, 불쌍한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렇게 울면서 살아온 세월이 25. 하지만 아직도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면 별로 변화되지 않은 것 같아 또 울 수밖에 없다. “온전한 사랑을 실천합시다. 온전한 사랑만이 진실한 감동을 주고, 이웃을 변화되게 할 수 있습니다.” 말은 그럴싸하게 하지만 자기 유익을 따라 가식적인 사랑을 하고 있다. 함께 20년 동고동락하며 지내온 믿음의 형제마저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느 날은 강 형제님이 짜장면을 함께 먹자고 끓여 오셨다. 그런데 짜장면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지면서 한 젓가락도 입에 넣지 못한 채 용서를 빌었다. “강 형제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형제님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얼마 전에는 어느 목사님이 자신의 뜻을 무시했다고 말씀하시기에 큰 충격을 받고 그날 밤 울며 기도하다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다시 일어나 그분을 위해 날이 샐 때까지 기도했다. “주님, 그분의 마음을 치유하시고 하나님의 사랑을 부어주시옵소서. 저의 몫까지 그분에게 다 부어주옵소서.”

지금까지 얼마나 교만하게 살아왔던가. 이 교만한 죄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울면서 떠났던가. 하나님께 천벌을 받아 마땅한 이 죄인을 용서하여 주시고, 나로 인해 아파한 영혼들이 치유되고 하늘의 평화를 간직하길 눈물로 기도드린다.

온전한 사랑으로 살아보려고 하면 할수록 더 죄만 짓는 이 죄인, 아 비참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주랴. 날이면 날마다 교만과 음란과 아집과 질투와 포악과 거짓과 나태함과 게으름으로 정욕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이 죄인. 허물과 죄로 인해 늘 울고 울어도 눈물로써 못 갚을 이 죄인을 긍휼히 여겨달라고 오늘도 기도할 뿐이다.

신학교, 지방, 서울, 중국, 캄보디아, 아프리카, 예루살렘 등 이곳저곳을 다니며 성화(聖化)의 복음을 외치면서 온전한 사랑을 실천하라고 열변을 토하지만, 여전히 되지도 않은 것 같은 나 자신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비행기 안에서 하늘을 보아도, 배 안에서 바다를 보아도 늘 눈물이 난다. 두만강 강가에서 북녘 땅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가 혼이 난 적이 있었다. 왜 여기까지 와서 청승을 떠냐고.

조선족 장 전도사님을 따라 윤동주 시인의 생가를 방문하여 그곳에서 넋을 놓고 울다가 그 뒤에 병이 났다. 상사병을 앓는 사람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두만강 넘어 북녘 땅이 아른거렸다. 그들과 함께 죽고 싶어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기에 다만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사도 바울의 말씀처럼 눈물로 기도할 뿐이다. 그들의 아픔이 내 아픔으로 이어지기까지 무릎을 꿇고 또 꿇을 뿐이다.

통곡하라. 대동강아 천백세에 흘러가며 나와 함께 울자! 드리리다. 드리리다. 이 목숨이나마 주님께!” 차가운 돌박산에 무릎을 꿇고 통곡하며 기도하던 주기철 목사님의 그 눈물이 마른지 어느 덧 70년이다. 이제는 우리도 주기철 목사님처럼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울어야 할 때가 왔다. 다니엘 선지자처럼 금식하며 베옷을 입고 진정으로 자신의 죄를 자복하고 민족의 죄를 철저히 회개할 때가 왔다.

우리의 힘으로도, 능으로도, 돈으로도 결코 이룰 수 없는, 저 북녘 땅이 복음으로 통일되도록 회개의 무릎을 꿇어야 한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둘 것이다. 울며 씨를 뿌리는 자는 정녕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올 것이다. 그날을 꿈꾸며 온 마음을 다해 가슴을 찢으며 통곡해야 한다. 자신의 못난 자아를 위해 울고, 이웃의 아픔을 위해 울고, 이 꺼져가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이용도 목사님처럼 울고 또 울어야 한다.

나의 영혼아, 나의 영혼아. 세상이 싫어해도 그 기도 그치지 말고, 사람이 욕을 해도 그 눈물 감추지 말자. 주 너를 사랑하시니, 네 기도가 주 앞에 향내와 같고, 네 눈물 주의 눈에 진주와 같으리라.”

피 묻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시는 예수님의 뒤를 따르며 눈물을 흘리던 여인들을 향해 주님이 애틋한 눈빛으로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예루살렘 딸들아, 나를 위해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 자신의 고통보다 여인들의 아픔을 먼저 품었던 우리 주님처럼, 이웃들의 아픔을 품으며, 나라와 민족의 아픔을 감싸안고 저 북녘 땅의 동포들과 함께 울어야 한다. 38선의 경계를 통곡의 기도로 허물어트려야 한다. 머지않아 온 세상에 임할 임박한 환난을 대비해서 우리는 더 많이 울어야 한다.

하나님 아버지. 눈물을 받으시고 하늘 문을 여시어 성령의 단비를 내려주소서. 세상 정욕에 눈이 어두워 보지 못하는 이 백성들에게 은혜의 단비를 내리시어 어두운 눈을 깨끗이 씻어주소서. 높아진 마음 천둥번개를 통하여 깨트려주시고, 겸손의 단비를 내려주시어 낮아지고 더 낮아지게 하옵소서. 죄와 정욕으로 물든 우리의 영혼과 육체를 성령의 맑은 물로 흥건히 적시어 정결케 하옵소서. 은혜로운 단비 그치지 마시고 저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콸콸 넘치게 부어주옵소서. 이 땅에 가뭄이 다 해갈되고, 메르스가 끊어지고, 동성애의 불결함이 영원히 사라지게 하옵소서. 은혜의 마중물로 이 땅 가득히 회개의 눈물샘이 터지게 하옵소서. 우상을 철저히 버리고 서로를 관용하며 온전한 사랑을 실천하는 밝은 빛의 용사들이 되게 하옵소서. 그리고 주님 어서 속히 이 죄악세상을 심판하시고 죄와 불행이 없는 주님나라가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금이동 고개 마루를 넘어오는데 계속 비가 내렸다. 가뭄, 메르스, 동성애, 경제 불황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 나라에 하늘의 더 큰 단비가 내리길 소망하며 간절히 기도한다.

박희진